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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Aug 06. 2023

통도사 가는 날

어제 그리고 오늘, 승용차로 30여분을 달려 통도사로 향한다. 금요일 저녁에 생각했다. '이번주부터는 108배도 두 번, 참선 시간도 5분 늘려보자.'라고 말이다.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나의 아침 기상은 보통 오전 5시 30분을 전후로 이루어진다. 주말에는 조금 더 자려고 해도 이제는 몸이 기억하고 눈을 자연스레 뜬다. 알람시계는 그저 거들뿐.

하늘을 향해 아침기도를 하고, 아이가 일어나면 먹을 수 있도록 주먹밥을 준비한다. 그리고 나갈 채비를 한다.

전날 준비해 놓은 108 염주 꾸러미와 신분증, 카드, 혹시 모를 약간의 현금, 자동차 키를 훌렁한 사각형 가방에 넣은 다음 조심스레 현관문을 여닫고 나선다.


"종교를 가지고 있나요?", "무교입니다."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나요?", "무교입니다."


나는 종교에 대한 뜻이 없다. 거부감도 없다.

나의 친정언니가 종신서원한 수녀님이고, 시어머니는 석가탄신일이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법당 좋은 자리에 연등을 달아놓는 불교신자 이시지만 나는 그들을 그저 바라보며 내 도움이 필요한 때에만 합당하다고 생각되면 기꺼이 도울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주말이면 고속도로를 타면서 까지 통도사로 향하는 것일까.

왜 그곳에서 108배를 하고, 참선을 하고 있는 것일까.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다 좋아서.


금요일 저녁 잠들기 전에 가방 준비하기.

내가 절에 있을 동안 일어날 식구들 아침 준비하기.

집을 나서는 아침 여섯 시 삼십 분 즈음 세상의 고요함 느끼기.

운전하면서 느끼는 날씨, 하늘 보며 기분 좋아지기.

통도사 입구에서부터 주차장까지 이어지는 소나무길 느끼기.

주차장에서 법당까지 걸어가면서 매미소리, 새소리 듣고 설레어하기.

사람들 발길 뜸한 영산전 법당에서 반가부좌 자세로 앉아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기.

정성스레 108배 올리기.

다시 호흡에 집중하기.

집으로 돌아오며 출출하면 산채 비빔밥 먹기.


이 모든 과정이 그냥 다 좋다.

주 동안 복잡했던 머리도, 고단했던 몸도 이 과정을 통해 휴식과 충전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계절과 자연이 주는 혜택을 느끼고, 참선과 108배를 통해 나의 내면과 마주하며 나를 이해할 수 있다.


물 흐르는 듯한 마음을 가지고 싶어서 어설픈 흉내를 내며 참선과 108배를 시작한 지 벌써 3년이 다 돼간다.

매주 로또 당첨 숫자 발표 기다리듯 토요일, 일요일을 기다리며 기분 좋은 상상을 한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파란 하늘과 흰구름, 그리고 영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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