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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세 달째

by 구십

자취를 한지 세 달이 되었다. 서른이 넘도록 자취를 하지 않았었다. 많은 사람들이 성인이 되면 부모의 곁을 떠나야 한다고 하였다. 나는 성인이 되고도 꽤 오랜 시간 후에나 집을 떠났다.


자취 후 자유로움이 좋았다. 자취 후에도 일 집 운동 그리고 하고 싶은 부업을 하는 일정은 크게 변화가 없었지만, 집에 돌아왔을 때 아무도 없다는 게 좋았다. 누군가는 이걸 외로움이라 하던데, 신기하게도 나는 이게 좋았다. 본가에서 집을 돌아갔을 때, 알게 모르게 누군가 집에 있어 느껴졌던 불편함이나, 그런 불편함이 싫어 집에 들어가기 전 심호흡을 해야 했던 것들이 이제는 없었다. 생활 패턴에서도 자유를 느꼈다. 본가에 살 때는 빨래를 하거나, 밥을 먹는 타이밍, 청소를 언제를 주기로 한다던지 하는 것들이 부모님의 패턴에 의해 결정되었다. 지금은 나만의 패턴으로 내가 수행하니 더 정돈되었다.


조금 불편한 건, 월세나 생활비일 뿐 나머진 다 좋았다.


어제 잠에 들기 전, 방에 작은 조명을 켜두고, 잔잔한 노래를 듣고 있었다. 노래 이름도 기억이 난다. 잘 지내자 우리를 최유리 님이 부른 것이다. 정말 좋아하는 노래가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채우니, 기분이 뭔가 몽롱했다. 이렇게 살 수 있어서 정말 좋다는 생각을 했다.


문득 지난날이 떠오르기도 했다. 집에서 느꼈던 불편함에, 취직만 하면 자취를 하려고 했던 순간, 취직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 꽤 오래 안 불편한 척 참아왔던 순간, 취직해서도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본가에 남아 있어야 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이 행복을 위해 멀리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밤에 따뜻한 나의 방에서 조명을 켜고 노래를 들으며 잠을 자는 게, 써놓고 보니 간단하게 느껴지지만, 이걸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했음을, 그리고 그래서 이건 작지 않은, 오히려 큰 행복을 준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날들이 이어졌으면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난 더 행복해졌듯, 더 행복한 인생이 다가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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