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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Dec 21. 2022

나에게 주는 선물, 휴식

어제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니 시계는 새벽 4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세상에나 새벽 2시 30분 아닌가. 물론 이틀 모두 전날 저녁에 9시, 10시 조금 넘어 잠든 탓에 그 시각에 눈떠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만 더 강한 이유는 따로 있다. 돌아오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휴가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계획을 세우진 않았지만 휴일에 이어 3일 휴가라는 사실에 마음이 편해서인지 이른 시각에 눈을 뜨고 하루 활동을 다 하고 나도 피곤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당초 계획은 1박 2일 "서울 구경"을 다짐하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획한 전시를 관람하는 게 큰 목적이었는데 "냉동고 한파"라는 표현까지 동원될 정도로 서울이 춥다기에 따뜻한 부산에 50년 가까이 살아온 나로서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또 한 가지는 몇 년 전부터 부산 추위에도 뒷목이 뻣뻣해지는 경험을 하고 있기에 겁이 나기도 했다. 그래서 휴가의 콘셉트는 "나를 위한 시간"임을 잊지 않고 마음이 가는 대로 지내볼 작정이다. 단, 토요일과 일요일의 일상 루틴은 챙기기로 한다.




새벽 2시 30분. 시각을 확인하고서 억지로 다시 잠을 청했다. 5시 까지는 좀 더 자둘 셈이었다. 어제 이른 아침에 통도사에 가서 108배를 하고 왔는데 기분이 너무 상쾌해서 일요일인 오늘도 새벽 일찍 다녀오고 싶었기 때문이다. 종교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작년 이맘때쯤, 승진 인사를 앞두고 긴장된 마음을 다스려 보려고 주말 새벽에 통도사를 찾았는데, 어둠이 채 가시자 않은 그 시각에 생각지도 못한 많은 사람들이 법당에서 예불드리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그저 조급한 마음을 잠시나마 다스려보려고 나선 나와는 다른 사뭇 진지한 모습의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나도 그 틈에 끼어 법도도 모른 채 합장하고 스님의 독송과 목탁 울림을 귀로 들으며 몇 배인지도 모를 절을 했다. 삼십여 분 정도 지났을까. 힘들기보다는 명상을 끝낸 것처럼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후로 108 염주를 구입해서 집에서 요가 매트를 깔아놓고 108배를 하는가 하면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에 시간이 허락되는 날에는 아침 일찍이 통도사로 가서 산사의 맑은 공기를 느끼며 108배를 했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그 엉켜있는 상태를 제자리로 돌려놓으려 할 때, 내가 선택한 방법은 쓰기나 읽기의 정적인 것과 산책이나 드라이브였다. 그리고 그 방법은 누구와 함께가 아니라 나 혼자서 하기를 원했다. 우연히 접하게 된 108배는 좀 더 활동적이지만 그 몰입감은 산책이나 드라이브 보다 훨씬 강력했다. 그러다 보니 체력적으로 수고스럽더라도 기꺼이 산사를 찾아가서 아니면 집에서 하게 된다.




두 곳의 직장을 거치면서 내년이면 햇수로 28년째 직장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여유로운 척, 괜찮은 척하는 겉모습과 달리 업무적으로 소심하고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피곤함에 대하여 해를 거듭하면서 내공이 쌓이면 자연스레 해결될 부분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단순하게, 간결하게 바라보려고 마음먹어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예전 같았으면 가까운 누군가를 붙잡고 말로 쏟아내거나 약하지만 맥주 1캔 벌컥거리며 마시면서 취기로 해소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퇴근 후 가족들에게 그 잔여 감정의 화살이 날아가기도 했다. 그러한 해소의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래도 된다고 확신했던 내가 부끄럽기 그지없다.


미흡한 점이 여전히 남아있긴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내 마음을 읽어 줄 수 있을 것 같고, 달래줄 수 있을 것 같다. 그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노력해야 함을 안다. 여러 방법 중 하나는 내 몸과 마음이 잘 쉴 수 있도록 나를 배려해주고 돌봐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산책도 좋고 읽고 쓰기도 좋다. 몰입해서 완성하는 108배도 좋고, 무계획이라서 더욱 편안한 휴가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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