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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과 운치의 나라, 불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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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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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소
Oct 31. 2022
릴라 수도원 가는 길 그리고 낯선 곳에서의 소확행
불가리아의 인심에 감동받다.
불가리아 여행 둘째 날이다.
오늘은 공항에 들러 자동차 렌트를 하는 날이다.
어제 하루는 두 다리로 걸으며 수도 소피아 구도시의 유적지와 명소를 열심히 찾아다녔고 오늘부터는 차를 빌려 불가리아의 여러 도시를 방문하기로 했다.
렌트를 해서 첫 운전을 하는 데 다행히도 소피아 도심에서 외곽으로 빠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걱정했던 것 보다 복잡하지 않은 거리와 많지 않은 차들이 낯선 곳에서 운전해야 하는 우리 마음의 부담을 조금은 덜어주었다.
역시 이곳에서도 1차선은 추월선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듯 대부분의 차들이 1차선을 비워두고 여유 있게 다닌다.
약 1시간 남짓 달려 조용한 시골 마을 판차레보(pancharevo)에 도착했다.
넓은 호수가 있는 마을이라 마음까지 편해진다.
판차레보(pancharevo)마을 풍경과 호수
이 마을을 방문한 이유는 마을에 있는 반야(Banya)를 가기 위해서였는데 반야는 온천수로 된 공중목욕탕을 의미한다.
반야 입구
반야의 내부와 이용료
하지만 한국에서도 대중탕을 가지 않는 내가 낯선 나라를 방문해서 막상 대중탕에 들어가려니 왠지 쑥스럽고 낯설어 결국 내 고집으로 가족탕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곳 마을 사람들이 우리 부부를 신기한 듯 쳐다보는데 그러기도 할 것 같다.
시골 작은 마을에 동양인들이
반야를
이용한다고 왔으니 우리를 쳐다보는 눈길들이 멈추질 않는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안내원과 한참을 이야기한 결과 가족탕은 1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안내해주시는 분을 따라 가족탕에 가니 커다란 욕조 하나와 샤워시설, 그뿐이다.
삭막한 분위기에 조금은 실망했는데 더 큰 실망은 물이 미지근하다는 것이다.
온천 지역인데 왜 물이 미지근한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영어로 소통할 수도 없으니 물어 볼 수도 없고...ㅠㅠ
하지만 이미 선택을 한 상태라 취소할 수도 없어 욕조에 미지근한 물을 가득 채워 몸을 담그고 쉬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용기 있게 대중탕을 이용할 걸 그랬나?
얼떨결에 들어간 불가리아에서의 하맘은 나의 기대와 만족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새로운 문화를 접해볼 수 있었다는 사실로 만족하기로 했다.
온천에서 머문 탓인지 배가 촐촐하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spring mall'에 들렀는데 우리나라의 백화점과 비슷한 곳이다.
유명 브랜드의 가방 매장과 화장품 그리고 고급 브랜드의 옷들과 가구들, 그리고 음식점들이 4층까지 들어서 있다.
우리는 점심식사로 소고기 라자냐와 닭고기구이, 그리고 양배추 샐러드와 주스를 주문했는데 단지 15레바(한화 12,000원)로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무척 기분이 좋다.
매장 안에는 사람이 많지 않고 가게 안에도 손님이 없는 곳이 많은 걸 보니 역시 이곳 불가리아도 코로나의 타격으로 경제가 어려워진 듯싶어 마음이 좋질 않다.
Spring Mall 내부와 점심
이제부터 항공 액티비티를 하러 'SKYDIVE SOFIA'로 가는 길..
남편은 스카이다이빙을 하기로 했고 나는 엔진으로 움직이는 행글라이더를 타기로 했다.
하지만 그곳으로 향하는 길이 점점 심상치 않다.
파랗던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금세 세찬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일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하지만 목적지를 20여분 남기고 다시 돌아갈 수가 없어 우리는 일단 체험 장소까지 가보기로 했다.
