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향해도 전한다.
희망의 별/ 최점순
어려울 때마다 생각의 채널을 좋은 쪽으로 돌리곤 했다.
젊은 시절 읽은 책에서 “좋은 생각을 하면 운명도 바꾼다.”는 글이 각인되었다. 평범한 일이라도 미리 계획을 세워놓고 일주일, 혹은 한 달 동안 흰 도화지에 연필로 굵은 선을 반복적으로 그리듯 희망의 별을 향한 간절한 몸짓을 하였다.
오늘이 최고의 날이라 생각하였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현실을 받아들이면 두려움이 줄었다. 힘들 때마다 희망의 별을 바라보면 즐거움이 출렁거렸다. 삶의 경험을 통해서 미래를 걱정하는 일은 기우(杞憂)라는 것을 알았다. 책을 읽고 간접경험을 쌓아놓은 것을 잘 활용할 수 있어 든든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자신의 생각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다가 순간적으로 벼랑에 굴러떨어질 때도 있었지만 빠져나올 구멍이 생길 것이라고 좋은 방향으로 생각했다.
어려운 환경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습관은 오래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딸이라는 이유로 순위에서 밀릴 적마다 희망의 꿈을 꽉 붙잡고 싶었다. 농사를 짓는 부모님이 한국전쟁 폐허 속에서 자식들의 개성을 살리도록 골고루 혜택을 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이 매번 오빠와 동생의 교복과 신발을 먼저 사 주는 상황에서 억울한 생각만 들었다. 엄마의 서슬이 시퍼런 눈빛에 ‘악’ 소리도 못 냈다.
“가문을 빛낼 아들 것을 먼저 사야지, 딸년 것은 맨 나중에….”
그 말을 듣고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동생이 내 학용품을 빼앗아도 누나가 양보하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딸이라는 이유로 교육의 혜택도 균등하게 주지 않았다. 이렇게 응어리진 내 마음을 보살펴 주는 가족은 없었다. 사춘기에 들어서서 이해받지 못한 불만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와 엄마와 갈등이 깊어졌다.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하늘을 쳐다보며 희망의 별을 향해 내 소원을 이루어 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비가 언제 올지 모르지만, 큰 들통에 물을 받는 심정으로 준비를 하였다. 도전을 거듭하여 60대에 한글 워드 시험에 합격했고, 늦은 나이에 글쓰기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인생의 시행착오로 쌓인 경험은 글감을 몰아주듯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오랜 세월 악필에 시달리다가 컴퓨터를 다룰 수 있게 되어 얼마나 편리한지 모른다.
젊은 시절 내 집 장만을 위해 아등바등했다. 남편 월급을 이렇게 저렇게 쪼개다 보면 여윳돈이 없었다. 하지만 반복해서 상상하며 마음속으로 찜을 해두곤 했다. 세월이 흐른 후 돌아보니 내가 꿈꾸었던 그 집에 들어와 살고 있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적에 학원에 보내주지 못한 미안함이 쌓여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때마다 따뜻한 아랫목에 발을 뻗고 앉아 엄마처럼 따라 해보라고 했다. 이다음에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면 마음속으로 그려보고 이루어지는 꿈을 자꾸 생각하라고. 딸과 아들은 엄마가 하는 말의 뜻도 모르지만 따라 하기를 반복하다가 서서히 자기들만의 그림을 그리곤 자랑을 했다. 이제는 자식들도 어려운 시절에 상상했던 일들이 마음에 새겨지고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 같다.
딸은 입버릇처럼 아버지와 비슷한 신랑감이 나타나면 결혼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학교 졸업을 하고 직장에서 사귄 친구가 이상형이라고 했다. 결혼을 한 후 아들딸 연년생 삼 남매를 두었다. 사위 월급으로는 먹고살기가 버거웠는지 은행 빚을 무리하게 끌어다가 가게를 열었다. 개업식 날을 앞두고 불안에 떨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축하금 봉투를 건네주면서 귓속말로 속삭였다. ‘엄마가 어젯밤에 꿈을 꾸었는데 너희 가게가 불이 나서 홀랑 타버렸다. 이제는 대박 터뜨릴 날만 남았으니 열심히 해보라’고 어깨를 도닥여 주었더니 금방 얼굴에서 화색이 돌았다. 어릴 적에 들었던 좋은 생각이 운명을 바꾼다는 말이 생각났는지 긍정적으로 마음을 바꾸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면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찾아온다는 걸 딸도 터득하지 않았을까. 이제는 딸과 아들도 사회인으로서 자신이 상상하며 꿈꾸었던 인생의 항로를 개척하며 살아간다.
2019년부터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친한 선배님의 안내로 명동성당 시니어 아카데미 학교에 입학을 하였고, 도서관에서 주부들 생활 글쓰기를 병행하면서 새로운 기쁨이 솟아올랐다. 글쓰기는 초등학교 때 일기를 써본 후 처음이다. 혼자서 신바람이 나서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일 년 후에 책을 낼 것이라는 말을 하고 돌아다녔다. 친구들은 입을 모아 작가는 아무나 되느냐고 약간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하지만 희망의 별을 바라보며 도전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말이 씨가 된다고 훌륭한 선생님의 소개로 책을 출간하게 되었고, 두 번째 책을 묶기 위해 열정을 쏟는 중이다.
자연의 순리가 서로 상생하듯, 사람도 좋은 일을 상상하면 더 좋은 일이 생길 것 같고, 어두운 생각을 하면 더 많은 어둠이 몰려오는 듯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별을 바라보면 마음이 즐거웠다. 잠들기 전에 내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기적이 일어날 거라고 상상하곤 한다. 밑그림을 그려놓고 기다리는 동안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눈앞에 펼쳐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희망의 별을 바라보며 언제나 꿈을 꾸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