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지현 Jun 17. 2021

크루즈타고 인도여행:(15)'고아'의 감춰진 매력은?

-올드고아(Old Goa)와 판짐(Panjim) 방문

크루즈 스피커에서 들리는 선장의 목소리는 우린 지금 아라비아해를 지나고 있고 오늘부터는 시간이 1시간30분 당겨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한국과 5시간의 시차에서 약 3시간 30분의 시차로 줄어들게 된다. 아울러 기항지 인도에 내려 관광을 희망하는 승객은 비자검사를 받으러 내려오라고 안내를 한다.

인도는 비자를 따로 만들어야 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인도 비자관리원들이 크루즈에 탑승해 승객들의 비자 심사를 했다. 우리는 한국에서 만든 비자를 가지고 심사를 받으러 갔다.  이 또한 특별한 경험이다. 


오늘은 인도의 남부 해안지방 서남부에 위치한 "고아(Goa)"의 주도, 판짐(Panjim)과 올드고아(Old Goa)를여행 할 계획이다. 

나는 고아(Goa)에 도착하기 전 고아 지방과 관련된 글 들을 찾아 보았다. 고아의 많은 유적들은 아시아의 여러 나라 예술에 영향을 주었는데 특히 16~18세기 건축과 미술에 많은 전파가 되었기에 '동방의 로마'라고도 불린다고 했다. 특히, 오랜 기간동안 포루투갈의 지배하에 있었던 지역으로 포루투갈 양식의 주택과 문화가 아직 남아 있으며 이곳 고아는 특히 아름다운 비치가 많아 관광객이 많이 온다고 했다. 그래서 '인도의 작은 유럽'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별칭이 많은 고아 지방을 큰 기대를 품고 방문하게 되었다. 

판짐은 보통 "빠나지"라고도 불리며 올드고아를 방문하기 위한 출발지라고 한다. 

 

고아 지방의 관광을 신청한 크루즈 승객은 약 50명 정도로 약 두대의 버스로 나누어 탔고, 이동 시간은 약 1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이동하면서 창을 통해 본 고아는 우리나라의 60년대 시골 마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낡고 허물어져가는 집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고 정리 안 된 비포장 도로와 길 가 여기저기에 쌓여있는 고철과 쓰레기들.. 자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광경탓에 관광객을 위한 준비가 아직 덜 된 지역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길을 가다보면 소들이 길 한가운데서 느릿한 걸음으로 걸어가고 소를 따라오는 차들은 경적을 울려댄다. 누구에게 경적을 그리 울려대는지... 하지만 원인의 주인공인 소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긴 인도에서는 길 한복판에 소가 드러누어도 소가 일어날때 까지 기다려준다던데.. 

이 지역을 걷다보면 자동차의 경적소리로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뭐가 그리 바쁜지... 뫠 그렇게 울려대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고아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 이랬다.

거리를 활보하는 소
고아 지방으로 가는 길과 거리

버스에서 내리자 후텁지근한 바람과 뜨거운 햇살이 먼저 내 몸을 휘감는다.  

올드고아와 판짐은 버스로 약 20분 내외의 가까운 거리라고 했다. 

올드고아의 방문은 유럽풍의 성당 관광을 중심으로 이루어 졌다. 고아는 식민지 시대에 포루투갈인이 힌두교를 탄압하고 가톨릭을 전파한 결과 인도에서 천주교인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성당들은 관광객들에게 개방이 되어 있어서 내부까지 살펴 볼 수 있었는데 중심부에 금조각을 입힌 황금빛 제단의 벽과 번쩍이는 제단들로 생각보다 매우 화려했다. 

봄 지저스 성당(Basilica of Bom Jesus)이 남성스러운 외관을 갖고 있다면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당(Church of Francisco Assisi)과 쎄 성당(se cathedral)은 우아한 여성의 자태를 보인다. 잘 가꾸어진 잔디위에 하얀 색의 성당들이 아름답다.