막상 도착하니 비는 그쳤고 파란 하늘은 점점 그 면적이 커진다.
하지만 여전히 바람이 불고 있어 체험은 어렵다며 취소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이왕 이곳까지 왔으니 커피도 마시고 이곳을 구경하고 가라고 한다.
그녀의 말대로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는데 우리처럼 스카이다이빙을 하러 왔다가 바람이 잔잔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남자가 보인다.
영국인인 그는 일 년에 3~4번씩 스카이다이빙을 하러 이곳에 온다고 하는데 가족은 영국에 두고 직장이 소피아에 있어서 혼자 이곳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얼마나 좋아하길래 일 년에 서너 번씩이나 스카이다이빙을 하는지 놀랍다.
한국과 영국의 이야기를 하고 안부를 묻고 직업을 묻고 그리고 취미 생활에 대해 이야기고 있자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잠시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이게 웬일일까?
거센 바람이 잦아들더니 직원이 스카이다이빙을 할 수가 있다고 안내를 한다.
남편은 몹시 좋아하며 흥분을 한다.
난생처음으로 경험하는 스카이다이빙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타기로 했던 행글라이더는 운행이 어렵다고 하는 바람에 나는 하는 수 없이 비디오카메라와 사진기를 들고 남편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과 착지하는 모습을 담아 보기로 했다.
슈트를 입고 비행기에 오르는 남편의 모습이 행복해 보이고 아주 늠름하다.
과연 남편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늘을 보며 걱정을 하는데 내 옆에 있는 직원분이 괜찮을 거라고 나를 안심시켜 준다.
5-6분 정도 지났을까?
4000미터 항공에서 점 하나가 아래로 내려온다. 남편이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다. 기분이 어떨까!! 도무지 상상이 안 간다.
낙하산과 함께 무사히 착지하고 씩씩하게 걸어오는 남편의 모습이 너무 멋지고 자랑스럽다.
영국인 제임스와 하늘에서 내려온 남편
남편은 스카이다이빙을 한 후 몇 시간 동안이나 그 느낌과 감각을 잊을 수 없다면서 조금 전에 만나 이야기 나누었던 영국인이 스카이다이빙을 왜 자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나라면 겁이 나서 엄두도 못 냈을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남편의 대단한 용기와 몇 시간 동안 그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행복해하는 남편이 무척이나 부럽다.
스카이다이빙을 마치고 기념품으로 받은 보라색 티셔츠에는 아주 멋진 말이 쓰여 있었다.
"Don't worry about the fear. Worry about the addiction. "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기념으로 받은 이 셔츠를 보며 남편은 이 문장이 아주 적절한 표현이라고 누차 얘기하면서 이 티셔츠를 여행하는 동안 자주 입고 다녔다. ㅎㅎ
이제 오늘의 마지막 방문지 ‘릴라 수도원(Rila Orthodox Monastry)’을 향해 출발했다.
불가리아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는 릴라 수도원은 릴라 산맥에 위치한 정교회로 927년 이반 릴스키에 의해 세워졌다.
12,13세기에는 불가리아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지만 오스만의 침공 후에는 한동안 운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도원 안에 있는 복합 건축물들은 불가리아가 외세의 지배를 받던 동안에 불가리아의 언어, 문화를 소장하는 역할을 수행했었다고 하니 릴라 수도원은 불가리아인들에게 있어서 여러모로 중요한 주춧돌 역할을 했음에 틀림없다.
릴라 수도원 가는 길은 서서히 가을로 접어들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마을을 거쳐 가는 길... 집집마다 포도덩굴이 마당에 가득가득하다.
그러고 보니 불가리아의 시골 마을의 집 정원엔 과수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작은 크기의 사과나무는 길가에도 널려있다. 그런데 가정마다 포도 덩굴도 꽤 많다. 이래서 와인과 과일주가 유명한가 보다.
담장 너머로 늘어져 있는 포도덩굴과 대문을 덮고 있는 포도송이들이 금방이라도 따서 먹고 싶을 정도로 탐스럽다.
