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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 속 작은 평화-
구라이두(Guraidhoo)

몰디브의 구라이두 섬에 머물다.

by 담소

우리는 몰디브 여행의 마지막 섬 '구라이두(Guraidhoo)'로 향했다.

구라이두는 몰디브의 수도 말레에서 32km 떨어진 곳으로 규모가 작고 주민도 적게 사는 섬이다.

그렇다 보니 관광객이 더 적어 이 섬은 적막 그 자체다.

바로 전에 머물렀던 마푸시 섬과는 정 반대의 분위기다.

처음 머물렀던 굴히 섬 보다도 더 적막하다.

한적함과 고요함이 무언지 제대로 느끼고 갈 수 있는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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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이두 섬



선착장에서 내려 숙소까지 걸어가는데 마을 골목이 무척 아름답다.

마푸시, 굴히 섬에 비해 집들도 깔끔하고 반듯해 마치 손님을 대접하기 위한 단장을 해 놓은 분위기다.

깨끗한 골목 양쪽을 가득 채운 푸른 초목과 꽃들이 싱그럽고 아기자기해 마치 그림 속 마을 같다.

걷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편하게 하니 숙소까지 오는 내내 기분 좋은 산책처럼 걸을 수 있었다.

구라이두 섬마을 첫인상이 무척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조용한 골목에는 아쉬운 점(?)도 있었다.

꼭 필요한 물건들만 팔고 있는 자그마한 슈퍼마켓, 소박한 기념품 가게 그리고 자그마한 식당들이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더러 보이지만 오픈 시간은 주인 마음대로라 아쉬운 사람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

식사 후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몇 차례 방문했지만 제 때 사 먹은 적은 없었다.

아이스크림 한번 사 먹기 참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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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이두 섬 마을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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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이두 섬에 도착 후 우리가 여행 중 처음 겪는 일이 생겼는데 바로 숙소였다.

우리가 미리 예약을 했던 숙소는 이미 다른 관광객이 머물고 있었고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숙소의 사장이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숙소를 우리에게 제안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일에 대해 미안했는지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까지 모두 우리에게 제공을 해주겠다고 했다.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변 앞 숙소에서 비록 몇 걸음 떨어진 바다(이곳에서는 수영을 할 수 없는 바다) 앞 숙소로 옮겨야 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우리는 숙소 사장님의 호의(?)를 받아들여야 했다.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변경된 숙소에 마음도 조금은 상했지만 어쩔 줄 몰라하는 사장님의 난처함을 모른 채 할 수 없었고 또한 저렴한 가격으로 올인클루시브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 결과적으로 볼 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우리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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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로 둘러싸여있는 숙소
IMG_20241028_080048.jpg 구라이두 섬에서의 숙소

스리랑카에서 왔다고 하는 직원 '아힘'은 구라이두 섬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려주기도 하고 매 끼니 우리에게 맛있는 식사를 제공해 주었다.

비록 크지 않은 숙소였지만 아담한 정원과 나무 벤치가 있는 아늑한 이곳이 마음에 들어 우리는 세끼 모두 야외 테이블에서 분위기 있는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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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는 우리 외에 에스토니아에서 온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곤 했는데 이 섬에서 사람을 만나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건 참 특별한 일이다.

고등학생 딸을 데리고 해외에서 오랜 기간 여행을 하고 있는 부모를 보니 우리 두 아들이 고등학생이었을 때가 생각이 났다.

한국에서 고등학생으로 생활을 하는 아이들과 그들을 곁에 둔 부모들이 이런 여행을 꿈꾸는 것은 어렵다.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책상 앞에서 책과 씨름을 해야 했고 이런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부모 역시 똑같은 입시생이었다.

오죽하면 대한민국의 고3 부모는 고등학교 3학년 자식보다 더 힘들다는 말이 있을까...

그래서 그 결과는....

모두에게 행복이었을까?

어찌 되었든 한국과는 너무도 다른 고등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 유럽의 학생들이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다.




우리는 식사를 한 후에는 주로 바닷가로 나가서 수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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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도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해변들이 크진 않지만 그림처럼 아름다운 해변이 많아 어느 섬 보다도 평화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느낀다.

물은 고요하고 맑아 수영이나 스노클링 하기에 완벽하고 해변은 야자수와 푸른 초목으로 둘러싸여 있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최고로 뽐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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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구라이두의 바다는 '몰디브 블루'의 고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바다색을 지니고 있다.

"Amazing Blue"!

뭐라 형용할 수 없어 급조해 낸 단어다.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색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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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고개를 조금만 숙여도 바닷속에 있는 물고기 수천 마리가 떼를 지어 이동을 하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어마어마한 무리의 은색 물고기(정어리와 비슷한 생김새)들이 바닷속을 이리저리 유영을 하는데 그야말로 장관이다.

