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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깡촌 네아 스키오니를 떠나다

그리스 비치 호핑투어로 그리스 여행을 마감하다

by 담소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는 네아 스키오니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어 오늘은 동쪽으로 가 보기로 했다.

동쪽도 아름다운 해변이 많다기에 해변들을 둘러보며 마음에 드는 곳에서 수영도 하고 쉬었다 오기로 했다.

다행히 요 며칠은 날씨가 춥지 않아 바다에 몸을 담글 수 있다.



동쪽 마을로 가는 시골길도 여전히 아름답다.

그리스 시골길을 운전하는 내내 오가는 자동차도 거의 없어 마치 우리만 다니는 길 같은 느낌도 들었다.

약 10여분 운전하니 마치 산골마을의 숲 속 도로를 달리는 느낌이다.


그리스 하면 보통 바다를 떠올리지만 산 역시 아름답고 바다 못지않게 멋진 장관이 펼쳐진다.

잠시 주차를 하고 언덕을 조금 오르기로 했다.

기대하지 않고 들어갔는데 우리 앞에 펼쳐진 경관이 장관이다.

무성하게 우거진 올리브 나무들 외에도 다양한 나무들이 촘촘히 심어져 멋진 경관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비가 내려도, 눈이 내려도, 날이 맑아도 멋진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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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풍경을 매일 보며 지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잠시 꿈꾸다 내려왔다.



드디어 'Chrouso beach'라는 해변에 도착했다.

해변 주변의 숲 속 곳곳에 멋진 리조트가 들어서 있고 그 리조트 끝에 아름다운 해변이 펼쳐져 있다.

해변으로 아침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보이고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려는 그들에게 다가가 이곳이 스쿠버 다이브 하기에 좋으냐고 물었더니 물의 흐름이 좋아 훈련하기에 괜찮다고 한다. 장비를 꼼꼼하게 준비를 하고 드디어 바다로 들어간다.

겉에서 봐도 투명한데 바닷물 속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싶다.

삼 년 전 튀르키예의 '케메르'에서 했던 스쿠버다이브의 짜릿했던 그 순간이 떠올려지며 미소가 지어진다.

해변을 잠시 걷다가 다른 비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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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uso beach



운전한 지 오 분도 안되어 '페프코호리(Pefkohori)'마을의 '골든 비치(Golden beach)'에 도착했다.

화면 캡처 2025-01-02 140313.png Golden beach

한적한 해변에 넓게 드리워진 모래, 바닷물이 수정처럼 맑다.

골든 비치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바다색이다.

해변 옆에는 오래된 소나무들이 우거져 숲을 이루고 있어 마치 숲 속을 산책하는 기분도 든다.

한국의 서해안에서도 바다와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있던 해변이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해변을 따라 이어진 소나무 길이 너무나 아름다운 해변이다.

바닷가 숲 속 산책이다.


이곳은 차로 해변까지 올 수 있어 편리했고 바다 앞에는 소나무가 우거진 평평한 넓은 숲이다 보니 나무들 사이사이 빈 공간에 캠핑카를 몰고 와 며칠 씩 휴가를 보내는 가족들도 많다.

나무들끼리 끈을 묶고 그네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물놀이도 즐기며 한가로이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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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성수기부터는 아름답고 편안한 이 해변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쉴 장소를 찾기가 힘들다고 한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즐기려면 성수기는 피해야 할 것 같다.

정말 볼 수록 평화롭고 아름다운 비치다.

바닷물이 깨끗해 물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데 바닷속에 커다란 돌덩이처럼 보이는 게 길게 드리워져 있다.

바위나 돌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돌이 아니라 시멘트였다.

아니 바닷속에 웬 시멘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마치 도로인 양 길게 바닷속에 펼쳐져 있는 모습이 무척 신기하고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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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아마 이 시멘트는 과거 마을 길 포장도로였는데 세월이 흘러 바닷물에 잠긴 채 남아있는 흔적일 거라고 한다.

정말 그렇다면 바다가 마을을 삼킨 걸까?

정말 신기한 모습이다.


우리는 바닷가 소나무 숲 속을 걸어 약 10여분 걸어 골든 비치 옆에 있는 Lagoon beach(라군 비치)에 도착했다.

마치 연못처럼 막혀 있는 비치다.

생물들로 물을 정화시키는 작용도 한다는 라군(lagoon), 그래서 그런지 이 바닷가는 물이 다른 해변보다 깨끗하지 않고 라군이라는 지형덕에 이곳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두 개의 비치가 전혀 다른 독특한 비치들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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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군 비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우리는 Pefkochori 마을에서 기로스와 수블라키 그리고 커피를 포장해 조금 전에 들렀던 Golden beach로 다시 향했다.

