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의 '파리 다움( like Paris)' 체험기

프랑스 북서부 여행 7 : 파리 여행은 타임머신이 필요해!

by 담소

아무리 경치가 좋아 눈이 행복해도 단 맛을 찾는 나의 욕구는 때와 장소가 없나 보다.

낯선 도시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니 몸이 피곤해지는데 그럼에도 나의 뇌와 입 안에서는 달콤한 무언가를 계속 찾고 있는 중이다.

결국 내 걸음은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하고 있었다.

더구나 많은 이들이 유명하다고 소개한 '베르티용(Berthillion)'이라는 아이스크림 가게 근처를 지나는데 어찌 그냥 갈 수 있으랴...

아이스크림 가게에 도착했는데 역시 이름난 곳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기다림 쯤이야....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아이스크림을 받았는데 정말 맛나다. 이래서 줄 서서 먹는 가게라고 하나보다.

시원함과 달콤함이 어울려 여행의 피로감을 사라지게 만든다. 순식간에 내 몫을 먹고 난 후 남편이 먹고 있는 아이스크림도 덩달아 함께 먹는다. 보너스다. ㅎㅎ


사실 나는 여행 중 끼니를 위해 이름난 맛집을 찾아가거나 잘 차려져 나오는 갖춰진 장소에서 식사를 하는 행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그래야 할 때도 있고 가끔은 그런 장소에서 음식을 먹는 것도 필요하지만 나는 여행 중 길을 걷다 마주친 음식에 더 끌리고 현지의 마켓에서 재료를 구입하여 간단히 해 먹는걸 즐긴다.

왠지 더 맛나고 먹는 재미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아마도 미식가가 될 자격이 없고 전생에 귀족은 아니었나 보다.ㅎㅎㅎ

하지만 특별히 오늘 저녁 식사는 남편이 예약을 해놓은 레스토랑에서 먹기로 되어 있다.




달콤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 덕에 기분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우리는 잠시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를 방문하기로 했다.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퐁피두 센터'로 이름을 지은 복합 문화예술 센터이다.

이곳은 파리의 고정된 이미지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혁신적으로 기획된 문화센터였다. 즉 현대미술과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아디이어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이 지어질 때 파리 시민들은 경박하고 흉측한 이미지라고 배척을 했지만 현재는 파리를 대표하는 예술작품의 하나가 되어 세계인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장소가 되었다.

특히 젊은이들이 자주 찾고 애용하는 장소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왠지 이곳이 낯설다.

광장 한 편에서는 이해 못 할 독특한 춤(?) 연습을 하고 있는 젊은 무리들이 보이고 주변을 에워싼 건축물들 또한 나에겐 익숙치 않고 무관한 이질감으로 다가온다. 하물며 '파리답지' 않은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남편은 매우 흥미로워한다.


예술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건 좋지 않지만 난 여전히 클래식 예술을 선호하고 즐겨 감상한다.

음악에서도 낭만주의보다는 고전주의 음악을 좋아하고 그림도 인상주의보다는 사실주의 그림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잦은 변화는 영원함이 아닌 머물다가는 순간의 바람처럼 여겨질 때가 있고 나의 삶과 가치관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이다.

이런 나를 남편은 나의 고집과 아집일 수 있다며 변화의 추세를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개인이 느끼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다른 사람이 가타부타 논 할 수는 없다.

더구나 칸트는 미(美)에 대해 개인(주체)과 관련된 이해관계나 혹은 나만의 특수한 상황이나 성향에서 벗어나서 사물을 관조적인 자세로 바라볼 때만이 우리는 비로소 아름다움을 판단할 자격이 있다고 했다.

듣고 보니 당연한 말이고 남편의 말에도 일리가 있음을 느끼지만 나에겐 여젼히 어려운 과제다.



20170502_154137.jpg
20170502_154257.jpg
20170502_155210.jpg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어떻게 개인의 주관과 성향에서 벗어난 아름다움이 있을수 있을까? 역시 난 철학자가 될 수는 없나보다.

나의 편향된 미의 가치관이 잘못된 나의 독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은 씁쓸한 마음으로 다음 장소로 출발했다.




유명한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Shakespeare and Company)' 서점을 방문했다.

노란색 간판 중앙, 자그마한 액자에 담겨있는 셰익스피어의 사진과 함께 'Shakespeare and Company'라고 선명하게 쓰여있다.

