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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비교에 대하여

by 구십

나의 아빠는 남과의 비교를 참 많이 하는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인정 욕구가 강해서였나, 타인에게 받는 칭찬을 좋아했다. 회사에서 삼 년 전에 받은 우수사원 표창장을 나에게까지 굳이 이제와 자랑하는 것을 보면, 본인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얼마나 그분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습관적으로 하는 말은 남들 보기에 괜찮다. 난 부모의 자식이고 자식은 부모를 레퍼런스 삼아 세상을 보기에, 나 역시도 아빠의 그런 태도를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난 그런 아빠의 태도가 참 별로라고 생각했다. 남을 통해 정의해야 하는 나라니. 너무 종속적이고 멋이 없었다.


이런 나의 생각 때문인지, 난 자라면서 sns를 하지 않았고, 또 싫어하게 되었다. 지금도 나는 카카오톡 외에는 다른 sns를 하지 않고, 카카오톡 프로필도 증명사진 하나가 들어가 있다. 남과 똑같은 것을 해야 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래서 유행이 있을 때마다, 그 유행을 타지 않으려고 오히려 기민하게 움직였다. 남들 다 하는 것들을 하는 것은 거부감이 들었다. 이래서였나. 대학교 때 처음 돈을 들여 한 머리는 호일펌이었다. 남을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내린 결론이었다.


이런 내 생각은 내가 미래를 정할 때도 이어졌다. 남들이 전부 대기업을 가니까 나는 자격증을 따고, 남들이 자격증을 따고 펌만을 다니니까 나는 그보다 한두 가지 일을 더하고. 어쩌면 난 남과 다르기 위해 선택을 했었다.


그랬다. 사실은 나도 아빠와 같이 남을 신경 쓰는 선택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들었다. 오히려 남과 다른 선택이, 남을 보아야 하기에, 가장 남을 고려하는 선택이 되고 있었다. 나 외에 다른 사람은 눈에 보이고, 그렇기에 신경을 안쓸 수가 없긴 했다. 그런데 나는 남을 레퍼런스로 행동하는 내가 되기는 싫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었다.


더 생각해 보면, 아빠의 모습에서 싫었던 것은 사실 남을 만족시키기 위해 행복하는 것이 싫었던 것 같다. 남을 기준으로 삼는 것을 넘어, 그들이 만족해야 한다는 그 생각이 나의 자유를 많이 잃게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나는 그 모습을 피하고 싶은 것이었다.


라캉은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하였다. 아빠의 그런 태도는 어쩌면 인간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연스러운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행복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결국 용기 있는 선택에 의해 쟁취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휩쓸리는 선택보다, 그래도 나의 행복을 위해 조금은 스스로에게 맞는 선택을 하는 게 나의 행복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제도 수많은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나 자신을 알게 모르게 작게 만들었었다. 그런 나에게,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출 필요 없고 내가 만족하는 인생을 살자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타인의 욕망 그 자체가 되어서, 나를 욕망하게 살아서, 내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해도, 그게 결국 나를 바라는 것인 상태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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