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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으로서 보는 팀장이 할 일

by 구십

팀장이 되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팀원으로서 본 팀장이 하지 못해서 아쉬웠던 점을 적고 싶다.


장점을 키우는 것도 역량을 키우는 방법이겠지만, 단점을 소거하는 것도 역량을 키우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에, 내가 본 문제점을 나열하고, 그걸 나도 주의하고 살고 싶다.


개인적으로 팀장은 나아갈 길을 그리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앞으로 우리의 방향이 무엇인지 팀원에게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팀원이 우물쭈물하고 있다면, 그에게 할 일은 이것이라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지시되는 일은 창의성의 영역이 없게 기계적으로 처리되게 지시되어야 한다. 마치 맥도날드에서 알바생이 햄버거를 만드는 것처럼, 고기는 몇 그램, 굽는 온도는 몇 도, 언제까지 구워야하는지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문서를 기준으로 작성되는 문헌은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고, 그래서 목차는 이렇게 나와야 하고, 그 목차의 내용을 채우기 위해서는 무엇을 채워야 하고, 그 내용은 어떤 문헌을 참고 및 요약해서 채워야한다는 것이 제시되어야 한다. 따라서, 실무 경험이 없거나 미흡하여 이러한 디테일 한 지시를 할 수 없는 팀장은 개인적으로 자격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배울 창구가 많으므로 노력으로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일을 던져놓고 언제까지 처리하라고만 지시하는 팀장이 있다. 아무것도 정돈되지 않고, 시간만 쓰면 될 정도로 목차나 내용의 지시가 떨어지지 않았는데, 마음만 급한 것 같다. 우리 아빠도 박정희 대통령을 동경하며 그의 전문가에게 일임하는 용병술을 칭찬하고는 하였지만, 난 개인적으로 그가 일임하는 방식은 그 분야를 모르고 전적으로 처리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를 통해 배우고, 그 일의 방향과 향후 진행에 관한 목차를 스스로 결정했다고 본다.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그는 팀장의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팀장의 두 번째 덕목은 사람 관리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관리는 팀원의 분석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기에 일을 처리하는 것과 관련된 팀원의 능력만 정리하면 된다. 어떤 팀원들이 어떤 일을 할 줄 아는지. 그 일을 얼마나 좋은 퀄리티를 내는지. 일의 처리 속도는 얼마나 되는지. 어떤 팀원이 처리하는 일은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고, 그 과정에서 타 부서나 타 회사와 컨택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등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일단 정리되면 개선점을 생각해야 한다. 팀원의 다재다능함을 위해서 어떤 방식이 있는지. 그 방식을 사용하면 팀원의 시간을 빼앗지는 않은지 등등 각각의 부분에서 개선점을 생각하고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팀원에게 너무 과중한 업무가 몰린다면 그것 역시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팀원의 실적과 무관하게 난 좋은 팀장이란, 팀원의 마음을 케어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첫 번째는 본인이 매력있는 사람이 되어, 팀원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팀원이 떠나면 팀은 의미가 없다. 팀원이 그 팀에 남아있는 이유, 특히 능력있는 팀원이 그 팀에 있는 이유는 팀장 처럼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사실 팀장은 본인 보다 나은 팀원을 팀 내에 잡아 둘 수 없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어쨌든 이걸 넘어서, 팀장은 팀원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러한 입장에서 팀장은 팀원이 팀장을 본인의 사람이라고 느끼도록 그 관계를 친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지위 외 권위 의식에 따른 관계를 추구하는 팀장이 있다. 그와 같은 관계는 팀장이라는 직위를 벗겨내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개인의 매력에 의한 가까움이 아니란 말이다. 사람 자체가 매력적이면 그 사람의 말에 힘이 실린다. 그 매력으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팀원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은 관계에 복종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팀장이 팀원에게 말을 듣게 할 매력이 없어서이다.

내 학창 시절은 체벌이 허용되었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엔 체벌이 금지되었다. 이런 정책 방향에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을 다룰 방법이 없음을 토로하고 문제를 제기하였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선생님은 그만의 카리스마로 학생을 이끌어야 하는 것이지, 체벌과 같은 권위적인 수단에 의지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마치 팀장과 같달까.

마지막으로 팀장은 그 윗사람과 외부에 대하여 팀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므로 팀원의 불만을 정리해 이야기하며, 팀의 이익을 위해 싸우고, 외부로부터 팀을 보호해야 한다. 컴플레인이 오면 팀원을 노출시키는 팀장이 있다. 비겁한 것은 둘째치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역할에 필요한 자질이 있다 생각한다. 그 자질은 선천적으로 취득될 경우가 많지만, 노력에 의해 취득될 수 있다. 나도 스스로를 돌아보며 오늘 말한 것이 내게 부족한지 살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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