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의 수도 '말레 Malé'에 도착하다.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나 한잔 할까?"
엉터리지만 무척 인상 깊은 영화 대사다.
'몰디브에 가서 모히또 한잔 할까'라는 정확한 대사보다 더 재치 있고 많은 걸 함축하고 있는 문장이다.
우리는 이 의미심장한(?) 대사를 쫓아 인도양 한가운데 떠있는 몰디브로 출발했다.
말레 공항에 도착 전 비행기 창문을 통해 본 바다에 떠 있는 수많은 아름다운 섬들이 'Welcome, This is Moldives!'라고 말해주고 있다.
오직 몰디브에서만 볼 수 있는 바다 풍경이다.
벌써 마음이 설렌다.
드디어 인천공항 출발 쿠알라룸푸르 경유 몰디브(Moldives)의 수도 '말레(Malé)'에 도착했다.
몰디브는 인도 남쪽 인도양에 위치한 섬나라로 무려 천오백여 개가 넘는 섬들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맑고 청명한 아침 눈부신 햇살 속으로 입국한 말레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감탄 그 자체였다.
공항 문을 나서자마자 바로 눈앞에 펼쳐진 비취색과 코발트색의 깨끗한 바다풍경은 무척 새롭고 신비감마저 느끼게 했으며 그리고 흥분으로 다가왔다.
세상에...
어느 도시의 공항 풍경이 이랬던가.
니스가 이랬던가? 아니다.
니스 공항도 바다에 근접하고 있지만 문을 열고 나오면 번잡한 도시일 뿐이다.
하지만 이곳은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금방이라도 바다에 들어가 몸을 담글 수 있을 정도로 공항 맞은편에 맑고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져 있다.
'역시 몰디브'라며 남편도 감탄한다.
이렇게 몰디브 여행의 첫 시작은 우리에게 강렬하고 신선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우리가 이곳에 머물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몰디브의 여러 섬들을 방문하며 멋진 바다에서 실컷 즐기고 싶어서다.
몰디브의 바다는 다른 곳과 비교해 확연히 다르다.
형용할 수 없는 오묘한 색과 청명, 호수 같은 잔잔함, 그리고 몰디브 섬의 독특한 분위기는 그 어느 곳과도 견줄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길 몰디브 여행은 값비싸고 화려한 리조트에서 머물며 극진한 대접을 받는 여행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그런 여행도 있다.
하지만 리조트에서만 머물다 오는 여행은 아름답고 독특한 몰디브만의 섬 분위기를 느낄 수 없을뿐더러 또한 하루 숙박비가 몇 백만 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리조트에서 묵는 그런 럭셔리 여행은 우리 부부가 추구하는 여행이 아니기에 우리는 약 열흘 간 이 섬 저 섬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바다와 조용한 섬에서 우리의 휴가를 마음껏 즐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바다 수영을 좋아하는 우리는 언제라도 바다에 들어갈 수 있는 바다 옆 호텔에 머물면서 조용하며 깨끗하고 맑은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 걸 꿈꿔 왔는데 몰디브가 바로 우리의 꿈을 이루어 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몰디브에서 머무는 동안 우리는 네 개의 섬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Male, Gulhi, Maffushi 그리고 Graidhoo이다.
이 중에서 제일 먼저 찾아갈 섬은 '굴히'이며 그 섬에서 나흘을 머물기로 했다.
그곳까지는 Public Ferry를 타고 가기로 했는데 내일 오후 3시에 출발하는 터라 우리는 남아있는 시간 동안 몰디브의 수도 말레를 구경하기로 했다.
오전인데도 강렬한 햇살은 선글라스와 모자 그리고 선크림을 가방에서 꺼내게 만들었다.
그늘에 들어가면 무척 시원한 바람이지만 햇살은 말할 수 없이 뜨겁다.
공항을 나와 우리는 시내로 가기 위해 공항 셔틀 보트를 이용해야 했는데 이것 또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약 십여 분 후 선착장에 도착해 굴히 섬으로 가기 위한 티켓을 미리 구매하기로 했다.
굴히에 가는 배를 타는 장소도 같은 장소라는 직원의 말에 마음이 놓인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 굴히섬에 가기 위해서는 이곳과 반대쪽에 위치한 선착장에서 출발한다는 정보를 마주한 터라 한참 이동을 해야 하나 싶어 걱정했는데 한시름 놓았다.
