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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의 단위

by 구십

요즘은 본업보다 수학학원에서의 일이 관심이 간다. 본업은 이미 익숙해서인가, 새로 더할 요소가 많이 보이지 않는데, 강사로서는 매 순간 더할 요소들이 보인다. 요즘에 강사로서 느끼는 것은 사람들은 이해의 단위를 작게 해 줘야 이해가 쉽다는 것이다.


예전에 학생 때의 난 이론을 길게 설명하는 강의가 좋았다. 수학에서 무슨 길게 설명할 이론이 있겠냐만은, 내가 들었던 강의는 학교에서 30분이면 설명이 끝나는 걸 2시간 또는 3시간까지도 설명을 하였었다. 당시 난 이렇게 풍부하게 설명하는 게 좋았고, 그렇게 설명하는 것을 듣고 성적도 올랐다. 그리고 한편으론 길고 풍부한 설명을 하는 선생님이 더 실력이 좋다 생각했다.


이번에 강의를 맡으면서 예전에 내가 들었었던 선생님 생각이 아주 많이 났다. 그 선생님께서 적어주신 필기를 아직까지도 가지고 있었기에 수업자료로 많이 활용하였다. 그러다보니 강의는 꽤 길어졌다.


수업을 하면서 집중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는 문제가 발생했다. 긴 설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했다. 한동안은 내 강사로서의 역량을 고민했다.


그리고 최근엔 내 설명스타일을 바꿔야 할 일이 생겼었다. 시간에 쫓겨 해당 단원을 나가려니 압축적으로 필요한 내용만 설명해야만 했다. 준비했던 걸 3배는 빠르게 잔가지를 쳐가며 전달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땐 집중하지 않는 아이가 없었다.


돌아와 고민해 보니 이해의 단위가 작아져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개념을 너무 넓게 펼쳐 놓으니 커서 소화를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작은 상태로 먼저 소화를 시키는 게 우선적이었다. 왜 수업이 같은 단원인데도 다른 클래스가 있는지 이해하였다. 두 번째 사이클에서 비로소 알려주면 되는 것이다 디테일은.


이렇게 또 배워간다. 더 수업을 잘하게 되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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