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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푸시(Maafushi)에서 보낸 꿈같은 시간들

몰디브 마푸시 섬에 도착하다.

by 담소

굴히에서 배로 약 20여분 떨어져 있는 섬, 마푸시(Maafushi)에 도착했다

아마 몰디브로 여행을 오는 관광객 대부분 이곳 마푸시를 방문한다고 한다.

공항에서 가깝기도 하거니와 많은 호텔과 레스토랑들이 많아 편리함과 함께 휴양하기에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다소 활기차게 북적대는 섬을 원한다면 바로 마푸시다.


마푸시에 도착하니 듣던 대로 우리가 머물렀던 굴히 섬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오가는 사람들도, 요트들도 많고 바닷가 주변에 세워진 호텔들도 규모가 꽤 크고 많다.

바다를 보며 떡하니 버티고 있는 거대한 호텔들로부터는 위압감마저 느껴진다.

한적하고 소박한 섬, 굴히와는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섬이다.

거리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오는 커다란 음악소리, 높이 솟은 호텔 건물들, 레스토랑과 다양한 가게들...

그리고 많은 관광객들, 특히나 눈에 많이 띄는 젊은 중국인들....

남편과 나는 벌써부터 굴히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고 난 후 노을이 질 즈음 해변으로 나와 수영을 하기로 했다.

해 질 즈음이면 굴히의 바다는 한적하고 고요했는데 마푸시의 해변은 한적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물며 바다도 굴히에 비하면 아름다운 바다는 아니다...ㅠㅠㅠ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호텔 근처 레스토랑을 찾아보는데 레스토랑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메뉴는 찾기 힘들었고 가격들도 굴히에 비해 1/3 이상은 비쌌다.

심지어는 비싼 요리에도 세금과 서비스료가 포함되지 않은 가격들도 많아 주의가 필요했다.^^


우리는 번화가에서 다소 떨어진 식당에 들어갔는데 다행히 음식값이 아주 저렴했다.

문어요리와 샐러드, 감자칩 그리고 음료까지 포함된 가격(세금 포함)이 약 13달러이니 무척 저렴한 가격이었다.

나는 문어요리를, 남편은 연어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연어살이 좀 퍽퍽했나 보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모처럼 맛난 문어요리를 먹으니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식사 후 잠시 밤 해변 산책을 하는데 약 20여분 정도 걸으면 해안가 끝까지 걸을 수 있었다.

마푸시 해변 끝까지 걷다 보니 몰디브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교도소가 떡 하니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멋진 섬에 교도소라니...




마푸시 섬에서 이틀째,

새벽에 비가 내렸다.

아침 산책을 하러 나왔는데 모래 구덩이들의 물색이 뿌옇다.

아! 산호섬이라더니 산호에 있는 석회 때문인가 보다.


마푸시 섬의 Triton Prestige Hotel은 비싼 가격의 호텔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전망이 꽤 좋은 방들을 갖고 있는 호텔이다.

우리 역시 잔잔하고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고스란히 보이는 멋진 방에 머물다 보니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바다를 보고만 있어도 마치 바다에 있는 기분이다.

햇빛이 뜨거운 낮 동안에는 시원한 방 발코니에서 바다를 보며 멍을 때리는 것도 충분한 힐링이다.


우리 부부는 주로 낮에는 수영장의 그늘을 찾아 물놀이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 8층에 있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며 바라보는 바다의 장관 역시 멋지다.

선베드에 누워 책도 보고 낮잠도 자고 그러다가 물속에도 들어갔다 나오면 단숨에 몇 시간이 지난다.

호텔 수영장에서 보는 바다

강렬한 햇빛이 조금 누그러질 즈음 서서히 우리는 해변으로 간다.

조금씩 햇살의 기운이 약해질 즈음, 서양인들이 바다를 떠나면 북적이던 모래사장과 바다가 조용해지고 주변도 한적하다.

우리는 그제야 바다 수영을 즐긴다.

