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돕는 것에 대해

by 최인순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또 남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사람을 우린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돕는다는 행위는 도움을 주는 사람 관점에서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자기 것을 떼어서 남에게 주는 행동이다. 가령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자기 돈을 선뜻 주거나 받지 못할 걸 알면서 빌려주는 것, 한정된 음식을 나보다 더 배고픈 사람을 위해 양보하는 것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본인이 가진 것에는 영향이 아예 없거나 매우 작은 경우이다. 친구가 나에게 부탁해서 내가 아는 또 다른 지인을 소개해주는 경우, 누군가 내가 아는 것에 대해 도움을 요청해서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 등이다.

둘 다 도움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똑같이 도움을 받은 것이다. 이때 도움의 크기는 도와주는 사람이 희생한 정도와는 크게 상관이 없을 수 있다.


이에 관해서 나는 살면서 나름대로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나의 것을 떼어주는 것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환영이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에는 철저하게 그 범위를 가족으로만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내가 도움을 줄 때만이 아니라 당연히 도움을 청할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다시 말해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누군가의 것을 떼어서 나에게 달라고 한 적이 없다. 이 원칙의 근본에는 '성인은 어떤 경우라도 각자 자기 인생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나는 내 원칙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누군가의 도움을 거절했을 때 서운하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보통 남들에게 어떤 형태의 도움이든 잘 도와주는 사람이 더 좋은 사람인 것으로 평가받기 마련인데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저마다 살면서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이 다를 뿐이다.

어느 날 선배 한 명이 갚을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큰돈을 빌려달라고 연락했다. 사실 상황 상 빌려준 돈을 나중에 받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였기 때문에 당연히 나는 이에 대해 당당하게 거절했다.

누군가는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한 선배를 비난할 수 있겠지만 나는 비난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그 선배가 만일 나와 입장이 거꾸로였다면 나에게 빌려줄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분은 본인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을 나에게 요청했을 뿐이다. 나는 내가 그분의 상황이었어도 누군가에게 그런 부탁은 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거절할 때 당당했던 것이다.

그냥 서로의 기준과 원칙이 다르기 때문이지 누가 누구를 비난하고 섭섭해하고 할 문제가 아니다. 물론 그럼에도 그 선배는 나에게 당시에 큰 섭섭함을 느꼈을 수 있다. 본인이라면 돈을 빌려줬을 텐데 하고 섭섭해한다면 그건 그 사람의 몫이지 내가 불편해할 필요는 없다.


결국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때 또는 도움을 받을 때는 그 또한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어떤 기준을 가진 사람인지가 중요하지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 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섭섭함을 느낀다면 그거야말로 감정 낭비다.

도움을 많이 준다고 좋은 사람도 아니고 남을 잘 돕지 않는다고 해서 나쁜 사람도 아니다.

그냥 기준의 차이일 뿐이다. 굳이 따지자면 본인은 남에게 해주지 않을 것을 남에게 요청하는 사람, 또 남이 해주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섭섭해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내가 어려울 때 나에게 엄청난 도움을 줄 것 같은 사람보다는 나와 기준이 비슷한 사람, 즉 적당한 도움만 주고 적당한 도움만 요청할 사람이 더 편하고 좋다.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 더 좋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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