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 필요한 빵 만들기
누군가에게 '음식을 해준다.'는 것은 때에 따라서는 커다란 의미 일수도, 반면에 그냥 하는 거지 뭐. 정도의 가벼운 의미일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은 '밥'에 가벼우면서도 묵직한 표현을 담고 있다. '밥 먹었니?', '언제 밥이나 한 끼 하자.' 등의 발언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나 또한 먹고사는 것에 큰 비중을 두고 살고 있다.
간밤에 샌드위치가 먹고 싶다는 아들을 위해 빵 반죽을 했다. 스크램블에그와 시금치를 넣은 샌드위치가 먹고 싶다는데 사두었던 식빵은 떨어지고 집에 빵이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잠깐 고민하다가 '그래, 빵 굽지 뭐.' 마음먹고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반죽이 필요 없는 치아바타는 밀가루, 이스트, 소금, 올리브 오일, 물, 설탕이면 충분하고 시간만 투자하면 만들 수 있으니까! 당장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재료들을 다 섞고 전자레인지를 활용해 발효를 했다. 반죽을 폴딩하고 다시 기다리고 또 폴딩 하고. 인고의 세월 끝에 냉장고에 두었던 반죽을 다음날 아침에 구웠다. 시금치와 스크램블을 만들어 샌드위치를 완성했다.
그러다 문득 아빠 생각이 났다. 양념통닭이 먹고 싶다며 아침에 눈뜨자마자 칭얼거리던 어린 시절의 나. 애석하게도 치킨집은 오후나 되어서야 문을 열었다. 내내 징징거리던 나에게 아빠는 시장에서 닭강정 사다 주셨다. 닭강정 집이 문을 연지도 얼마 안 되었을 시간에, 요즘 흔히들 말하는 '오픈런'을 해주신 거였다. 그러고는 철부지 딸이 닭강정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내내 지켜보셨다. 그것 또한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빠가 나에게 그렇게 해주셨듯이, 나도 내 아이를 배부르게 먹이도록 매일을 노력하는 것.
그것이 나의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