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 Jul 29. 2022

밥 한 끼 '때웠다고'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소중함과 고단함이 어우러진 집밥.

식사를 앞두거나, 식사 후에 이렇게 표현할 때가 있다. '한 끼 뭘로 때우지?', '밥 한 끼 대충 때웠다.'라고. 화자에 따라서는 의미의 경중이 다르지만 나의 경우 '때운다.'라는 의미를 가벼이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밥, 식사, 음식의 중요성을 더욱 깊게 느끼고 있다. 배는 고픈데 몸이 너무 피곤하거나 긴 외출을 하고 집으로 와서 먹을 만한 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리 집은 거의 외식을 하지 않는다. 그 흔한 배달앱도 식구 세 사람 모두 없다. 그렇다고 100 퍼센트 집밥은 아닌 것이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한 콩국수가 먹고 싶다거나, 먹고 싶지만 내 실력 밖의 음식은 거리가 좀 멀어도 찾아가는 노력을 하면서 먹기도 하니까 말이다. 또 그렇다고 대부분 내가 차려주는 집밥이 훌륭해서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안 먹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식사 패턴이 습관처럼 자리 잡았기 때문에 식구 세 사람 모두가 더욱 집밥을 원하고 있는 듯하다. 그 와중에 고등학생인 아들은 방과 후에 친구들과 국밥을 먹으러 다니거나 중국요리를 즐기기도 한다. 거기까진 엄마인 내가 간섭하지 않기로 했지만 집에서 먹는 것만큼은 가끔 잔소리를 발사할 때가 있다.


결혼 전, 결혼을 하고도 친정어머니께서 아이를 돌봐 주실 때까지만 해도 퇴근하면 차려진 밥 한 끼를 먹으며 접시 하나하나에 담긴 수고를 정말 1도 느끼질 못 했다. 냉장고에 보관돼 있던 밑반찬 통에서 반찬 꺼내서 접시에 옮긴 게 전부라고만 생각했고, 하루 종일 사람들한테 시달린 내가 하는 일이 세상 힘든 일이라고 느끼며 밥상의 구성이 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나는 제공받아도 된다고 느꼈으니까.


친정어머니의 도움으로부터 독립을 하고 4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처음 6개월 정도는 정말이지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퇴근해서 식사 준비하고, 밥 먹고 나면 내일 먹을거리를 어느 정도 준비해놔야 출근 시간이 조금 덜 바쁘기에 또 움직이게 되고...... 살기 위해 먹을거리를 고민하는 건지, 먹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건지 살짝 헷갈리기도 했다. 청소며 세탁은 남편이 담당하고, 주방만 오롯이 내 몫이었는데, 고되다고 투정하면서도 외식할 생각, 배달시켜 먹을 생각은 식구 세 사람 모두 하질 못했다. 미련해서 그랬다고 생각했지만 요즘 들어 다시 느끼는 게, 특별하고, 거창한 음식은 없었지만 친정어머니의 수고 덕분에 우리 식구는 그렇게 식습관이 자리 잡혔기에 바깥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을 뿐이고, 아들 표현대로 김치랑 먹어도 집밥 먹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제는 어머니의 손길이 없는 살림살이에 어느 정도 내공이 쌓였기에 주말 하루는 일주일 먹거리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해두고, 평일에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머리로 계산을 잘하는 편이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밥 한 끼 차려내는 것이 결코 간단치만 않다는 점, '때운다.'라고 표현하며 가볍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김치, 김, 두부구이, 된장찌개, 나물 비빔밥, 양배추 절임...... 우리 집 단골 메뉴다. 단출한 듯 하지만 그 속에 들어간 정성과 수고는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헤아리기 어렵다. 또 습관이 되면 화려하고, 단짠단짠 한 맛의 외식, 배달 음식보다 훨씬 낫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