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에 대한 나의 소고[小考]
조지아 공화국(Republick of Georgia)은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있는 코카서스 지역에 위치한 나라이다.
과거에 소련의 연방을 구성한 나라 중 하나였던 조지아는 '그루지야(Gruziya)' 로 불렸지만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하면서 '조지아 공화국'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람들은 '조지아'라고 말하면 보통 제일 먼저 캔커피를 떠올리고 그다음엔 미국의 주 이름 중 하나인 조지아를 거론한다.
공항에서 탑승 체크인을 하면서 승무원들에게 목적지가 '조지아'라고 하자 미국의 조지아로 알아들었고 우리가 가려고하는 조지아라는 나라는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2010년 이전까지는 그루지야라는 이름으로 불렸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조지아'라는 나라 이름은 생소한 게 당연할 듯도 하다.
이렇듯 아직은 낯설고 널리 알려지지도 않은 조지아라는 나라를 우리는 2019년 봄에 방문을 했다.
내가 조지아 여행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그중 하나는 오랜동안 잊히지 않고 있었던 공항에서 본 TV장면이다.
조지아와 남오세티야 공화국의 내전 사이에서 러시아는 자국민 보호라는 명목으로 남오세티야 공화국을 지원하기 위해 개입했고 이로 인해 러시아와 조지아 간의 전쟁이 일어났는데 이 전쟁 상황을 TV에서는 Breaking News로 내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TV에서는 조지아 군이 대포를 쏘고 있는 전쟁 상황을 중계했고 조지아의 한 시민이 가족의 시신을 끌어 안고 오열하던 장면이 아직도 선명하다. 귀국을 위해 공항에서 대기하던 중 보게 되었던 그 충격적인 장면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내 기억에 조지아는 그런 이미지로 남아있던 중 한국 TV 프로그램에서 조지아를 방문하는 내용이 방영되었고 그걸 보는 순간 '조지아'라는 이름이 내 마음에 콕 박혔다.
10년 전에는 전쟁터였던 조지아가 지금은 어떻게 변해있을지 무엇보다 궁금했고, 아직은 여행지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조지아의 신비를 경험하고 싶은 호기심과 낯선 오지를 탐험해보고도 싶은 마음이 바로 나의 여행 선택지가 되기에 충분했다.
또 다른 이유 하나는 조지아가 와인의 종주국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와인의 진정한 종주국은 프랑스, 이탈리아가 아닌 바로 조지아이다. 8000년 전부터 와인을 제조해서 마셨다고 하는 조지아는 와인을 숙성할 때도 오크통이 아닌 도자기로 만든 항아리(Qvevri)를 사용한다고 한다.
물 대신 포도주를 주로 마시며 와이너리가 많아 어느 마을을 방문하던지 와이너리의 견학이 가능하고 대부분 집에서 포도나무를 길러 각 가정에서 담근 차별화된 포도주에 자부심을 갖는 나라가 바로 조지아이다. 이런 매력을 가진 나라를 어떻게 안 가볼 수 있을까?
우리가 여행 중 보르조미에서 머물렀던 숙소의 주인 할아버지께서도 직접 만든 포도주라며 우리에게 권했는데 지금도 그 깊은 포도주의 맛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조지아가 갖고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어느 곳을 방문하던 수도원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에 위치한 수도원들도 많지만 걸어서 방문하기 어려운 장소에 세워져 있는 수도원들도 수없이 많다. 아마 지구 상에 수도원이 가장 많은 나라가 조지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조지아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기독교를 국교화한 나라였고 수많은 침략에 시달리면서도 그들의 종교를 굳건히 지켜왔던 것이다.
조지아의 국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들의 종교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하얀색 바탕에 빨간색 십자가가 그려져 있으며 네 개의 하얀색 작은 직사각형 가운데에는 네 개의 빨간색 예루살렘 십자가가 그려져 있으니 말이다.
이렇듯 조지아는 우리에게 여행의 이유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었고 그 이유들을 확인하고 경험하기 위해 보름간 방문하기로 했다.
우리 부부는 그 준비의 첫 걸음으로 짧은 기간이나마 조지아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차를 운전할때 마주할 이정표 정도는 읽을 줄 알아야 조금은 수월하기 때문이다.
"가마르조바(안녕하세요)", "마들로바(감사합니다)"
자~ 이제부터 조지아로 떠날 준비를 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