인적 드문 바다에서 말이다.



식사 후 마푸시의 밤거리를 거니는데 부드러운 바닷바람의 감촉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골목마다 환하게 불을 켜 놓은 가게들은 손님들을 기다리고 밤 분위기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은 골목 이곳저곳들을 서성거린다.

굴히의 적막한 밤 골목 풍경과는 사뭇 대조되는 분위기다.

역시 마푸시에는 젊은 관광객들이 많아 더 활기찬 느낌이다.


숙소에 들어와 발코니에 앉아 알코올 없는 맥주를 마시는데 마푸시의 밤거리 풍경이 한눈에 보인다.

바다는 어둠에 숨어버리고 대신 마푸시의 소박한(?) 밤 풍경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화려한 밤거리는 아니지만 아늑하고 정감 가는 밤풍경이다.

마푸시의 밤 골목


마푸시에서의 사흘 째 오전,

우리는 약 네 시간가량 소요되는 보트 투어를 했다.

두 곳의 코랄섬에 들러 바닷속 물고기들과 거북이를 보고 난 후 샌드뱅크에 들러 수영을 하고 점심식사를 한 후 돌아오는 투어였다.(운이 좋은 날엔 고래도 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사실 이미 굴히에서 보트 투어를 했던 우리는 마푸시에서의 보트 투어 역시 큰 차이는 없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먼바다로 나가 스노클링을 하며 신기하고 다양한 물고기들을 보고 점심식사를 하고 들어오는 것도 하루를 보내기에 괜찮겠다 싶어 투어를 신청했다.

하지만 두 가족만 단출하게 했던 굴히 섬의 투어와는 달리 마푸시에서는 이십여 명이 함께 떠나는 투어였다.


스노클링을 하기 위해 처음 목적지 코랄가든에 도착하니 의외로 파도가 있다.

새벽부터 바람이 거세게 불더니 바람이 여전히 강했다.

핀을 발에 착용하고도 몸이 파도에 이리저리 흔들릴 만큼 바다의 물결이 거칠다.

하지만 바다 수영을 많이 경험했던 우리는 높은 물결에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바닷속을 구경했다.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물론 이 파도는 전혀 느낄 수 없다.

가이드는 우리를 리드해 가며 신기한 물고기 떼들로 안내하고 그럴 때마다 꼼꼼히 비디오를 찍어 주는 서비스를 끝까지 해준다.

굴히에서 함께한 가이드는 사진과 비디오를 많이 찍어주지는 않았는데 마푸시에서의 가이드들은 바다 깊은 곳에서의 우리의 모습들을 세세하고 꼼꼼하게 담아주었다.

다양한 포즈를 요구하기도 하고 이곳저곳을 따라오라며 곳곳에서 많은 영상을 찍어 주었다.


바닷속 투어를 마치고 돌고래를 구경하려 했으나 아쉽게도 오늘 투어에서는 돌고래는 구경할 수 없었다.

역시 며칠 전 굴히에서 보트 투어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우리에게 행운이 따랐는지 돌고래 떼들이 몰려와 우리 앞에서 신기한 몸짓들을 보여준 덕에 한참 동안이나 돌고래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가졌었다.

오늘도 돌고래와 함께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며칠 전 경험한 걸로 우리는 만족해야 했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샌드뱅크에서 잠시 내렸다.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영상과 사진을 찍어주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제공하려는 가이드들의 서비스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가이드가 원하는 자세를 요구해 열심히 취해주느라 쑥스러운지도 몰랐다.

지금 다시 보니 쑥스럽긴 하다

샌드뱅크


몰디브의 바다에서 멋진 시간을 보낸 뒤 우리는 호텔에 들어와 오수를 즐겼다.

드넓게 펼쳐진 아름다운 바다를 보며 낮잠에 빠지는 이 순간이 언제 다시 올까 싶다.

오래도록 마음과 눈에 저장해 두어야겠다.



해 질 녘 호텔을 나섰지만 아름다운 노을은 볼 수 없다.

