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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자연 환경과 친해지다.

그리스 세레스 마을에서 호수탐방과 승마를 하다

by 담소

그리스 네아 스키오니를 떠나는 아침,

우리는 그리스의 마지막 마을, 세레스(Serres)의 (케르키니 호수) Kerkini lake를 보러 출발했다.


할키디키를 떠나기 전 우리는 특별한 장소(Potidaea)에 잠시 들러가기로 했다.

이곳은 할키디키 반도 세 손가락입구의 끝지점에 있는 곳으로 비잔틴 시대에 만들어진 유명한 운하가 유명한 곳인데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바다색의 운하와 고대 유적지를 구경하고 싶어서이다.

스크린샷 2025-01-05 160925.png 초록색으로 칠해진 부분(Potidaea)

배가 다니도록 하기 위해 육지를 파서 수로를 만들어 운하가 된 것인데 운하 사이를 오가는 배들도 보인다.

또한 이곳에는 고대 요새 성벽과 도리아식 무덤 유적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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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양옆의 연안 산책로를 따라 동쪽 해변에는 아늑한 카페가 늘어서 있고, 서쪽에는 해산물 요리를 선보이는 전통적인 부둣가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은 한적하지만 멋진 Nea Potidaea해변은 아름다워 성수기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것 같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나를 놀라게 한 건 바로 바다의 색이었다.

모래가 있는 곳엔 투명한 모래가 보이다가 점점 푸른색으로 변하더니 갑자기 진한 코발트색으로 변해있다.

넓지 않은 수로에 이렇게 아름다운 색들이 한꺼번에 나타나있는 게 무척 아름답고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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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지나가려면 깊이가 깊어야 하므로 바다색이 진한 코발트색으로 변한 것이다.

마치 옥비녀를 길게 늘어뜨린 것처럼 얇은 옥색띠의 바다가 갑자기 사파이어의 진한 코발트 색으로 변하는데 물은 수정처럼 맑다.

사진으로 찍어보니 실제 보는 것과는 달라 대신 눈에 오래 담아두고 떠나기로 했다.



Serres마을에 도착하기 전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시골마을'chimarros'에 잠시 들렀다.

워낙 작은 시골마을이라 문을 연 식당을 찾아 여기저기 다니는데 카페에 앉아 있는 동네 할아버지들이 낯선 동양인을 처음 보듯 모두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린다.

이 마을의 카페는 동네 사랑방처럼 할아버지들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드디어 문을 연 작은 식당을 찾아 들어갔는데 우리를 위해 남겨진 빵은 고작 두 개뿐이었다.

이미 거의 팔린 빵들로 미안하다는 듯 친절한 그리스 젊은이가 우리를 살갑게 맞았는데 정성스럽게 빵을 구워주고 커피를 내어준다.

갓 구워져 나온 빵이라 맛도 아주 좋은데 친절한 응대에 마음이 편해진다.

점심식사를 하는데 마을에 유독 새소리들 많이 들려 둘러보았더니 마을 전봇대 위에 큰 둥지들이 많다. 알고 보니 황새의 둥지였다.

숲 속도 아닌 마을에 다양한 새소리들이 울려 신기했다.

시골 카페에서의 짧은 시간이지만 기분 좋은 점심 식사를 하고 오늘의 목적지로 향했다.



드디어 불가리아 국경 근처 Kerkini lake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케르키니 호수(Lake Kerkini)는 그리스 중부 마케도니아에 있는 인공 저수지로, 1932년에 만들어졌으며 극도로 광대한 습지대였던 자리에 1980년 재개발된 곳이다.

이곳은 생태환경과 관련된 국립공원인데 호수 주변을 돌며 많은 생물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우리도 주차를 하고 호수가를 따라 생태탐방로에 들어섰다.

총 13km의 제방길을 돌아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약 3km 정도를 걷다가 돌아 나와야 했다.

그 이유는 우리가 걷는 탐방로 곳곳에는 체험을 위한 나무 오두막집이 지어져 있었는데 오랜 기간 관리를 안 한 탓인지 모두 허물어지고 더구나 호수 주변으로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호수를 직접 볼 수도 없었다.

더구나 이 탐방로는 사람들이 오래도록 다니지 않은 이유에서인지 우리는 걸어가며 직접 거미줄을 헤치고 걸어야 했다.

때때로 어디선가 잠자리 떼들이 나타나 우리와 함께 동행을 했는데 신기한 건 우리가 걸으면 우리 주변을 윙윙 돌다가 또 우리가 걸음을 멈추면 바로 잠자리들이 땅에 내려앉아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 없던 이곳에 모처럼 나타난 우리와 함께 동행하고 싶다는 뜻인가? ㅎㅎㅎ

이런 현상을 처음 본 우리는 다시 똑같은 행동을 해보았더니 잠자리도 역시 똑같이 행동을 한다.