몇 년 전 와인으로 유명한 조지아를 방문했을 때는 계절이 봄이라 이런 탐스런 포도송이는 볼 수 없었는데 불가리아에는 때를 맞추어 온 덕인지 집집마다 사과나무와 포도송이가 탐스럽게 맺어있다.
길가 나무의 색들도 조금씩 누렇게 변해가고 있다. 이제 가을이 오나보다.
대부분 수도원을 찾아가는 길은 높고 좁은 산길을 한참 동안 운전을 해야 했는데 릴라 수도원은 운전하기 어려운 길은 아니다. 대로는 아니지만 잘 닦여있는 한적한 도로를 한참 달려 도착하니 깊은 숲 속에 웅장하고 멋진 수도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릴라 수도원 가는 길과 수도원 입구
스카이다이빙을 오래 기다려서 한 탓에 릴라 수도원에는 늦은 오후 5시가 돼서야 도착했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 사진과 동영상으로 볼 때는 릴라 수도원에 칠해진 흰색과 붉은색들이 주변 자연환경과 동떨어진다고 여겨 이질감을 느꼈는데 실제 와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깊은 산속에 이토록 아름답게 단장한 수도원이 있을 수 있나 싶다.
릴라 수도원 전경
수도원 내부에 들어가니 무척이나 성스러운 분위기다. 마침 수도원 내에서는 막 예배가 시작되고 있었는데 우리도 예배를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릴라 수도원 내부 입구와 내부 모습
수도사의 성스러운 목소리로 낭송을 한 후 몇 명의 수도사들이 함께 성가를 부르는데 그 울림이 마치 하늘에서 들리는 듯 한 목소리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내 가슴에 스며든다.
그런데 예배를 보는 중 사제 한 분이 연기가 나는 물체와 함께 강한 향을 풍기는 무언가를 들고 교회 내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다가오시는 것이다.
우리 곁에도 오신다. 나도 모르게 존중의 표시와 함께 고개를 조아리게 된다.
내 주변을 스치고 지나간 향이 한참이나 강하게 남는다.
나의 오감에 각인될 독특한 경험을 했다.
우리는 수도원 내에 ‘라파엘의 십자가’로 불리는 유명한 십자가를 찾아보려 이곳저곳 찾아보았지만 그 십자가는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약 30분 이상을 예배 장소에 함께 있었지만 끝이 날 줄 모르는 예배에 우리는 밖으로 나와 수도원 경내와 주변을 산책했다
예배당 맞은편 건물은 숙소로 이용되고 있는 곳이다.
아름다운 색들과 독특한 디자인이 어울려 아름답고 조화롭다.
숙소 베란다는 물론 수도원 정원에도 빨간 꽃들의 화분이 전시되어 수도원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아기자기하고 편안한 그리고 아름다운 수도원이다.
오스만이 지배했을 당시에도 이 릴라 수도원만은 정교회를 인정해주었다고 하니 그럴 만도 했겠다는 생각이다.
수도원 안에는 기념품을 파는 조그만 가게가 있어 들어가 보았는데 나무로 된 액자들과 귀엽게 만든 팔찌, 성화들이 선보이고 있어 나는 조그마한 액자를 하나 샀다.
오후 6시가 되자 수도원 종탑에서 종이 울린다.
릴라 수도원 종탑
산 전체에 조용히 은은하게 퍼지는 종소리가 맑고 깨끗하다.
릴라 수도원에 한참을 머물려 마음을 정화시켰다.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수도원이다.
하지만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고 이제는 숙소를 향해 떠나야 했다.
숙소로 향하는 마을들의 집마다 마당에는 포도나무가 심어져 있고 지금은 수확철인지 포도송이들이 그득하다.
담장 너머로까지 내뻗은 가지와 포도송이가 무척이나 먹음직스럽다.
심지어는 사람이 걷는 길까지 포도넝쿨이 드리워져 있어 여름이 되면 그늘이 만들어지고 집 밖으로 나와 벤치에 앉아 있을 수 있도록 멋진 쉼터도 만들어 주니 매우 좋은 생각이다.