사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굴히의 숙소까지 speed boat를 이용한다. 약 20여분 걸리는 편리한 보트지만 가격이 퍼블릭 페리보다 스무 배가 넘는 가격이다.
우리는 빠르고 편리한 스피드 보트대신 저렴하고 느리게 가는 퍼블릭 보트를 이용하기로 했다.
바쁠 것 없는 여유 있는 일정에 몰디브에까지 와서 굳이 서두르며 바쁘게 움직일 이유가 전혀 없으니 말이다.
퍼블릭 보트로 굴히 까지 가는 시간은 약 1시간 50분 정도다.
굴히로 들어가기 전, 남은 시간 동안 말레 이곳저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조금 걸으니 깨끗하게 지어진 'King salman mosque'가 나타났는데 모스크의 외관이 인상적이다.
몇 년 전 튀르키예의 어촌 마을, 악차코자에서 보았던 독특하고 현대적인 외관의 모스크를 연상시킨다.
마치 멋진 바다를 상징하듯 파란색과 하얀색이 어우러진 모스크가 이색적이다.
그렇다. 몰디브는 이슬람국가였다.
몰디브의 국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슬람과 자연을 상징하는 초록색, 이슬람교의 상징인 초승달을 국기에 그려 넣고 있다.
따라서 돼지고기도, 술도 금지되어 있는 나라다.
멋진 풍경에 취해있던 나는 모스크를 만나고 나서야 몰디브가 이슬람 국가임을 알았다.
모스크 구경을 마치고 걸으니 모스크 옆 도시 한가운데 바다에서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한낮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인지 많은 인파가 바다를 즐기고 있는데 특히 아이들이 많다. 그 와중에 간혹 보이는 여성들은 온몸을 옷으로 가린 채 바다를 즐기고 있다.
아무리 더워도 여성들은 짧은 옷을 입을 수 없는 이슬람의 규율, 심지어는 바다에서 수영을 할 때도 피부가 드러나지 않은 상의와 하의를 입어야 하니 얼마나 불편할까 싶다.
따라서 몰디브를 방문하는 관광객들도 '비키니 구역(Bikini Zone)'이라고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는 피부가 많이 드러난 짧은 상의와 하의를 입는 건 이 나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했다.
도시를 걸어 다니는 동안에도 차도르와 니캅을 착용하고 다니는 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낮의 뜨거운 더위에도 옷을 자유롭게 입을 수 없고 돼지고기는 물론 술도 입에 댈 수 없는 나라, 몰디브...
삶의 방식이란 참 다양함을 이곳에서 또 느낀다.
조금 더 걸으니 파도가 제법 큰 해변이 나타나는데 그곳에서는 서핑을 즐기는 남자들이 보인다.
방금 전 방문했던 비치와 멀리 떨어진 해안이 아닌데도 이곳은 큰 파도를 볼 수 있어 신기했다.
바다 바로 위에 길게 지어진 다리가 눈에 띈다.
'china Malé bridge'라는 이름인데 다리를 건설할 때 중국에서 많은 투자를 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말레에 중국인들이 꽤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이 작은 섬나라까지 중국인들이 점점 자리를 차지하는 듯싶어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 든다.
거리를 걷는데 아름답게 가꾸어진 정원이 보인다. 공원인지 사유지인지 몰라 슬쩍 들여다보는데 안내하는 분이 우리를 보고 손짓하며 들어와 구경하라고 한다.
입장료가 있겠다 싶었는데 무료라며 둘러보라고 한다.
'lonuziyaarnraiy'라는 공원인데 부르는 이름이 무척 길고 어렵다. ㅠㅠㅠ
도시 안에 있는 조용한 이 공원은 많은 나무와 다양한 꽃들로 채워진 아름다운 공원이었다.
이곳저곳 걸어보는데 규모도 제법 커 걷다가 잠시 벤치에 앉아 더위를 식히기로 했다.
공원을 방문하는 사람 없는 조용한 이 공원에서 잠시 평화로운 시간을 가져본다.
