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의 마지막 밤
이스탄불 맞은편 아시아에 위치한 위스크다르 지역을 벗어나 '카드쾨이'라는 지역을 방문했다. 그 곳까지 가는 반대방향의 시내버스를 타서 이내 다시 바꿔타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이것도 여행에서 해보지 않으면 어디서 해보겠냐 싶어 그리 불편하거나 맘상하지는 않다. '낯선 아시아인들이 시내버스를 잘못타서 당황해 하는 모습을 터키인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생각하니 슬며시 미소도 지어진다.
결국 무사히 카드쾨이지역에 도착했고 번화가는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골목 골목엔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번화가라 그런지 관광객들도 꽤 많다. 모처럼 활기찬 거리라 그런지 나도 덩달아 조금씩 흥분되는걸 느낀다.
나는 이스튼불에서 유명하고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홍합밥을 사먹었는데 홍합위에 밥을 얹고 그 위에 레몬즙을 뿌려주는 음식이다. 새콤하고 맛나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값이 저렴했다. 음식파는 할아버지께서 홍합밥에 레몬즙을 뿌려주면서 자꾸 권하는 바람에 너무 많이 먹은 듯 하다. 몇 개 먹다보면 배가 부르다. 가성비 최고인 터키 간식이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해보지만 그때 그맛이 안난다.
홍합밥을 사먹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니 금방 허기가 진다. 우리는 이 곳에서 유명하다는 디저트 가게를 방문했다. 퀴네페라는 파이류의 단 음식을 주문했는데 얼마나 달던지 먹고나서도 입안이 달달하다. 하지만 피곤한 여행객에게 필요한 당 충전을 위해서라면 적극 추천이다. 얼마나 맛나게 먹었는지 먹고난 후 한참 나와 걷다보니 가게에 내 휴대전화를 놓고 온 게 기억난다. 다시 열심히 달려가 직원한테 걱정스러워 물어보니 챙겨두었다며 나에게 건네준다. 얼마나 감사하고 친절하던지... 핸드폰을 건네주며 살짝 미소짓는 남자직원의 미소가 그렇게도 매력적일수가~~~
오늘은 뜻하지 않게 터키인들이게 도움을 수차례 받은 날이다. 믿음이 가고 순수하며 선한 사람들이다.
아쉽지만 우리는 카드쾨이를 떠나 다시 배를 타고 우리가 출발했던 유럽땅인 에네뫼뉴 항구로 향했다.
배를 타고 나오는 길의 이스탄불의 노을은 더없이 아름답다. 모스크들의 우뚝 서있는 미나레 모습과 돔의 모양이 어쩜 저렇게 붉은노을과 조화롭게 어울리는지... 보고있노라니 경건함과 숭고함이 함께 스며든다.
배에서 내리니 이미 어둠이 내렸다. 한국에 오기 전 터키 전통과자인 로쿰과 장미오일을 구입하고 잠시 유명한 갈라타 다리를 산책했다. 다리 위에는 이 늦은 시간에도 밤 낚시를 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이스탄불의 밤거리를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당시에는 방어용으로 만들었지만 지금은 전망대와 레스토랑이 있는 관광필수코스인 갈라타 타워도 구경하고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많은 좁은 골목길도 구경했다.
이스탄불 밤 산책에서의 백미는 바로 '이스티클랄Istiklal거리'였다. 우리의 이스탄불 밤을 영원히 기억해 줄 거리였다.
서울의 명동과 비슷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카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거리음식, 거리공연들이 즐비하다. 현악기와 관악기가 어우러진 앙상블 공연과 터키의 전통춤을 추는 공연도 보이고, 기타치며 노래하는 버스킹도 보인다. 젊은이들이 즐기는 생기있는 거리이다. 늦은 밤인데도 거리엔 인파로 넘친다. 독특한 것은 유럽에서 가장 짧은 트램이 이 거리를 다닌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트램을 타보기로 했다. 정말 얼마 안되는 짧은 거리지만 많은 인파를 뚫고 가야하기때문에 걸어가는 속도보다 더 느리다. 하지만 누구하나 늦게 간다고 불평하는 사람 없이 그저 창밖을 보고 손 흔들며 즐기고 있다. 이게 바로 관광지라는 거지! 아무리 늦게 가면 어떠랴.
이스탄불의 밤은 화려했다. 생기가 넘쳐흘렀다. 함께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이렇게 우리의 이스탄불에서의 밤은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