아름다운 바닷가와 소나무 숲이 있는 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돗자리를 깔고 커피와 기로스, 수블라키를 펼친다.

이제 음악을 곁들이면 완벽한 우리의 힐링 타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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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고 아름다운 바다, 선선한 바람과 따뜻한 햇볕 그리고 조용한 음악까지 어울린 지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Golden beach에서의 golden time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를 눈에만 담고 있기에는 아쉬움이 생겨 결국 우리는 바다로 향했다.

서늘한 바람에 따가운 햇살...

바다에서 수영을 하기엔 조금은 망설여지는 날씨이기도 했지만 우리는 바다에 몸을 담그기로 했다.

몸에 느껴지는 알싸한 추위...

햇빛에 데워진 바다 표면은 따뜻했지만 바닷속 물은 차갑다.

하지만 바닷물에 일단 몸을 담그면 추위는 사라진다.

수영도 하고 몸을 계속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오히려 물 밖으로 나가기 싫어지는 게 바다 수영이다.

넓고 잔잔한 아름다운 바다에 몸을 잠시 맡겨 본다.

몸에 닿는 바닷물이 날 간지럽히는데 부드러우며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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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힐링 후 숙소로 오는 길에 또 다른 비치를 들러보기로 했다.

도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지는 게 바로 그리스다.

역시 그리스는 해변의 풍경도 각양각색이다.

우리가 방금 전에 머물렀던 골든비치는 자연을 그대로 선물한 비치라면 'Long island beach'는 북적거리는 화려한 해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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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사장에서 선탠을 즐기는 사람들, 해변 앞 북적이는 레스토랑, 그리고 바다 주변엔 화려한 고급 리조트들이 가득 들어서 있다.

이 해변의 바닷물도 투명할 정도로 맑고 깨끗하지만 조금 전 우리가 머물렀던 golden beach 해변 경치에 비할 수는 없다.

golden beach와의 거리가 불과 몇 분 거리인데 해변 분위기가 무척 다르다.

그런데 해변 모래사장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이가 많아 보인다.

아마 이곳은 퇴직 후 사람들이 휴가를 보내기 위해 방문하는 마을인 것 같다.

남편도 내년이면 퇴직...

우리는 그때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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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 island beach



서서히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날이 맑으니 노을도 예쁠 것 같아 며칠 전 가보았던 view point hill(노을 전망대)에 갔다.

하지만 너무 기대를 많이 했던 걸까?

낮동안 맑은 하늘이 계속되어 멋진 노을을 볼 수 있길 기대했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많아져 멋진 노을은 볼 수 없었다.

그리스에 머무는 동안 예측이 안 되는 날씨를 참 많이도 경험했다. 하지만 어쩌랴...

먹구름 사이로 조그만 실처럼 새어 나오는 붉은 기운만 느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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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를 마치고 내일이면 떠날 네아 스키오니의 조용한 밤 분위기를 느끼러 저녁 마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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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마을을 걸으며 이곳에서 보낸 일주일을 되짚어 본다.

우리가 계획했던 완벽한 휴가였다고는 할 수 없지만(계획과는 달리 수영을 이틀밖에 못했기 때문이다.) 좀처럼 누리지 못했던 계획 없는 느린 삶과 무계획 여행을 경험했다.

오히려 남편은 여행 중에도 이렇게 여유 있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 더 좋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우리 부부의 여행은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다 소화해야 하는 바쁜(?) 여행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도시에서 한 달 살기를 할 때도 우리는 계획을 세워 알찬 한 달 살기를 했고 짧은 여행기간에도 바쁜(?) 여행을 했다. 그래야 보람을 느끼고 만족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알차고 바쁜 여행만이 여행의 맛은 아닐 진대...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틈이 보이는 여행도 필요한 것 같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Kassandra 섬마을 이곳저곳을 다니며 재밌는 시간을 보냈지만 바쁨이 아닌 느긋함으로 무척 여유 있는 일주일을 보낸 느낌이다.

숙소에 있을 때에는 영화도 보고 낮에는 주로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도 읽고 글도 썼다.

동네 아이스크림 가게에 자주 들러 아이스크림과 간식도 사 먹고(그새 단골이 되었다.) 해 질 녘엔 산책과 드라이브를 하며 작은 항구마을에서 잔잔한 일주일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벌써 이젠 이곳을 떠날 시간이다.


우리에게 네아 스키오니(Nea Skioni)는

조용하고 깨끗한 항구마을,

오월이면 재스민 향기로 뒤덮이는 마을,

다양한 봄 꽃들이 꽃길을 만드는 아름다운 마을로 기억될 것이다.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이 글은 2024년 5월 그리스 여행 중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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