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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미고 Feb 25. 2022

인공지능과 끝말잇기

인명구조로 바쁜 시리는 시답잖은 질문 따윈 원천 차단하지

신사 AI 광고를 보다가 심심해서 아이폰 인공지능 시리에게 끝말잇기를 시도했다.


“시리야, 끝말잇기 하자.”

“좋아요. 제가 먼저 시작할게요. 마귀광대버섯.”


급하게 ‘섯불리’라 외쳤지만 묵묵부답이다. 맞는 맞춤법은 ‘섣불리’다. 심지어 끝말잇기에는 인정 안 되는 부사라 이미 진 게임이었다.


다시 한번 시도했다. 이번엔 ‘과녁’이란다. 두음 법칙을 적용하나 싶어 ‘역사’라 대답했지만 시리는 인정해 줄 생각이 없는지 답이 없다.


또 시도했다. 이번엔 ‘해 질 녘’. 이 정도면 끝말잇기 안 하겠다는 소리다. 이젠 내가 눈치 없이 귀찮게 군 건가 싶은 마음이 든다.


“시리야, 끝말잇기 하자. 내가 먼저 시작할게.”


혹시나 이번에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끝장단어로 시작해 버릴까 봐 다급하게 내가 먼저 하겠다 덧붙였다. 그랬더니 시리는 완곡하게 끝말잇기를 거부해버린다. 애초에 질 확률이 있는 게임은 시작도 안 하겠다는 건가.


정말 공부가 더 필요한 거.. 맞니?

                                                 

이번엔 운세를 물어봤다. 오늘의 운세를 물었더니 올해는 운세가 좋다 한다. 다시 물으니 올해는 뒤로 갈수록 운세가 좋아진다 한다. 집요하게 올해 말고 ‘오늘’의 운세를 물으니 점괘는 점쟁이한테 가서 물어보란 답이 나왔다.


아무래도 인공지능에게 점과 운세는 아직 영적인 영역인가 보다. 그래도 운세가 재수 없다는 소리를 했으면 기분이 영 찝찝했을 텐데 덕담을 해주니 다행이다. 시리 개발자는 틀림없이 낙관주의자일 게다




요새 애플 워치는 소비자의 공포에 소구 하는 광고를 뿌리고 있다.


검은 숲과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는, 마치 미드의  장면 같은 풍경을 무감하게 보여주면서 인공지능의 내레이션이 깔린다. 자전거를 타다 전복되어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자 추락 감지, 긴급구조요청(SOS calling) 기능을 탑재한 애플 워치가 911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소유자의 위급한 상태를 알리는 내용이다. 심지어 사고 지점의 정확한 위경도와 구조자 탐색 반경까지 자동으로 계산해서 알려주니 신통할 따름이다.


Bob B의 의식이 돌아왔는지는 안 알려준다.


또 다른 하나는 사고로 강에 빠져 자동차에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 애플 워치로 911 신고를 하고, 구조대원과 통화하는 실제상황이 레코딩된 광고다. 물에 빠졌으면 휴대폰은 이미 침수되거나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테니, 다행히 손목에 워치를 차고 있어 무사히 신고를 하는 것은 꽤 설득력 있어 보인다.


나는 비록 산악자전거를 타본 적이 없고 운전을 하다가 물에 빠질 확률을 극히 낮지만, 내 손목에 워치가 있다면 만의 하나 닥칠 재난에 나쁠 것도 없겠다. 이대로 애플 광고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곧 내 손목에도 하나 채우고 말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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