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엄마는 짭조름하게 강된장을 끓여주셨다. 경상도 말로는 '빡빡장'
호박, 대파 듬뿍 넣고 끓여놓은 빡빡장 하나면 밥도 비벼먹고 쌈도 싸 먹을 수 있는 여름철 떨어진 입맛을 끌어올리는 훌륭한 반찬이었다.
빡빡장에 싸 먹는 호박잎, 콩잎물김치는 밥을 한 그릇이고 두 그릇이고 들어가게 하는 진짜 밥도둑 그 자체라 한가득 밥을 욱여넣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여름 과일들을 한 입 베어 물고 있노라면 천국이 따로 없었다.
오늘은 아이에게 그 맛을 보여주어야지. 더 맛있게 먹어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양파, 대파, 버섯, 마늘을 잘게 썰어 넣고 '우렁'도 가득 넣어 달달 볶은 후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를 넣었다. 채소들이 여름 물기를 한 껏 머금고 있어 물 한 방울 넣지 않고도 맛있는 우렁된장이 완성되었다.
밭에서 갓 따온 맛에는 비할 바 아니더라도 호박잎도 사고 케일, 깻잎, 양배추도 함께 쪄주었다. 상추쌈은 먹어보았지만 다른 숙쌈들은 처음인 아이를 위해 거부감 없이 먹어보라도 동글동글 모양도 내어 싸보았다. 향긋한 깻잎 한 쌈, 부들 까끌한 호박잎 한 쌈, 고소한 케일 한 쌈, 달달한 양배추 한 쌈, 아쉬우니 상추도 한 쌈. 아이는 거부감 없이 한 입에 맛보고는 엄지를 척 날려 주었다.
"엄마 어렸을 적에도 할머니가 자주 해주시던 거야." 엄마의 할머니가 호박잎을 잔뜩 주시면 엄마의 엄마가 내어주던 여름의 맛.
더운 여름 떨어지던 입맛을 된장의 간간함과 제철 채소의 푸릇함으로 채워주던 소박하지만 가득한 그 맛.
아들아, 너도 나중에 한껏 더웠던 이 여름을 떠올렸을 때 오늘을 한가득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아 이게 여름의 맛이었지'. 할 수 있는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