마을 집집마다 풍성한 포도넝쿨이 드리워져 있는 모습
오늘 우리가 머물 숙소는 'stob'라는 숙소인데 이 숙소에서 머물고 간 사람들의 평이 좋아 선택한 숙소이다.
숙소 입구부터 내 마음에 쏙 드는 무척 아름다운 집이다. 넓은 정원에는 역시 사과나무와 포도나무가 많다.
본인을 Peter라고 소개하는 숙소 주인은 우리를 무척이나 반갑게 맞아주며 정원을 소개해주고 그 자리에서 직접 사과와 포도를 따준다.
정원에서 막 딴 청포도
청포도를 먹어보라며 나무에서 덥석 따 주는데 탐스런 모양만큼 맛도 기막히다.
집에서 기르는 청포도를 직접 따서 맛보기는 처음이다.
사과나무에 매달린 사과도 크기는 작지만 맛은 아주 좋다.
집집마다 과일나무들이 있으니 보기도 좋을 뿐더러 마음도 풍요로와지고 무엇보다 싱싱한 과일을 바로 따 먹을 수 있다는 선물같은 상황에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와 비교가 되어 무척이나 이들이 부러웠다.
Peter는 우리가 머물 방을 안내를 했는데 가장 높은 3층의 방이다.
방 앞의 발코니에 나가보니 한눈에 보이는 스토브(Stob)마을의 전경이 소박하고 아름답다.
Peter는 숙소의 정원 한쪽에 수영장이 있다며 저녁 먹기 전에 수영을 하라고 한다.
귀엽고 자그마한 수영장인데 다행히 그렇게 추운 날씨가 아니라 우리는 어두워질 때까지 수영을 했다.
몸에 닿는 차가운 물이 몸과 마음을 기분 좋고 상쾌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숙소의 특별한 매력은 침대에 누우면 하늘을 볼 수 있는 창이 있다는 것인데 한밤이 되어 별을 보니 그야말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낭만의 극치였다.
숙소 정원의 과일 나무들과 수영장
저녁식사를 위해 Peter가 직접 해주는 저녁 요리를 주문했다.
불가리아 와인과 샵스카 샐러드, 미트볼, 케바체...
친절하고 상냥한 주인의 마음처럼 요리 솜씨도 뛰어나다.
정원에 차려진 훌륭한 저녁식사...
우리와 함께 옆 자리에서 식사를 한 소피아에서 왔다는 이반 부부와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잭키 찬과 쿵후를 좋아한다는 이반은 남편과 포즈를 취하며 함께 사진도 찍는다.
숙소 주인도 합석 그리고 낯선 게스트와 함께한 초가을밤 성대한 저녁식사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밤 10시가 넘어 우리는 내일 세븐레이크의 등산이 걱정되어 일찍 헤어져야 했다.
Peter는 우리를 위해 샌드위치를 싸주겠다고 한다.
어찌 이렇게 친절할 수가....
이 숙소를 다녀간 사람들이 왜 그렇게 칭찬을 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아름다운 숙소에서 좋은 사람들과 만나니 훨씬 행복하다.
오늘 경험한 모든 순간들이 새롭고 신선한 기분 좋은 하루였다.
내일은 날이 좋으려나 보다.
침대에 누우니 천장에 난 창으로 보이는 별들이 까만 하늘에 수를 놓고 있다.
참 아름답다.
내일도 오늘만큼만 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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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품격과 운치의 나라, 불가리아
01
고대 로마를 지하에 품고 사는 도시, 소피아
02
릴라 수도원 가는 길 그리고 낯선 곳에서의 소확행
03
릴라(Rila) 산이 우리에게 남긴 것.
04
사람도 풍경도 아름다운 마을, 파자르드직!
05
역사 깊은 현대 도시 플로브디프(Plovdiv)
품격과 운치의 나라, 불가리아
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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