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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doc] 준비기-0. 연구실/그룹 서칭

by 다정한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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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포닥의 길로 가기로 마음먹은 이후, 내가 해야할 것들은 너무나 명확했다.


포닥 준비를 위한 필요한 스텝!!


1. 연구실/그룹 서칭

2. CV/Cover letter 작성

3. Contact 메일 보내기


오늘은 연구실/그룹 서칭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적어볼까한다.


연구실/그룹 서칭


먼저 내가 어디로 포닥을 가고 싶은지는 아마 학위과정을 하면서 논문 리뷰하다보면 자연스레 선두그룹이 어딘지 정도는 다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몇가지의 기준을 가지고 그룹마다 점수를 메겨보면 좋다.


랩실 output: 그룹의 연구 방향성, 논문 실적, 그룹 커뮤니티+국내/해외 취업 alumni

지역/날씨: 미국/캐나다/유럽인지 날씨는 한국보다 좋은지

합격 가능성: 학위과정동안 작성한 논문/특허의 실적,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스토리가 그들에게 매력적으로 들릴지 고민해봐야 함.

교수님 인성: 교수님의 인성이 파탄나면 포닥기간동안 내내 고통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함.

랩실 분위기: 랩실 분위기가 서로 끈끈한지 혹은 개인플레이하는지.


1. 랩실 output

결국 포닥은 실적이기 때문에 단기간의 output을 낼 수 있는 곳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다. 해당 그룹에서도 큰 research topic가 있고 small research topics가 여러개로 나뉠텐데, 서로 synergy가 나는지를 생각했다. 내가 지금 포닥으로 있는 교수님은 inorganic materials, battery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Na ion battery, Li ion battery, DRX cathode 등 application을 작은 소주제로 separate해서 그룹별로 연구를 진행하신다.


또한 논문을 낼 때, 평균적으로 어느정도 급의 논문을 publish하는지 가늠을 해봐야한다. 내가 지금 포닥으로 있는 교수님은 기본적으로 nature, science : nature 자매지급 : ACS, npj 계열의 비율로 보자면 1:6:3 정도로 실적이 정말 좋았다. 만약 한국을 돌아오더라도 실적만큼은 정량적으로 밀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네트워크다. 포닥을 하러가는 가장 큰 이유는 연구 실적도 중요하지만 다른 international researchers과 친목을 쌓고 좋은 네트워크에 들어가기 위함이다. 따라서 서로 협력적이고 촘촘한 네트워크인지를 alumni와 내부 정보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워낙 대가 그룹이라 교수님의 제자들이 교수/회사 임원이 되고, 그 교수의 제자들이 또 다른 교수나 회사의 임원이 되는 걸 알고 있어서 고민도 하지 않았다.


2. 지역/날씨

지역은 왠만하면 영어권일 것이다. 그보다 내 생각엔 미국이냐 아니냐를 먼저 고민했다. 사실 나는 캐나다로 포닥을 가려 했었다. 하지만 다른 박사님들이나 교수님들의 조언을 첨언하자면, "한국은 아직 미국을 선호한다." 였다. 실제로 다른 유럽이나 캐나다, 호주의 유명한 학교에서 포닥을 하는 것 보다, 미국에 어떤 학교, 교수님 밑에서 포닥을 했는지가 더 중요하게 먹힌다. 임용을 직접 해본 것은 아니지만, 현재 깔려있는 교수님들의 출신들을 보자면, 95%는 거의 미국일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입장이었기에 나는 다른 유럽이나 캐나다 말고는 미국을 선택했다. 추가적으로 캐나다에서도 미국으로 인재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굳이 미국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결국 포닥은 합법적인 비자를 가지고 2-3년 정도 살러가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날씨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본인이 어떤 날씨를 선호하는지 보다는 비선호하는지를 파악하는게 은근 도움되는 기준이었다. 나 같은 경우는 보스턴과 샌디에이고에 학회로 출장을 간적이 있는데, 미국 동부와 서부의 날씨를 모두 체험하고나서는 무조건 서부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날 천날 연구만 하고 있지는 않으니, 아내와 시간도 보내고 여행도 좀 다니면서 이 포닥이라는 시간을 더 값지게 쓰려면 날씨가 도와줘야했다.


3. 합격 가능성

나 같은 경우는 워낙 research topic이 독특하기도 하고, 전문 인력이 없어서 한군데만 지원했지만, 보통의 지원자분들은 여러 그룹으로 CV와 cover letter를 동시에 보낸다. 운이 좋으면 여러 그룹에서 인터뷰 보자고 할 것이고, 인터뷰에 맞는 자료도 다 맞춤으로 준비해야한다. 생각해보면 정말 가고 싶은 그룹이 있을텐데, 이 그룹에 몰두해서 준비해야지 다른 애매한 그룹들에도 신경이 뺏긴다면 선택과 집중에 실패해서 정작 기회를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가고 싶은 그룹과 합격 가능성을 스스로 판단해서 정리했었다.


그래서 주변 포닥분들을 경험적으로 봤을 때, 하나만 걸려라 하는 식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가고 싶은 곳과 합격 할 것 같은 10군데 미만으로 추려놓고 잘 준비해서 기회가 왔을 때 잡는 편이 선택과 집중하기 더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준비하면서 가장 염려되었던 부분이 "영어 스피킹 정말 못하는데 괜찮을까?" 였다. 오히려 영어 실력보다는 과학적 커뮤니케이션이 되는지를 중점적으로 보니 research skills만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4. 교수님 인성

결국 나도 사람이기에, 안그래도 포닥은 힘든 시기인데 교수님까지 파탄나면 못 버틸거라 생각했다. 생각보다 대가들 중에 인성 파탄나서 인격 모독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소문들을 들으면, 과연 난 실적만을 위해 버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했을 때, "Never"였다. 나는 한국에서 교수님 랩실 출신이 1분 계셔서 많은 자문을 구했고, 혹시 몰라서 현재 학생으로 있는 외국인들에게 linkedin으로 무작정 연락해서 물어봤다. 가끔은 이런 저돌적인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5. 랩실 분위기

혹여나 교수님이 극대노해서 나를 힘들게 할지라도, 랩실 사람들이 따수운 사람들이라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랩실 분위기가 좋으면 서로 놀러도가고 친목도 다지면서 네트워킹도 할 수 있고, 후에 정말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영어 스피킹 느는 건 덤! 내가 지원한 그룹은 점심시간은 각자 먹고 바로 일한다고 하지만, 행사가 있으면 모두 참석하는 분위기라고 하니 랩실 분위기는 좋아보였다.




이러한 복잡한(?) 기준을 가지고 나름 깐깐하게 생각해서 한군데를 지원했는데 운좋게 합격했다. 그래서 나의 시간도 아끼고 에너지도 아낄 수 있었다. 물론 포닥을 더 지내봐야하지만 현재까지는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다. 혹시나 나중에 생각이 바뀐다면 새로 글을 적어보는 것으로 하고, 다음엔 CV와 cover letter 작성하는 부분을 이야기 해볼까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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