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飛翔

매일 조금씩 날갯짓을 하고 있다.

by 최점순

눈을 뜨면 날것짓을 습관적으로 했다. 솔개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숨 가쁘게 날아올랐다. 공중에서 자유롭게 비행을 하는 갈매기처럼 자꾸만 높이 멀리를 대한 열망에 불타올랐다. 그러나 코로나는 사람들의 삶의 패턴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지인, 가족을 만날 수 없으니 외로운 섬에 고립된 듯 그날이 그날처럼 반복되는 일상 견디며 의욕도 상실되었다. 집 밥을 해 먹는 동안 밥맛을 잃고 우울감도 몰려왔다. 문득 어릴 적에 그림책 동화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던 순간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나는 손에 화상을 입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의 말씀을 듣기는 했지만 상처의 아픔 때문에 숙제 못해갔다. 유일한 취미는 오빠가 빌려온 그림 동화책을 즐겨 읽었다. 다양한 책들 중에 리처드 ‘바크 소설가 작품인 갈매기의 꿈이 재미 있었다. 마치 나는 책 속의 주인공 조나단이 된 듯 푸른 하늘을 날아오르는 꿈을 품었다. 예상하지 못한 사고로 부러진 날개로 높이 오를 수 없을 것 같아 절망하곤 했다. 유년기를 슬픈 주인공처럼 보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결혼 후 남편의 아내로, 딸과, 아들의 엄마로 살아 내야 하는 무게감에 짓눌려 까맣게 잊고 살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여유로운 시간을 덤으로 얻어서 글쓰기를 배우며 가슴이 뛰었다.


막상 뜨거운 마음으로 글을 쓰려고 해서 너무 낯설었다. 어느새 나의 젊음의 강물은 멀리 흘러가버렸다. 의욕만 앞섰지 되돌릴 수 없는 물줄기를 끌어당기기는 힘이 역부족이었다. 녹이 쓴 날개가 자유자재로 움직일지도, 엉클어진 실타래처럼 기억의 창고에 쌓인 이야기들을 풀어낼 여력이 남았는지, 한쪽 귀로 들으면 다른 쪽 귀로 잊어버리는 것이 걱정되었다. 매의 눈처럼 예리하던 기능도 퇴화되었고,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릴 손가락은 굳은살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늦게 주어진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반복되는 날갯짓을 해본다. 깃털이 다 빠진 날개 사이로 공기들이 들락날락하는 동안 헐거워진 깃털로 파닥파닥 거린다.


나보다 날아올랐던 아버지의 갈매기가 따라오라고 끄윽거린다. 일본 식민지 칼날에 수족이 베이고 찢어진 살과 뼈가 툭툭 불거져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몸짓을 하셨다. "하시마 탄광"에서 석탄을 캐냈고, 중국, 베트남, 인도, 범아에서 비행기 행로를 닦으며 견뎌내셨다. 살아오면서 나도 다양한 협곡을 만났지만, 바람의 방향을 조절하는 노련한 지혜를 물려받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삶의 결정체인 글쓰기는 잃어버린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순간이다. 여린 날개가 거센 파도에 휘말려 갈기갈기 찢겨도 날갯짓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갈매기는 갈매기의 속도로 날아오르듯, 나는 나만의 속도로 다양한 책을 많이 읽고 창조적인 상상력으로 감동적인 서사와 감 칠만 나는 묘사와 상상력을 동원해서 역으면 되지 않을까. 세상의 진흙탕에서 나만의 독특한 경험의 소제를 발굴하여 담백하고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나의 소박한 글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더 높이, 더 멀리 바라보며 비행을 할 수 있도록 오늘도 나는 글쓰기를 통해 자유로운 비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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