(좌측)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당(Church of Francisco Assisi)과 쎄 성당(se cathedral)(우측)과 쎄 성당 내부
인도 최초의 대성당이라는 칭호를 받은 봄 지저스 대성당(Basilica of Bom Jesus)과 내부

 

고아의 주도 판짐(Panjim,빠나지)은 걸어서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아담한 도시였다. 

하얀 성당과 포르투갈 식민지 시대의 건물들이 잔재하는 거리를 걷다 보면 유럽 어느 도시의 골목을 걷고 있는 느낌도 어렴풋이 든다. 

판짐의 거리와 성 세바스찬 채플
판짐 거리의 풍경(라틴쿼터)

이 도시에는 지금도 식민지시대 주택과 광장이 있으며, 해마다 모든 가옥에 백색도료를 바르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외관이 새 건물처럼 깨끗하다.  고아 지방으로 오면서 창밖을 통해 본 마을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우리는 가이드를 따라 Bazzar(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백화점)에 방문했다. 2층으로 되어 있는 규모가 크지 않은 조금은 썰렁한 매장이었다. 물건의 종류도 한정되어 있고 관광객들을 위한 백화점이라는 인상이 든다.  

구경을 계속 할 마음이 없어 바자르를 나와 만도비강가를 산책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거리엔 경적을 울리는 차량들로 소음이 심했고 물건을 팔기 위해 우리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피해 다녀야 했으며, 거리 벤치에 누워 자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여 편안한 마음으로 걷기에 어려웠다. 그러다 눈에 띈 것은 강 한쪽에 정박해 있는 많은 배들이었다. 카지노를 하기 위한 배로 밤이 되면 나이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작은 배를 타고 이 배까지 와서 밤새 카지노를 한다고 한다. 

일확천금을 상상하는 걸까? 이 지역의 독특한 생활 모습이다.

만도비 강가의 배들과 강 주변의 모습

 

누가 그랬던가! 인도를 여행하고 나면 인도의 문화유산과 그 맥을 잇는 사람들에 대한 경외감을 잊지 못해 다시 찾거나 그와는 반대로 가난, 더러움, 무질서 때문에 다시는 인도를 찾지 않는다고....

나는 어느 쪽일까?

물론 고아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고아의 아름다운 비치를 찾아가기 위해 여행을 한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여건상 아름다운 비치를 갈 수가 없어서 고아의 아름다움의 한 부분을 놓치고 가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와 함께 다닌 영국인 부부가 묻는다. 고아의 방문이 어땠냐고? 

그러면서 자신의 어깨와 손을 들어 갸우뚱 거리며 몸짓으로 표현한다.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나보다. 그 모습을 보노라니 웃음이 나와 한참이나 서로 웃었다. 

사실 나도 뭐라 표현하기 어려웠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건물도 인상적인 장소도 기억이 안났고 그렇다고 깨끗하고 매력적인 도시도 아닌 듯 했다. 그래서 잠시 머뭇거리다 몹시 덥고 조금은 시끄러운 도시라고 대답하니 본인도 그렇단다. 많이 불편했나보다. ^*^


배로 돌아오는 길에  가이드의 얘기 중 이 지역 젊은이들의 최고의 꿈은 크루즈 승무원이 되는 거라는 말을 들으니 생각이 많이 복잡해진다. 고향을 벗어나고픈 사람들이 사는 도시... 현재의 생활을 벗어나려고 몸부림 치는 사람들이 많은 도시...

해 저무는 고아

나는 오늘 고아(Goa)에서 어떤 매력을 보았을까?

곰곰히 되짚어 보아야 겠다.


내일은 인도의 거대 도시 중 하나인 '뭄바이(Mumbai) 방문이다.

과연 뭄바이는 나에게 어떤 매력으로 다가올까?



작가의 이전글 크루즈타고 중동여행(14) Sea Day의 이벤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