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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현 Jun 21. 2021

크루즈 여행의 매력 : (16) 뭄바이와의 첫 만남

우리가 잠들어 있는 사이 밤새 배는 달렸는지 아침에 눈을 떠 밖을 보니 뭄바이에 도착해 있었다.

크루즈는 뭄바이 항에서 이틀을 머물 예정이고 우리는 이틀 동안 뭄바이를 여행할 계획이다.

오늘이 그 첫날이다.

그런데 멀리 보이는 도시 뭄바이(Mumbai)가 온통 뿌옇다. 안개인가?

하지만 알고보니 그건 안개가 아니라 뭄바이의 악명높은 먼지였다.

크루즈에서 본 뭄바이- 도시 전체가 뿌연 뭄바이


아침 식사 후 크루즈의 행사 중 하나인 핼리패드(Helipad) 투어에 참가했다. 핼리패드는 회전날개가 있는 항공기를 이착륙 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비주둔 착륙장을 의미하는데 내가 탄 크루즈 최상층에는 그런 장소가 있었다. 직원들이 투어를 희망한 승객들과 함께 올라가 간단한 설명을 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위급하거나 다급한 상황이 생겼을때 부득이하게 헬리콥터를 이 착륙 시키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제발 내가 타고 있는 동안에는 위급한 일 없이 평온한 날이 계속되기를.....'

헬리패드 투어 후 직원과 함께

크루즈 옥상에서 보이는 뭄바이는 먼지로 처음엔 선명하지 않다가 서서히 모습이 들어나고 있었다. 대도시이다 보니 공장과 자동차들은 물론 인구도 많으니 공기가 깨끗할 수가 없을 듯도 하다. 하지만 매스컴에서 본 것과 상상만 했던 뭄바이의 먼지는 최악이었다.

멀리서도 빅토리아 터미너스(Victoria Terminus)와 중앙우체국이 눈에 들어온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탓일까?  먼 곳에서 보고 있지만 웅장하고 고풍스럽기까지 한 유럽풍의 두 건축물에 위압감까지 느껴지는 건 왜일까?

어제 방문했던 고아(Goa)지방에서 느꼈던 분위기와는 다르다. 기대된다.


점심식사를 일찍 끝내고 우리는 버스로 바이 투어를 시작했다.

크루즈에서 내려 버스로 항을 나서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양쪽에 서있는 어마어마한 건축물들, 한마디로 웅장하고 거대한 성채가 눈 앞에 들어온다. 크루즈에서 보았던 건축물들이다. Victoria Terminus와 중앙우체국!

이 건축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베네치아 고딕양식으로 지어졌다. 바로 옆에 있는 중앙 우체국도 웅장하다.

영국인들이 1887년에 완공한 건축이다. 갑자기 어디선가 읽은 글이 떠올랐다.

'인도인들이 타지마할을 건설했다면 영국인들은 빅토리아 터미너스를 세웠다고... '   그만큼 영국인들이 자랑스러워했던 건축물이다. 하지만 인도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건설된 것을 생각하면 혼란스러워진다.

뭄바이 빅토리아터미너스와 중앙 우체국


드디어 버스에 내려 뭄바이 시내를 도보로 다니기로 했다.

하지만 내리자 마자 훅 하고 들여 마셔지는 먼지들~~!  손이 저절로 입과 코로 가고 기침도 나온다. 이 많은 먼지를 어떻게 이 도시 사람들은 이겨내는지 궁금하고 걱정이 되었다. 마스크를 쓴 사람도 전혀 찾아 볼수가 없고 하물며 이런 오염된 거리환경에서 음식을 팔고 거리에서 손으로 음식을 먹는 사람들도 꽤 많다. 그 나라의 문화이니 당연시 해야 할 테지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가이드는 웃으며 말하길 매일 새로 만드는 음식이라 괜찮다고 한다. 에구~~ 위생에 대한 개념이 다른 듯 하다.  

무엇보다 거리마다 사람들과 차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다. 항상 도시가 이렇게 붐비는지 물으니 가이드는 오늘이 평일이라 그나마 적은 편이라고 했다.

버스 안에서 본 뭄바이 도시거리

신호등이 있어도 괘념치 않고 무단으로 다니는 것은 다반사이며 자동차들의 경적소리가 도시 전체에 퍼져있다. 아무리 경적 소리를 내어도 꼼짝도 않는 줄지어 있는 차들. 이 많은 차들이 과연 목적지까지는 갈 수 있을지 의심이 들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차들 중 택시들은 한국에서 수입한 택시(Hyundai)가 대부분이었는데 버스와 택시들은 대부분 노후된 차량이었다.

시내버스는 창문이 없는 채로 달리고 있고 심지어는 타고 내리는 문도 제대로 달려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이 매달려 가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사람이 떨어지고 달리던 차가 멈추어 설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뭄바이 남서쪽 시내를 약 1시간 30분 가량 걸어다니며 구경을 했다. 날씨는 무더웠지만 다행히 도시 곳곳에 크고 울창한 나무들이 곳곳에 있어 그늘이 많고 시원했다. '반얀트리(Banyan tree)'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로 인도의 國木이라고 한다.

반얀트리와 뭄바이 거리 상점들

걷다보니 고등법원과 뭄바이 대학교 맞은편, 도시의 한가운데 커다란 운동장(Oval maidan)이 있는데 누구에게나 개방된 운동장이라고 한다. 그곳에선 크리켓을 하고 있다. 복잡하고 번잡함 도심 한가운데 속의 여유라고나 할까?  우리도 그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갔는데 번잡한 도심을 걷다가 이 곳을 걸으니 기분이 묘하다.

뭄바이 거리 풍경과는 사뭇 대조되는 풍경이었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운동장 풍경,  멀리 고등법원이 보이고 라자바이(Rajabai) 시계탑 옆의  뭄바이 대학교 포트(Fort)

도심 여기저기엔 고풍스럽고 위용있는 멋진 건축물들이 여기저기 많다. 모두 영국인들이 지었던 것들이라고 했다. 고등법원(high court)을 비롯해 유명한 시계탑과 함께 있는 뭄바이 대학교 Fort가 정말 아름답다. 하지만 아름다움 그 이면에는 특권층에게만 열려있는 고고한 성채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대학교 내부를 들여다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문이 닫혀있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자식의 교육에 매진하는 인도의 부모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인도의 교육열도 한국의 교육열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나라로 유명하다. 더구나 인도에는 카스트 제도가 아직도 남아있어 인도인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교육인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대학에 입학하기만 하면 자식들의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거라고 믿는걸까?  

교육만이 그 해결책이라고 믿고 있는게 맞는 걸까?

답답해진다.  



오도가도 못하게 꽉 막힌 복잡하고 시끄러운 거리, 하지만 바로 옆에는 넓디넓은 운동장에서 한가하게 운동경기를 즐기는 사람들.

멋지고 고풍스런 건축에 감탄하다가도 곧 노후되어 쓰러질 듯 보이는 아파트를 보고 안타까워해야 하는 순간들.

도시의 뿌연 먼지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에서 마스크없이 크리켓을 하는 사람들과 먼지 자욱한 거리에서 음식을 사고 파는 사람들.


뭄바이의 첫 날 여행은 나에게 이렇게 만감이 교차하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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