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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Dec 03. 2022

아들, 뭐가 먹고 싶니?

엄마가 다 해줄게.

"엄마, 수업 마쳤어. 배고파. 저녁은 뭐야?"


아들 K는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하지 않는다. 방과 후 학원 수업을 듣고 집에 와서 학습을 한다. 학교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간식과 과일을 먹고 좀 쉬었다가 학원 수업을 받으러 간다. 빨리 마치는 날은 저녁 9시, 늦게 마치는 날은 밤 11시. 마치고 나면 어김없이 공복 상태임을 설명하고 무엇을 먹을 수 있는지 기대 섞인 목소리로 물어본다.


근무 중 점심식사를 하고 나면 회사 인근에 있는 L마트에 종종 간다. 일주일치 식재료는 주말에 다 준비해 놓지만 K가 먹을 저녁 식사에 대해서는 일과 중에 떠오르는 게 있으면 그날그날 만들어 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메뉴가 무궁무진한 건 아니다. 정해진 메뉴 안에서 먹었던 것을 잊을만하면 만들어 주기에 웬만해서는 "또 먹어?" 하는 컴플레인은 없는 편이다. 아빠를 닮아서인지 반찬 투정은 없지만 본인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에 대한 의지는 표현하는 편이다.


"아들, 오늘은 연어초밥이야. 괜찮아?"

"좋아요. 어마마마."

대답을 기다리기까지 1, 2초는 살짝 긴장된다. 가끔, 아주 가끔은 "음......"하고 뜸 들이는 경우가 있는데, 썩 내키지 않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내 "알았어."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때는 '어마마마'가 없다.


너무 힘 쏟아붓지 마라, 배달시켜도 된다......

내가 힘들까 봐 주변에서 가끔 던지는 말들^^

하지만 하루 종일 학교에서 학원에서 머리 써 가며 공부하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면 식사 한 끼 준비하는 수고는 비할바가 못 된다. 아이는 얼마나 힘들겠는가.


10년 전, 승진 시험공부할 때 나는 하루에 4끼를 먹었다. 아침, 점심, 퇴근 후 도서관으로 가서 공부하다가 저녁. 11시에 집으로 돌아와 다시 야식. 그리고 공부. 배가 부르도록 식사를 해야 집중이 잘 되었기에 특히 저녁은 신경 써서 많이 먹었다. 저녁을 먹고 서너 시간 집중해서 공부하다 보면 도서관 직원이 11시임을 알리며 퇴실할 것을 안내한다. 그러면 또 거짓말처럼 허기를 느꼈다. 집중해서 공부할 때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그때 실감했고, 그 에너지가 온전히 학습 집중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행함으로써 수반되는 스트레스도 에너지 고갈에 한몫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힘든 수험생활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는 아이를 위해 엄마인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거듭해봐도 하나는 잘 챙겨 먹이는 것과 또 하나는 아이의 힘듦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과 언행이라는 두 가지로 압축되었다. 이렇게 마음먹기까지는 영어 학원을 운영하는 친구의 조언이 컸다.

"고등학생들 말이야, 공부하는데 체력도 무시 못한다. 그러니까 너는 K가 먹는 것만큼은 부족함 없이 해 주고, 엄마인 네가 없어도 배고프면 전자레인지 버튼만 누르면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냉동 핫도그나, 냉동 피자를 항상 구비해 놔."

"집에서 공부 가지고 애한테 잔소리하지 마라. 애들은 이미 학교, 학원에서 충분히 스트레스받고 오는데, 집에 왔더니 부모까지 잔소리하면 스트레스 게이지가 어마 무시하게 올라간다. 좀 답답해도 지켜봐 주고 먹는 거 많이 신경 써 주고. 그거면 충분하다."

20년 가까이 입시학원 강사로 일했고, 그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친구의 조언에 더 붙일 것도 뺄 것도 없이 그러겠노라고 했다.


K.

엄마의 요리실력이 대단한 건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볼게. 늘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 그런 너를 위해 메뉴 고민을 늘 하긴 하는데, 당최 가짓수가 늘어나질 않는구나. 내일은 볶음 쌀국수 하려고 숙주 하고 목이버섯도 구입했단다. 내일 낮에 우리 맛있게 해서 먹자. 항상 너를 응원해.


백반 정식 버전. K는 계란말이를 좋아한다. 


볶음 쌀국수. 블로그 보면서 소스도 직접 만들어 볶아줬더니 맛있다고 잘 먹는다.


우리 가족 최애 메뉴 오일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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