수영을 하는 내 몸을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극적이다.

날 간지럽히기는 것 같기도 내 피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느낌도 있는데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촉감들이다.

사람이 곁에 있어도 전혀 피하지 않고 마치 자신들의 음악에 맞추어 춤이라도 추는 양 이리저리 유연하게 떼 지어 바닷속을 헤집고 다닌다.

비록 떼 지어 다니는 그들의 움직임을 이해는 못했지만 그들과 함께 이리저리 바닷속을 헤엄쳐 다니는 순간들은 흥분과 전율이 함께 한 시간이었다.

이렇게 쉽게 볼 수 없는 순간들과 광경들을 우리는 몰디브에서 쉽게 접하고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운 바다색, 물가에서 상어 떼를 보질 않나, 물고기들이 수천 마리씩 떼를 지어 다니질 않나, 돌고래들이 단체로 쇼를 보이지 않나... ㅎㅎㅎ

딴 세상이다.

경이로운 순간들을 자주 접하니 이젠 덤덤하기까지 하다.


멀리에서는 이 아름다운 바다를 독차지라도 하려는 듯 윈드서핑을 한다.

바람이 없는데도 곧잘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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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쪽으로 노부부가 낚시를 하러 온다.

할머니는 바구니를 들고 할아버지는 기다란 낚싯대를 들쳐 매고 여유롭게 걸어온다.

저녁거리를 위해 고기를 잡으려는지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운다.

우리 부부도 이런 곳에서 이런 삶을 즐기며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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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호스트가 알려준 레스토랑을 방문해 보았다.

바다 앞 모래사장에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는데 테이블의 간격도 널찍하게 떨어져 있다.

이렇게 광활한 공간의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는 처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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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테이블이라 조명은 없다.

운이 좋으면 테이블에 스탠드 불빛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두운 채로 식사를 해야 한다.

테이블을 밝힐 스탠드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주문한 음식이 오기까지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컴컴한 식탁에서 식사를 해야 해도 누구 하나 불평이 없다.

으레 그러려니 하나보다.

우리는 다행히 옆 테이블에 앉은 손님이 일어나는 덕에 스탠드가 우리에게 왔지만 스탠드가 없는 다른 테이블은 깜깜한 채로 대화를 하며 음식을 먹고 있다.

이색적인 레스토랑에서의 흔치 않은 식사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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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도 비싸지 않고 맛도 있었지만 이런 환경과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려니 조금은 낯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웨이터는 놀라며 구라이두 섬에 대한 느낌을 묻는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섬이라고 하자 엄지를 세우며 무척 자랑스럽다는 듯이 맞장구를 친다.

별난 레스토랑에서의 식사였다.


이런 생활이 구라이두 섬 만의 매력일 수도 있겠다 싶다.

첨단 문명의 생활을 해오던 우리에게는 무척 불편하고 견디기 힘든 생활 일 수 있지만 자연을 의지하며 사는 이들에게는 평범하고 당연한 삶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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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이두의 낮과 밤

구라이두 섬을 떠나는 날

호스트와 사흘 내내 우리를 위해 친절을 베풀었던 아힘이 선착장까지 우리의 짐을 싣고 우리를 배웅하러 일부러 나와주었다.

섬의 아름다움 만큼이나 사람들도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섬, 바로 구라이두였다.

꼭 다시 오겠다고 했다.

구라이두 섬을 마지막으로 환상적이었던 우리의 몰디브 여행도 끝이 났다.



******에필로그(epilogue)****

가까운 동남아에도 아름다운 섬이 있는데 왜 비싼 가격을 지불하며 멀리 있는 몰디브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우리도 몰디브 여행을 시작하기 전 까지는 비슷한 생각이었다.

일생에 한번, 신혼여행으로나 가볼 만한 섬, 필요 이상의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곳으로 여겨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열흘 간 몰디브 여행은 몰디브에 대한 기존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주었고 꼭 다시 방문할 여행지로 찜해 두게 되었다.

순수하고 친절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낸 시간들, 걱정했던 만큼 비싸지 않은 가격, 조용하고 깨끗하며 분위기 좋은 조용한 섬, 그리고 몰디브 만의 독특하고 빼어나게 아름다운 섬과 바다...

섬에서의 생활이 단조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들과 어울리며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으로 충분히 채워지는 시간들이었다.

몰디브 여행의 우리 점수는 10점 만점에 9점이다.

부족했던 1점은 술을 마실 수 없으며 다소 음식이 단조로웠다는 것... ㅎㅎㅎ


하지만 몰디브는 우리의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최고의 여행지였다.




이 글은 2024년 10월 몰디브를 여행하며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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