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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오나PYONA Jul 13. 2022

'존엄'에서 답을 찾은 나의 백수생활

책 <존엄하게 산다는 것>을 읽고

이 책을 만난 건, 아니 이 책을 볼 수 있게 '독서모임'이라는 것을 생전 처음 시작할 수 있었던 건 감히 운명일지도 모르겠다는 벅찬 마음을 잠시 밝히며.



9년의 직장생활을 급작스럽게 마무리하며 맞이한 무계획 백수생활이 어느덧 8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나는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을 야속해하며 지난 시간동안 남은 게 과연 무엇이었는가를 들여다보았다.


사실, 이렇게 길게 쉬어본 적도 없고 이렇게 오래 쉴 줄도 몰랐지만, 절대 안정과 휴식이 필요했던 건강상태였기에 주위 사람들은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무의미한 건 못 참는 '생산성 추구 인간'인 탓에 자꾸만 그 8개월의 시간을 '뭉치'로 보게 되고 외적으로 남은 성과가 없음에 자주 자책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결코 헛되지 않은 지난 시간을 보내왔음을 이제야 확신했고 그동안 애썼다고 고생많았고 지금 잘 가고 있다고 인정 받은 기분이 든다. 계획 없이 아무 모양으로 나아가고 있는 줄 알았던 여정이 '존엄'이라는 이름의 방향으로 이어져오고 있었고 나만의 새로운 커리어를 위해 방법을 찾는 이 시점, 사회에 홀로 설 때 내가 어떤 사람으로, 어떤 일로 자립해야 하는지 방향성도 함께 찾은 것 같다. 혼자 고민했다면 절대로 하지 못했을 확신을 이 책으로 해낼 수 있어 놀랍고 신기하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동기부여 매개를 만나는 건 진정한 행운이다.



예전부터 생각한건, 나는 자아가 강하다라는 거였다. 나만의 철학이라 해야 할지, 적어도 '이렇게는 해야지!'라는 소신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나다움', '인간다움'에 대한 의식 수준이 유별나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


그래선지 직장생활 하면서는 크고 작은 부침을 경험하기도 했다. 차분하고 묵묵하게, 또 야무지게 일하는 사원인거 같으면서도 어느 포인트에선 무언의 반대 의사나 자기 주관을 표시하는, 직장인 결이 안맞는 의문의 사원.


차분하게 일하는 모습도 내 진심이 맞고, 갑자기 곤조를 부리는 모습도 내 진심이 맞다. 보편적인 직장인 마인드와는 조금 다르게, 지위와 권력에 나를 뭉개기보다 신념을 지키는 쪽의 선택을 해왔던 것 같다. 근데 그걸 이 책에서는 우리가 따라야 할 '존엄'이라고 표현해준다... (당황) 하지만 내가 경험한 조직 안에서는 때론 '틀린'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거기서 오는 상처도 여러 번이었다. 회의감도 늘 찾아왔다.


'내가 직장생활을 잘못하는 걸까? '

'정말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는 걸까?'

'그럼에도 조직에 있어야 하니, 나를 없애고 이 안에서 융화를 해야 하는 걸까?'


건강 이상으로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나는 그간 등 따숩게 해주던 월급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했고 아직은 다소 춥다 여겨지지만, 탈 직장인의 세상을 아주 조금씩 '찍먹'하고 있는 동안 나는 내가 절대 잘못되지 않았다고,  틀린 사람이 아니었다고 증언해주듯 정말 놀랍고도 멋진 사람들 먼저 만나게 해 주었다.


자신의 시간을 갈고닦으며 자기계발하는 삶이 당연한 사람들,

진심으로 누군가가 잘 되기를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사람들,

기꺼이 자신의 것을 내어주고 나누며 '공헌'하는 사람들.


이 세상에 과연 있을까 했던 사람들이 존재했다. 아니 가득했다.

도대체 난 그동안 어떤 세상에서 누구와 함께였던 걸까.


존엄하기 위해서, 인간다움을 깨닫고 실천하기 위해서

우리는 존엄의 길을 혼자 배울 수 없고 혼자 갈 수 없기에 함께여야 한다.

그렇기에 내 주위에 누가 있는지는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독서모임에서 함께할 이들과의 시간도 괜히 더 기대되는지 모르겠다)



의식하지 않는 인간은 그저 나약하다. 이제는 '의식'하고 '생각'하며 사는 삶이 결코 쉽지 않은 세상이 되어버려서 간신히 하루를 살고 버텨내는 것에도 아낌없이 칭찬해주는 게 미덕이 될 정도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우리는 치열하게 나다움과 인간다움을 고민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 고민이 당연함이 아니라,  '선택'으로 여기기에, 또는 '사치'로 여기기에

여태 겪는 모든 문제들이 늘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존엄한 사람이 되기를 추구하며 적극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게 숙제일 거다.

나로 인해 당신이 지금의 삶을 다시 바라보기를 기대하며.


지금 다시 나의 8개월을 다시 돌아본다.


지금의 나는 

예전보다 훨씬 더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명확히 알게 되었다.

또, 스스로를 잘 돌봐야 함이 중요한 것을 깨달았기에

귀찮던 운동을 꾸준히 하고 이왕이면 더 건강한 양질의 식사를 챙겼다.

한때는 풀 메이크업과 반듯한 정장을 입지 않으면 나가지도 못했지만

이제는 민낯도, 쌩손톱도, 헐렁한 티셔츠와 바지가 더 익숙하고 편하다.


나에게 진심으로 집중하고 내실을 기하는 노력은

자연스럽게 주위 사람들 가족, 친구, 동료를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변하게 했다.


불필요한 물건도 사람도 과감히 정리하니 

진짜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남기며, 그것에 더욱 소중함을 느낀다.


나이가 어쩌구~ 신분이 어쩌구~ 하며 이유를 달던 것들에 눈치 안 보고

내가 진짜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에 진심을 다하게 됐고 

독립은 했지만 안일했던 집안 살림에도 하나씩 최선을 다해보니 

저절로 환경에 관심이 커지고 친환경적인 삶, 인간다운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5시간의 대화 끝에 들은 말.

"지은아. 오늘 계속 느낀게, 너 정말 성장한 거 같아 그동안. 정말 좋아 보인다."


'생산성 추구 인간'에게 또다른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진짜 중요하고 소중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거라고 했는데

알면서도 왜 그동안 보이는 결과만 연연했을까.


다시 한번 더 멀리, 더 크게 바라보며 

'의식'하고 '성찰'하는 삶을 얻은 것에 감사한다.


이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 백수생활 더 없지!

이 모든 걸 존엄이라는 가치로 연결 지을 수 있게 된 이 책과, 이 글들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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