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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몰랐네요,
체코 여행 중 만난 의외의 낯선 문화

낯선 나라에서 익숙하지 않은 것을 마주하다.

by 담소

우리가 머물고 있는 숙소의 주인인 예닉과 우리 부부는 서로 약속을 하지 않았는데도 늦은 오후가 되면 노을을 맞이하기 위해 자주 정원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매일 다른 풍경으로 선물해 주는 노을을 하루라도 놓치기 싫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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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시간에는 간단히 마실 와인을 포함해 체코의 전통 술들을 가지고 나와 조금씩 맛보는 경험 또한 행복한 경험이다.

노을이 질 무렵부터 시작해 깜깜해질 때까지 한 자리에 앉아 나누는 이야기들은 대체로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들, 삶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들인데 예닉의 재밌는 위트가 곁들인 대화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든다.

그중에서 우리와 다른 체코 문화의 몇 가지 웃픈 사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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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요리를 좋아하는 우리는 체코에 도착해 슈퍼에 들를 때마다 요리에 사용할 버섯을 찾곤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야채 코너에는 다양한 채소가 전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섯을 찾기가 힘들었다. 이따금 버섯을 볼 수 있는 날에도 한 두 가지 종류만 아주 소량으로만 판매를 하고 있었다.

더욱 이해가 안 가는 사실은 버섯의 가격이 한국에 비해 몇 배 비싸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가격과 비교하다 보니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가격이 아니라 슈퍼에 갈 때마다 눈요기만 할 뿐 버섯을 성큼 쉽게 장바구니에 넣을 수 없었다.

궁금해하던 차에 마트에서 파는 버섯의 가격과 종류에 대해 예닉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예닉의 말, 체코 사람들은 버섯을 마트에서 사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 현지인들은 숲에서 직접 다양한 종류의 버섯을 따서 요리를 하고 장기 보관도 한다고 한다. 따라서 상업적 수요가 높지 않아 다양한 종류를 대량 유통할 유인이 적기 때문에 아주 소량으로 유통되며 그래서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트에서 팔고 있는 버섯의 종류도 한정되었던 이유 역시 champignon (양송이), hlíva ústřičná (느타리), shiitake (표고버섯) 등 안전성이 확실한 것만 아주 조금씩 팔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 이런 이유였구나.....

체코는 버섯 채집 문화가 오랜 전통이며 버섯 채집이 가장 발달한 곳 또한 체코라고 했다.

여름과 가을이면 가족들이 산으로 가서 다양한 종류의 버섯을 따서 그것을 겨울에 저장을 하고 다음 해까지 먹는다는 것이다.

처음 보는 신기한 버섯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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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지난해 예닉의 가족들이 버섯을 따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사람의 머리보다 더 큰 버섯을 따고 자랑스럽게 웃는 아들의 모습의 사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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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보물을 찾은 듯 버섯을 치켜들며 환하게 짓는 미소가 무척 행복해 보인다.

그 장면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따뜻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도 느낀다.

이들은 버섯을 슈퍼에서 사기보다 숲에 직접 가서 따오는 게 더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며 또한 자연이 주는 선물을 즐기고 있었다.



며칠 전 숲 길을 걷는데 빼곡한 나무들 아래 블루베리잎들이 어마어마하게 깔려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블루베리가 야생에서 스스로 자생을 하는 줄 모르고 살았다.

예닉이 말하길 야생 블루베리(borůvky)는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심은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군락을 이루며 퍼지는 성질이 있어 산악지대, 침엽수림의 그늘진 땅에서 특히 잘 자란다고 한다.

숲 속의 그늘에서 무성하게 자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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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채집을 해서 다양한 요리를 하고 쨈으로도 만들어 먹는다며 그의 아내가 만든 블루베리 잼을 우리에게 맛을 보라고 권한다.

그러고 보니 슈퍼에서도 과일코너에서 블루베리를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많은 음식들을 자연에서 직접 채취해 먹는 이들의 문화가 새롭다.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의 정원에도 많은 허브가 있어 예닉의 가족은 쉽게 따다가 음식에 이용을 하고 있었다.



며칠 전 자동차 주유를 하기 위해 잠시 들렀던 주유소 마트에서 장작 한 더미를 묶어 무려 139Kr(9,000원)에 팔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사실 우리 숙소에는 장작이 많이 싸여있는 터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 화목난로를 지피는데 부담 없이 사용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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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되지 않은 양의 장작더미를 이 비싼 가격에 사는 사람이 누굴까 궁금했었다.

아마 관광객들이나 급히 장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팔려고 내놓은 상품이려니 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닉은 숲이 많은 체코에서도 나무를 허락없이 베는 것은 불법이라고 한다.

어딜 둘러보나 우리 가까이 있는 나무 빼곡한 숲들...

한국도 숲은 많지만 대부분이 산악지형에 집중되어 있고 접근이 제한된 지역 또한 많아 숲이 많아도 '생활 속 숲'과 연결짓기 어려운 반면, 체코의 숲은 생활권 가까이에 자연스럽게 분포되어 있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숲을 산책하기가 아주 용이하고 도시에서도 조금만 벗어나면 누구나 쉽게 숲에 들어갈수 있도록 되어있다.

사실 트레일이 발달된 나라도 체코인데 도로에서 갓길로 들어가면 우거진 숲 속에 잘 정비된 트레일이 바로 나온다.


이렇게 체코의 주변 자연이 대부분 나무가 빽빽한 숲과 초원인데도 체코에는 벌목에는 엄격한 법이 있다고 한다.

관공서에 신고를 한 후 일정 금액을 내야 벌목을 할 수 있고 이 때도 죽거나 병든 나무만 벨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또한 본인 소유지에서는 벌목이 가능하지만 2년 후에는 반드시 나무를 다시 심어야 하며 나무 두께가 7cm 이하인 나무는 지역 사정에 따라 허가 없이 벌목할 수 있다고 한다.

나무의 쓰임이 많고 숲이 많은 체코에서도 벌목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있다는 걸 새롭게 알았다.

그래야 체코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오래 보존될 테니 말이다.

체코는 한국에 비해 전기나 가스 요금이 매우 비싸 장작이 생활에 실용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

또한 시골 마을의 가정집 지붕에는 대부분 굴뚝이 있는 걸로 보아서 화목난로는 여전히 주요 난방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이런 이유로 장작을 많이 쟁여두고 있는 걸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었다.

자연에서 얻은 귀한 선물들을 삶에 유용하게 사용하는 만큼 자연을 보존하려는 노력 또한 그들의 생활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렇듯 체코에서는 숲이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 속으로 스며든 공간이었다.

depositphotos_392578728-stock-photo-large-amount-harvested-wood-forest.jpg 체코의 숲 속에서 벌목을 해 놓은 사진





여행을 하며 문화의 차이에서 느낀 배움과 놀라움은 끝이 없었다.

차이를 마주한다는 건, 세상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걸 느낀다.

살아가는 방식에 정해진 하나의 답은 없다는 것.

오히려 그 다양함 속에 각자의 옳음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다양한 답들 앞에서 우리는 아직도 배워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다름과 마주하는 내 기록의 끝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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