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종일 비가 온 뒤 더위가 가셨다. 여름 내 매미가 나무에 붙어 고막을 찢던 소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를 귀뚜라미가 잽싸게 자리를 잡고 돌 담사에서 노래를 부른다. 푸른 하늘가에 흰 구름이 두둥실 떠가고, 코스모스가 실바람에 하늘거리는 정취가 느껴진다. 농촌에는 가을볕에 벼가 알알이, 배, 사과, 감, 대추 밤이 토실토실하게 익어간다.
옛날 같으면 추석 준비로 부모님들의 손길이 분주했을 것이다. 조상님을 제자 준비와 아이들 추석빔 옷을 만들고 산소에 풀도 깎고 눈코 틀 사이가 없이 바빴다. 지금은 전통문화도 변화하는 세월에 따라 간소한 차림이나, 직장생활을 하는 분들은 맞춤 상을 예약을 한다. 시장에 가도 사람들의 북적거림도 없으니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가니 명절 분위기가 썰렁했다. 아마 이웃나라의 전쟁으로 물가상승의 원인으로 수혜로 침체된 경기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높은 실업률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니 소비자들이 불안해서 돈주머니를 닫는다. 자연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계절의 순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물러가고 찾아온다.
기후 변화로 지구촌은 가마솥 더위나, 올여름 물 폭탄이 쏟아져 수혜를 입고 하루아침에 정든 집을 잃어버린 수재민들을 생각하면 꼭 내 탓인 것 같아 쉬 잠들지 못한다. 가을의 전령사인 귀뚜라미의 노래를 실의에 빠진 많은 사람들이 풍성하고 행복한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