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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소 Jul 10. 2022

푸른 바다가 있어 더 화려한 정원, 애도(艾島)

쑥섬이라 부르는 애도에 가다.

''는 섬 이름이고 고흥군에 위치한 '쑥섬'의 별칭이다.

쑥이 많이 자라나고 쑥의 질이 좋아 쑥섬이라 이름을 지었는데 한자로 쑥의 뜻을 지닌 '애(艾)'자를 써서 '애도'라고부른다는 섬이다.

나로도항에서 애도로 떠나는 배는 약 1시간마다 있고 승선 인원은 최대 12명이다.

탈 배를 기다리는 동안에 승선자들을 위해 쑥섬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는 분이 계신데 쑥섬에 자부심과 많은 애착 갖고 계셨다.


애도는 고흥의 나로도항에서 약 3~4분 정도 배를 타고 가면 도착애도에서 나오는 배는 오후 5시가 마지막 배다.

그곳에서 약 2시간 정도 구경하고 산책하다 보면 섬 전체를 거의 둘러볼 수 있다고 한다.



애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정원이 있다.

애도와 사랑에 빠진 한 부부가 이 섬에 많은 정성과 노력으로 16년 동안 가꾼 정원이라고 한다.

현재 거주하는 분들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신 주민,  약 20여 분 뿐이다.



배를 타자마자 다 왔다며 내리라는 선장의 말에 깜짝 놀란다.

이제야 시원한 바닷바람을 느끼려는데 배에서 내리라니....ㅎㅎㅎ

 

섬에 내리고 보니 사람은 안 보이고 대신 고양이가 우리를 반긴다.

이 섬에는 주민보다 고양이들이 더 많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방문했던 그리스 산토리니 섬에도 고양이들이 많았는데....

우리와 함께 배를 탔던 사람들만이 쑥섬에 내려 탐방하고 있을 뿐 이 섬은 무척이나 조용하고 마치 아무도 없는 무인도처럼 생각도 들었다.

마치 빈 집들만 있는 듯 느껴지는 아주 조용하고 적막함이 느껴지는 섬이다.



섬의 탐방로는 마을 주민이 운영하는 카페 '갈까'에서 시작된다.

이름도 재밌는데 카페 지붕에 얹힌 우습게 생긴 모양에 저마다 이름을 붙여주려 애를 쓴다.

원래는 갈매기란다. 하지만 다른 분은 '오리'라고 주장한다.

심각하게 주고받을 내용은 아닌 것 같은데....ㅎㅎㅎ

출발 하기도 전에 벌써 흥미가 생긴다.

우리는 카페'갈까'에서 커피를 마시고 난 후 출발하기로 했다.


자 ~ 이제 애도를 만나러  안으로 깊숙들어가 볼까?



난대 원시림이라는 알림판으로 시작하는 이곳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빽빽한 나무들이 여기저기 엉키어 있다.

오래전 태풍이 휩쓴 흔적으로 뿌리가 뽑힌 채 누워져 있는 커다란 나무도 보였다.

지난 태풍 '매미'의 상처가 이렇게나 크고 무서울 줄이야... 하지만 쓰러진 나무에서도 새로운 가지가 다시 나오고 있는 걸 보니 생명의 힘은 역시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특색 있는 나무들 마다 이름을 붙여놓고 재밌는 글귀로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 하늘에서 내려온 말의 형태를 가진 나무, 젖가슴 모양을 하고 있는 나무, 코알라가 매달려 있는 듯 보이는 나무 등 독특하고 재미있는 모양의 나무들이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세심하고 꼼꼼하게도 잘 관리를 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코알라 모양이 있는 나무와 환희의 언덕

몇 분 걷다 보니 숨이 차기 시작한다. 하지만 조금 안가 확 트인 바다가 눈앞에 보인다.

환희의 언덕이다. 이곳에 도착하면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반기고 잔잔하고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는 전망에  기분이 한껏 상쾌해진다.

쉬엄쉬엄 걸으니 숲 주변 소리에도 민감해진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오직 새소리와 바람 소리뿐이다.


잠시 숲 속을 걷고 나면 드디어 애도의 하이라이트 야생화 정원인 "별 정원"이 눈앞에 나타나는데 그야말로 감탄의 소리가 절로 나오는 화려한 꽃들의 집합장소이다.

연분홍의 낮 달맞이꽃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고 수국과 개양귀비들도 질세라 사방에 퍼져있다.

한쪽에선 내가 좋아하는 데이지가 수줍은 듯 새초롬하게 가지런히 피어있고 빨간 샐비어도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마디로 바다 위에 있는 화려한 꽃들의 낙원이다. 수려한 정원이다.

순간순간 불어오는 바람에도 이곳의 꽃들처럼 색깔을 품고 있는 듯 느낌도 냄새도 다양하다.

천국이 이런 곳일까 싶다.


이 섬에 정성을 들인 부부의 노력이 절로 느껴졌다.


하루 종일이라도 이 꽃들과 함께 하고픈 마음이지만 우리를 태울 마지막 배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다음 장소로 향해야 했다.

재밌는 유래를 가진 여자 산포 바위와 남자 산포 바위를 거쳐 신선대에 도착하면 장관이 펼쳐진다.

어느 곳에서 보아도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암석과 바다의 조화가 절경이다.

신선대에서 내려오면 코스 마지막 즈음에 쌍우물이 보인다.

북쪽 끝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우끄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적혀있다.

우물이 신기한 듯 남편은 직접 우물을 길어 손도 씻어본다.

어찌 이렇게 아담하게도 잘 꾸며놓았을까!

장소 곳곳에 위치해 있는 독특한 조형물들이  이곳의 자연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었다.

우리의 산책길은 이제 서서히 내리막에 접어들고 드디어 눈 앞에 바다가 나타난다. 그리고 바다 옆 동백나무 가득한 길로 접어든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쉬어 가라고 벤치를 놓아둔 배려에 기분이 좋다.

한참동안 앉아 섬을 오롯이 느껴본다.

참으로 조용하고 여유 있는 섬이다.

마을에 있는 집들은 마치 제주도의 옛 집처럼 마을 전체를 돌담으로 쌓아 벽을 만들고 있다.

돌로 쌓아 놓은 벽들이 골목마다 마주하고 서있으니 좁다는 느낌보다는 꽤 낭만적이다.

그래서 이 길은 "사랑의 돌담길"이라고 이름이 붙어있다.

아마도 이런 곳에서 몰래 사랑을 속삭였나 보다. ㅎㅎ



떠나려니 문득 이 섬에서 오랫동안 살고 싶은 마음도 든다.

흥미로운 전설들과 미소가 지어지는 재밌는 유머도 품고 있는 아름다운 섬...

야생화와 고양이들, 그리고 어디에서도 못 볼 것만 같은 편안하고 멋진 자연과 함께 말이다.

나에게 애도는 계절마다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빼어난 화려함과 편안한 적막감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섬이었으며 섬을 둘러싸고 있는 짙푸른 바다는 섬 애도의 화려함을 돋보이도록 보호해주고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었다.



두 시간가량 돌아보고 나니 이 섬은 쑥섬이라는 명칭보다 '애도'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듯 싶다.

부르기에도 듣기에도 더 달달하다.

애도는 내가 꿈꾸던 이상적이며 완전하고 평화로운 상상의 섬 그 자체였다.



하지만 멀리 선착장에는 마지막 배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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