아직 몰디브에 와 있다는 실감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낯선 곳에 있다는 느낌과 분위기는 체감하지만 지금부터 시작인 몰디브 여행이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무척 궁금하고 설렌다.
공원을 나와 조금 더 걸으니 독특한 실외 수영장이 눈에 들어와 들어가 보았다.
바다를 부표로 막아 수영을 할 수 있도록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수영장인데 서너 개의 풀이 만들어져 있다. 심지어 레인도 설치되어 있다.
현지인 남성 두서너 명이 수영을 하고 있는데 남편도 바로 바다로 들어가고 싶은지 망설이는 걸 내가 막았다.
곧 아름다운 섬에 들어가 마음껏 할 수 있는데 굳이 이곳에서 할 필요가 있을 듯싶어서였는데 남편은 많이 아쉬운가 보다.
그런데 사실 나도 그곳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장시간 비행에 이어 오래 걸었던 탓인지 허기를 느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녀보지만 쉽게 눈에 띄는 식당이 없다.
한참을 찾아다녀서야 조그마한 식당에 들어가 몰디브 전통음식인 'mashuni'와 빵 그리고 커피를 주문했다.
mashuni는 난과 화덕에 구운 얇은 빵 그리고 참치를 잘게 다져 양념한 음식이 함께 제공되는 음식이었는데 몰디브의 대표적인 메뉴라고 한다.
처음 먹어보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아주 맛나다. 그리고 함께 온 coffee 맛이 기가 막히다.
거품 낸 우유에 원두가 올려진 커피로 직접 원두를 저어 먹어야 하는데 원두와 우유의 조화로운 맛이 일품이다. 고소함과 부드러움이 잘 어우러져 지금까지 내가 맛본 커피맛을 능가할 정도다.
기분 좋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또다시 말레 투어를 이어갔다.
말레의 이동수단은 동남아시아와 비슷하게 오토바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고 좁은 길을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인다.
몰디브 인구의 70% 이상이 말레에 거주한다고 하니 복잡하고 어수선한 게 당연하다 싶은데 특히 말레는 도로가 넓지 않아 차를 운전한다는 게 무척 쉽지 않아 보인다. 주차할 장소를 찾는 것도 꽤나 어려워 보인다.
거리마다 빈 공간이 보일 때면 오토바이를 세워놓기 때문에 인도를 걷기에도 불편함을 느꼈다.
거리를 걷다 보니 한국인을 위한 작은 사무실도 보인다. 공식적인 업무가 아닌 말레에 사는 한국인들끼리 서로 돕는 그런 역할을 하는 장소인 듯 보인다.
그래도 이렇게 먼 곳에서 한글을 볼 수 있어 기분이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흥분시키는 건 바다 한가운데 바다에 둘러싸인 도시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짜릿하다.
비록 도로는 좁고 복잡하지만 고개만 돌리면 깨끗하고 청명한 바다를 볼 수 있고 바로 바다로 뛰어들 수 있으니 그야말로 바다 한가운데 있는 거대도시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무서운 사실은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 위의 도시가 약 200년 후에는 수몰된다고 하니....
슬프고 섬뜩하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리조트 투어를 하기위해 'Saii lagoon resort'로 향했다.
바로 바다로 뛰어들어 갈 수 있는 물 위에 떠있는 객실 즉 '오버 워터 빌라(overwater villa)'에서 묵었더라면 좋았을 테지만 하루 몇 백만원하는 곳에 숙소를 정한다는 건 낭비라고 여겨져 대신 이 리조트를 하루 투어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이 리조트는 'The Marina at Crossroads Maldives'가 연결되어 있는 곳으로 말레에서 보트로 불과 15분 거리에 있다.
리조트에 들어와 산책을 하니 멋진 건물들과 말끔하게 단장되어 있는 식물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근사한 풍경을 우리 눈 앞에 선보인다.
역시 근사한 곳이다. 근데 이 리조트에만 머물기에는 조금 답답할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리조트 해변에 도착해 그늘 아래 선베드에 자리잡고 누워 아름다운 경치도 감상하면서 바다 수영도 하고 실외수영장을 오가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말레 투어를 끝낸 우리는 아름다운 섬 '굴히(Gulhi)'로 갈 준비를 했다.
이 글은 2024년 10월 몰디브를 여행하며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