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
파리 미요역 근처에서 자동차 렌트를 했다. 오늘은 파리를 떠나 조금 멀리 가보기로 했다.
며칠동안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며 관광객이 많은 복잡한 파리에서 관광을 했더니 오늘은 파리를 떠나 조금은 한적하고 낭만적인 도시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를 방문하고 싶었다.
자동차 많은 파리에서의 첫 운전이다. 싱싱 빠르게 지나가는 정신없는 차들 사이에서 낯선 거리를 운전하는 우리가 답답했는지 뒤따라오는 차도, 옆을 지나가는 차도 우리에게 경적을 울려댄다. 그럴수록 더 움츠러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터널 중간에서 왼쪽 도로를 타고 나가야 했는데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결국 약 30분을 더 돌아가야 했다.
정신없던 파리 중심가 도로에서 벗어나 복잡한 거리를 빠져나오니 조금은 여유가 생긴다. 이제서야 바깥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 지나자 끝없이 펼쳐져 있는 노란 유채밭 풍경이 우리 눈에 들어왔다. 누가 이렇게 많이 심어놓았을까? 이 넓은 땅이 온통 유채밭이라는게 믿을 수 없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차를 멈추고 유채밭에 들어가 사진을 찍어보았다. 흐린 하늘이지만 화려한 유채꽃이 마음을 밝게 해준다. 갑자기 몇년 전 제주도 유채밭에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났다. 제주도에 많은 유채밭, 요즘은 돈을 주고 유채밭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지?
이 넓디 넓은 곳에 끝없이 펼쳐져 있는 유채밭, 북적거림도 아니 아예 사람하나 찾아볼 수 없는 이 광활한 유채밭으로 어서 오라고 하고싶은 마음이다.
약 1시간 정도 운전을 해서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에 도착했다. 이 마을은 고흐가 그의 짧은 생을 마감할때까지 잠깐 살았다고 하는 조용하고 소박한 마을이다. 이 마을엔 아직도 고흐의 발자취와 그의 숨결이 남아 있어 우리들과 같은 관광객들에게 그의 체취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 곳은 화가 도비니와 고흐의 그림이 곳곳에 걸려있고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의 무덤도 있는 마을이다.
자그마한 공원의 한 쪽에 고흐의 동상도 있다. 그림에서 보았던 고흐의 얼굴과는 많이 다르다.
마을을 다니다보니 여기저기 벽에 고흐의 그림이 걸려있어 훨씬 더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마을로 기억될듯하다.
고흐의 삶은 비록 행복하다 할 수 없지만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만큼은 아름답고 숭고했으리라. 고흐는 이렇게 아름답고 소박한 마을에서 그림도구를 어깨에 매고 터덜거리며 순수한 마음으로 붓을 들고 그림을 그렸겠지.
마을 공원에선 아이들이 수업을 하는지 잔디밭에 앉아서 무언가 그리고 있다. 아이들 모두 고흐 할아버지를 동경하고 있을까?
우리는 이 마을에서 떠나기 아쉬운 마음에 고흐가 다녔을 그의 발자취를 따라 한참이나 걸어 다녔다. 담장에 둘러져있는 색색의 식물들이 아름답다.
결국 생의 마지막엔 고흐 자신의 초라한 방에서 스스로에게 총을 쏘며 삶을 마감한 고흐.
"모든 것이 끝나서 좋다."라는 말을 남겨야 할 정도로 사는 동안 고통과 번뇌에 시달리며 생을 이어나갔던 불운의 화가 고흐가 오늘따라 더 가련해보인다.
예술가의 삶은 고단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