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술마시는게 그렇게 재미있지 않다.
난 취미가 없다. 소개팅에서 상대방이 취미가 뭐세요 물어보면 음음음 만 백번을 하고, 마지못해 유투브를 보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었다. 사실은 내게 유투브는 배경음악 같은 거라서, 그걸 열정적으로 즐기는게 아닌데 말이다. 그런 나에게 그래도 취미라고 할 정도로 즐겁게 그리고 꽤 자주 했었던걸 생각하면 그나마 지인들과의 술자리였던 것 같다.
술자리에서 하는 농담 따먹기나, 그 자리에 완화된 분위기, 그리고 그 분위기가 끝날즈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과의 은근한 끈끈함이 꽤 좋았었다. 여기에 거절을 잘 하지 않는 나의 성격이 더해져, 한 때는 한달 동안 연속으로 술을 마셨던 적도 있었다.
그런덴 최근엔 술자리를 많이 줄였음에도, 그 술자리가 즐겁지 않다. 술자리에서 하는 반복되는 얘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민감한 부분을 피해가며 이야기하며 신경써야 할 것들, 그렇게 관심이 없는 남들의 여행경험이나 그들의 사소한 고민들을 들어야하는 것들. 삶에 치여서 인가. 오히려 술자리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요 한달 간은 이런 마음을 느끼는 내가 이상한 것인지를 고민했었다. 흔히 인간관계에서 오는 즐거움은 무엇과도 바꿀수 없다고 하는데, 왜 난 여기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이건 내가 감정선이 고장난 것인지. 자기검열을 꽤 심각하게 했었다.
지금은 이런 나를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술자리를 피해야 겠단 다짐을 한다. 술자리에선 발전적인 이야기가 나오기 어렵다. 내가 원하는 성장은 맨정신에 이루어진다. 성장을 하지 못하는 시간이 불편한건 내가 지금 성장을 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당분간은 나의 성장 외엔 술자리도 조금 치워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