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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목표를 무엇으로

by 구십

어제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인생에서 돈이 어떤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우리 모두 돈이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그런데 돈을 모으는 행위에 대하여 바라보는 관점에서 서로 조금씩 달랐다. 한 친구는 돈을 모으는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투자에서 돈을 많이 벌게 되면 기분이 좋듯 인생에서 돈을 모으는 작은 목표를 성취해 나가는 것이 삶에 의미를 더해주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였다. 다른 한 친구는 돈이 충분해지면 본인은 명예를 찾을 것 같다고 하였다. 사람들로부터 받는 인정이 본인에게 중요하다고 하였다. 나는 돈이 어느 정도 모이면 그 시간을 자유로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사용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시간이 나면 나는 예술을 하고 싶었다.


매우 흥미로운 논의였다. 평소에 여자얘기나 웃긴 얘기만 했었는데, 그날의 얘기는 꽤나 진지한 이야기가 오갔다. 공교롭게도 우리 각자의 관점은 각각 돈, 명예, 예술로 나뉘어져있었다. 난 친구들과 비슷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우리는 이 부분에선 생각하는 것이 달랐다. 그리고 난 이 점이 우리 각자의 인생 목표를 말해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여기 이 공간은 나의 공간이기에 나는 내 얘기를 좀 더 이어 해보고자 한다.


요즘 문득 삶이 주는 다양한 퀘스트를 깨느라 내 삶을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인생이 반드시 행복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난 생존을 넘어서는 행복을 바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우울이라는 감정이 있고, 나는 그 우울감에 빠져 우울증을 겪은 적이 있다. 삶에 일과 휴식 외에 다른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때, 그러한 의무를 수행하는 게 인생의 전부인 것 처럼 느껴질 때, 나는 우울증에 걸렸다. 꽤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잘 수 없어 정신과를 갔을 때, 의사는 나에게 무슨무슨장애가 있는 것 같다며, 나의 증상을 말해주었다. 약을 처방받았고, 꽤 오랫동안 약을 먹었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잠이 오지 않을 때 그 약을 먹곤 한다.


우울감이 느껴지면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졌었다. 살기 위해서 직장도 나가고, 거기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과하게 시간을 투자했다. 주말엔 지쳐 쓰러져 있었고, 시간이 나더라도,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일을 알아봤다. 일을 하면서 즐겁다는 감정을 느끼진 않았던 것 같다. 늦은 시간 퇴근을 하며 적어도 지금 행복하진 않은 건 확실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삶에서 행복이 빠진 게 의미가 있을까. 행복이 없는 삶이란 나에겐 우울했다. 모든 동물이 그렇듯 우리에게도 일 순위는 생존이겠지만, 그것뿐인 인생은 스스로에게 많은 가치를 주지 못했다.


이런 인생에 색을 입혀준 순간들이 있었다. 이렇게 지금같이 글을 쓸 때, 노래를 부를 때, 강의를 위한 자료를 내 스타일대로 만들 때와 같이 무언가 나를 표현할 때 인생의 색이 느껴졌다. 웅장하게 말하면 예술을 할 때 비로소 난 살아있음을 느꼈다. 산다는 건 단순히 생존을 넘는 행위를 할 때 더 가치 있어지는 것 같았다.


물론 삶에서 예술이 중요하다는 건 나에게나 적용되는 말일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다른 가치관이 어울릴 수 있다. 그래도 적어도 나는 조금씩 조금씩 삶에 예술을 넣고 싶다. 언젠가는 나의 이름을 단 책이 서점이 진열되고, 내가 만든 노래가 세상에 존재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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