조금씩 나올 듯한 붉은 기운을 금세 먹구름이 가려버린다.

몇 차례 해와 구름의 자리다툼이 지나자 섬은 곧 암흑으로 변했다.

몰디브만의 아름다운 노을 보기를 기대했지만 항상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는 건 아닌가 보다.



몰디브와 모히또는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모히또(목테일이 아닌 칵테일)를 마시러 바다에 정박해 있는 요트로 향했다.

섬 내부에서는 알코올음료를 팔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다 한가운데 있는 리조트나 바다에 떠 있는 요트에 가야 술을 마실 수 있었다.

우리는 항구에 정박해 있는 작은 배를 빌려 타고 커다란 요트로 향했다.

그 요트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신나는 음악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배 선상에 앉아 모히또를 마시는 느낌이 새롭다,

"몰디브에서 모히또를 마시는 맛이란 이런 걸까?"

바다에 정박해서 술을 팔고 있는 요트




마푸시에서의 나흘 째 아침,

새벽 5시가 넘자 마푸시의 풍경이 서서히 창밖으로 나타난다.

발코니로 나가보니 해가 뜨려는지 주변이 붉다.

우리는 서둘러 아무도 없는 새벽 바다로 들어가 떠오르는 해와 함께 바다 수영을 즐겼다.

붉고 선명하게 떠오르는 해를 보니 벅차다.

적막한 바다 한가운데서 일몰과 일출을 보며 바다 수영을 하는 게 우리에게는 최고의 힐링이다.


오늘은 Triton Prestige Hotel을 떠나 Khanee parm beach Hotel로 옮기기로 했다.

마푸시의 아름다운 풍경을 또 다른 호텔에서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멋진 바다의 장관을 우리 눈앞에 선물했던 넓고 쾌적한 호텔을 떠나려니 조금은 아쉽다.


Khanee parm beach Hotel 도착하니 무척 만족스럽다.

이곳은 마푸시 섬의 반대쪽 바다가 보이는 호텔이다.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진 바다가 아니라 관광객은 볼 수 없고 멀리 수평선이 보이는 아주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풍경이 발코니 앞에 있다.

앞 서 묵었던 호텔 주변이 북적거리는 분위기였다면 이 호텔 주변은 꽤 차분하다.


우리는 마푸시의 마지막 날, 기억에 오래 남는 멋진 시간을 보내기 위해 요트낚시 투어를 선택했다.

오후에 항구를 출발해 바다에서 노을을 보며 고기도 잡고 잡은 고기를 직접 저녁식사로 먹는 투어였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 노을이 무척 아름답다.

우리는 노을이 질 때쯤 배 갑판 선상에 누워 하늘을 보고 있으려니 우리와 함께 투어를 하는 다른 가족도 올라와 우리 옆에 눕는다.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살고 있는 가족이다.

서로 환상적인 노을을 보며 아무 말 없이 자연의 숨 막히는 장관에 잠시 취해본다.



노을이 지면 서서히 밤낚시가 시작된다.

물고기가 잘 잡힐 만한 곳들을 찾아 자리를 잡고 바다에 미끼를 내려놓는데 난 왠지 낚시에 소질이 없는지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고기를 잡았다며 환호성을 지르고 남편도 고기를 잡았다고 자랑을 하는데 나는 낚시엔 소질이 젬병이다.

모두가 잡은 물고기들을 늘어놓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잡은 물고기들을 요리해 저녁을 먹기로 했다.

낚시로 잡은 물고기가 저녁식탁에 올려졌다.

방금 잡은 물고기가 저녁 식탁에 올려지니 역시 싱싱하고 살이 통통해 아주 맛나다.

비록 내가 잡은 물고기는 없지만 말이다.

마푸시에서의 마지막 밤을 아주 익사이팅하게 보낸 느낌이다.

오래 기억될 마푸시에서의 날들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이 글은 2024년 10월 몰디브를 여행하며 기록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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