이게 무슨 일일까?

비록 탐방로 완주는 못했지만 3km를 걷는 동안 수십 마리의 잠자리 떼들과 심심치 않게 걸을 수 있었다.

신기한 체험을 했다.


목적지까지 잠자리들과 동행 후 우리는 차를 타고 호수 댐이 있는 남쪽으로 향했다.

호수에 두척의 배가 보여 우리도 타볼까 싶어 그곳으로 향했는데 오늘은 초등학교의 현장학습 날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교대로 보트를 타는 중이었는데 운이 좋게도 아이들과 함께 타도 좋다는 선장의 친절에 배에 올라 호수 탐방을 할 수 있었다.

배가 출발하자 선장이 아이들에게 설명을 하는데 너무 고맙게도 선생님 중의 한 분이 선장의 설명을 영어로 우리에게 통역을 해주겠다고 하신다.

한마디도 못 알아듣는 그리스 말을 영어로 설명해 주니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이 호수는 놀랍게도 인공호수라고 했다.

13km 제방을 쌓고 댐을 건설해서 만든 인공호수였던 것이다.

호수의 직경이 18km, 둘레가 60km나 된다고 한다.

여름에는 물이 훨씬 더 많이 차올라 많은 종류의 철새가 오는데 선생님(Rosanna)이 말하길 그리스에서 가장 많은 새들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라고 한다.

펠리컨, 황새를 비롯해 수십 종류의 새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고 이곳에는 수 백 마리의 버펄로도 살고 있어 이 호수는 유명한 생태 관광지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호수 뒤의 마을은 호수보다 낮아 마을의 오염수가 이 호수로 들어올 수 없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이 호수가 항상 깨끗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 호수 주변엔 인공적인 게 전혀 없다.

집들도, 건물도 전혀 없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깨끗한 생태 관광지가 된 것 같다.

열심히 설명을 해준 로잔나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우리나라 전통기념품을 선물했는데 무척 좋아하니 우리도 덩달아 행복하다.

참 고마운 사람이다.



호수 탐방을 마치고 우리는 오랜만에 말을 타러 갔다.

몇 년 전 그리트 크레타 섬에서 말을 타고 산에 오른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리스에서 타게 된다.

약 1시간 30분 정도 말을 타며 호수 주변과 산을 둘러볼 계획이다.

말 농장에 도착했더니 몇 년 전 크레타에서처럼 이번에도 비수기라 저렴한 group tour가격으로 private tour를 하게 되었다.

우리를 가이드해 주는 사람은 파키스탄인으로 19세의 핫산이었다.

젊은 나이에 낯선 나라의 시골에 와서 돈을 버는 핫산이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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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말을 타고 먼저 조금 전 방문했던 호수(Kerkini lake)로 향했다.

호수 주변을 거니던 말이 호수로도 들어간다.

말을 타고 물로 들어가는 건 처음인데 짜릿했다. 이어 수십 마리의 검은 버펄로가 있는 곳에 우리를 데리고 온다.

핫산에게 버펄로가 위험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괜찮다며 아주 순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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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바로 버펄로 옆을 지나가도 꿈적도 않는다.

호수에는 조금 전에 보았던 새들도 앉아있다.

그런데 말이 신났는지 넓은 초원을 뛰기도 한다.

덩달아 우리는 달리는 말을 타게 되었다.


호수 주변에서 약 오십여분 탔을까, 이제는 말이 산으로 방향을 바꾼다.

좁고 경사가 급한 산길을 말들은 잘도 올라간다.

그런데 내가 탄 말이 배가 고픈지 자꾸 나뭇잎을 먹으려 해서 애를 먹었다.

한 두 번 먹게 놔두었더니 계속 먹으려고 갈 길은 가지 않고 멈춘다.

계속 움직이라고 몸통을 발로 세게 두드리고 고삐도 당겨보지만 말을 잘 안 듣는다.

내가 만만하게 보였나? ㅠㅠㅠ

말을 타고 넓은 초원과 호수를 달리고 산길을 올라 높은 곳에 도달하니 기분이 무척 상쾌하고 새로운 기분이다.

자연과 함께 한 행복한 시간이었다.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 한 핫산과 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우리는 이제 국경을 넘어 불가리아 반스코(Bansko)로 가기 위해 '비로니아(Vironia)'마을로 향했다.



이 글은 2024년 5월 그리스 여행을 하며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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