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유유히 흘렀다. 인간은 추억에 산다는 말이 요즘 와서 실감이 난다. 사계절 꽃이 피고 오월에 피는 청보리가 내 눈과 마음을 자로잡았던 알싸한 향기도 느끼지 못하고 휙휙 뒤로 밀려났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똑같이 주어진다. 경쟁하듯 시간과 싸움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아쉽게도 옆에 누가 있는지도모르고, 아니 아예 관심도 가지지 않았던 무관심의 생체기가 아린 채 남아있다.
인생은 연습이 개임이 아니다. 나의 모든 희망을 미래에 초점을 마추었다. 이번 일만 잘 풀리면, 아이들 대학 졸업만 하면, 결혼시키고 나면, 손주들만 크면, 속삭이는 나에게 속은 것인가. 현제를 소홀히 한 대 가는 허탈함 뿐이었다. 갑자기 질문이 쏟아진다. 나는 지구에 어떤 발자국을 남기고 살았는지 앞으로 또 어떤 발자국을 남기며 살것인지 생각하면 두려운 마음에 짖눌곤한다.
응애, 몇 백만 명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세상을 향해 첫울음을 텃뜨렸다. 강보에 싸였던 날들은 온통 낯설었다. 내가 건너온 요람속은 아무런 수고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동 시스템이었다. 매일 숨 쉬고 먹고 잠자고 놀기만 하는 별천지였다. 그런 시간은 흐릿한 아침 안개처럼 사라졌다. 첫 발을 내딪고 아장아장 걸어온 유년의 파란 하늘가에 나의 별을 바라보며 꿈도 품었다. 앙증맞게 걸었던 작은 발자국, 큰발자국이 기억 속에 어디엔가 남아있을까 . 어린 시절 성장하면서 부모님의 사랑도 받았고 또래 친구들과 신나게 뛰놀았다. 세상 돌아가는 일들이 모두 신기하게 느껴졌다. 학창 시절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은 졸업과 함께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졌다. 인생의 초년생은 어디를 가나 무엇을 해도 낯설고 서툴렀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유한 수업도 받지 않고 자식을 낳아 키우며 크고 작은 시행 차오들이 고스란히 아로새겨진 몸과 마음이었다.
검디 검던 머리는 세월의 무게를 먼저 알고 은발이 내려앉았다. 얼굴에 는 주름을 덮어쓰고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등 내 나이가 어때하며컴퓨터 앞에 앉았다. 손가락을 키보드 위에 올려놓고 독수리 타법으로 글쓰기를 한다. 머릿속에는 잃어버린 시간들이 꼬리를 물고 소환되었다. 그럭저럭 한 세상 훌쩍 지나 났다. 그렇게 시간에 떠밀려 딸과 아들이 성장하해 출가를 했다. 외손자들 년 연 생 3명이 울고 웃는 모습도 참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평생 지지고 볶고 사느라 눈만 뜨면 가족들과 입에 풀칠을 하고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제일 중요했지기에 한 눈 팔여가나 다른 생각을 할 여력이 없었다. 평생 헉헉거리면 무리속을 질주하듯 여기까지 달려왔지만 남보다 더 이루어 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직도 무엇 때문에 어디를 향해 뛰었는지 몰라서 혼란스럽다. 인생의 정상만 오르면 그곳에 행복이 기다고 있을 줄 착각한 것일까.
제 분수도 모르고 넘보지 말아야 할 욕망의 덫에 사로잡혀 있었나. 항상 무엇을 쫓기는 사람처럼 두려운 마음으로 살았다. 이제 고희의 문 앞에 서성거리며 남은 내 인생의 시간을 재조명해 본다. 남들 눈에 보이기 위한 포장을 덧씌우고 살아가면 스스로 만족할까. 어떻게 살아야 나다운 모습으로 잘 살 수 있을까.?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부족한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살면 기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도 누추한 모습을 상상 해 보지 않았는데, 거울 앞에 서면 낯선 이가 나를 빤히쳐다 본다.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북극과 남극이 서로 밀고 당기느 사이에 수많은 시간을 그냥 흘러 보냈지만 그 와중에도 감사한 일은 자식들을 키우며 남다른 보람도 느꼈고, 행복한 마음을 덤으로 얻었으면 마음을 비워야 평화롭게 살 수 있을 테고, 인생의 계급장인 세월의 결이 얼굴에 빗금으로 곱게 채색되었으면 되지 무엇을 더 바라겠나.
강물이 흐르면 같은 물은 아니다. 흘러간 시간을 소환해도 같은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흘러간 시간을 돌아보면 무엇보다도 감사한 일은 아내의 자리와, 엄마의 자리가 주저앉지 않고 버텨내게 했다. 십 년, 이십 년, 오십 년이 꿈결같이 눈 깜짝 사이 지나갔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길도 모르는데, 앞으로 살아갈 남은 인생길은 더더욱 알 수 없는 신비에 가려진 신의 영역일 게다. 글을 쓰면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또 다른 기쁨과 설레임이라고 핳까. 남은 날도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 시간과 현실의 꽃밭에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눈비를 맞은들 어떠하리 주어진 대로 새로운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어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