간판으로 사용된 진한 녹색과 노란색의 조화가 안정감과 안락함을 선사한다.

편한 마음으로 누구든 어서 오라는 듯....

방금 전 퐁피두에서 불편했던 내 마음을 알기라도 했던 걸까?


누가 써 놓았을까?

서점 앞 벤치의 등받이에는 푸른색으로 '고도를 기다리며'의 저자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글이 보인다.

20170502_175256.jpg
20211123_144607.jpg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전경과 벤치에 쓰인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글


'we spend our life. it's ours trying to bring together in the same instant a ray of sunshine and a free bench.

한 줄기 햇빛과 무료 벤치를 같은 순간에 함께 하기 위해 우리는 삶을 보낸다. '


내 나름대로 이렇게 해석해보지만 저자의 생각과 동일한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매우 의미 있는 말임엔 틀림이 없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벤치에 앉아 시간에 구애 없이 한가롭게 책을 읽는 그런 삶이 얼마나 우리에게 소중하고 간절한지를 느끼게 해주는 문장인 것 같기도 하다.

10년 이상을 공부하고 여전히 영어를 자주 사용하지만 서툰 건 여전하다.

sticker sticker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역사는 1919년 미국인 출판업자인 실비아 비치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집필한 시와 희곡 등의 희귀한 판본들을 판매하면서 시작되었으며 그녀가 유일하게 집필한 'Shakespeare and Company'의 제목을 따서 서점의 이름이 되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이 파리를 점령했을 당시 그녀는 제임스 조이의 '피네간의 경야'를 독일 장교에게 팔기를 거부하면서 이 서점은 강제로 폐업처리가 되기도 했다.

그 후 독일이 패전하고 파리에서 다시 이 자리에 미국인 조지 휘트먼에 의해 '미스트랄(Le Mistral)'이름으로 서점을 열 수 있었고 실비아 비치가 사망하자 다시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라는 이름을 찾게 된다.

이렇듯 의미 있는 역사를 갖고 있는 이 서점은 폐기될 위험에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년 가까운 오랜 세월을 견디며 수많은 문학인들과 예술인들의 쉼터 역할을 했다.


이 서점은 역사와 전통을 지닌 유명한 서점으로 알려진 탓에 많은 방문객들이 들르는 이유도 있겠지만 급작스럽게 방문객들이 많이 늘어난 이유는 대중성이 강한 영화의 배경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나 역시 이 서점이 영화 배경이 된 두 영화를 본 적이 있다.

파리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그려냈다고 극찬을 받은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에도 이 서점이 나왔지만 그 보다 나는 영화 <Before Sunset 비포 선셋>에서 줄리 델피(셀린)와 에단 호크(제시)가 9년 만에 재회하는 운명적인 무대, 즉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에서의 장면이 생생하게 매력적으로 남아있다.

낡고 허름한 서점. 오래된 책 냄새가 가득한 책방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사랑은 또다시 애잔하게 펼쳐진다. 이번엔 오스트리아 빈이 아닌 파리의 곳곳을 다니면서 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영화 ’ 비포선셋‘의 배경이 된 후로 이 서점이 더 유명해진 것 같다.


때마침 우리가 서점에 도착했을 즈음, 바쁘게 서점 내부를 정리하는 직원들이 보였는데 오늘도 저녁 7시에 작가의 설명회가 있다고 한다.

20211125_141856.jpg
Before Sunset 영화 포스터와 영화 배경이 된 서점 내부


어떤 작가의 설명회일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충분하다면 함께 하고 싶었지만 여행객인 우리는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어 안타깝지만 그 기회를 포기해야 했다.

영화 <비포 선셋>에서도 제시가 자신의 책에 대한 설명회를 하는 도중에 이 서점에서 셀린을 만나는데....

누군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진다. ㅎㅎ




서점 내부의 다소 어두컴컴하고 습한, 오밀조밀한 자그마한 공간이 많은 책들로 둘러싸여 있다.

갑자기 시간이 멈춰진 듯, 낡은 고서점에 있는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오래전으로 돌아온 느낌도 든다.

많은 사연과 역사의 자취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곳이 마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장소처럼 느껴진다.

이곳이 과거에 서점뿐 만이 아닌 숙소, 도서관, 작업실로 사용되었다는 얘기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여기저기 앉거나 서서 자유롭게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책을 고르고 있는 사람들,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는 사람들, 소리를 낮추어 대화하는 사람들...

이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결코 소란스럽지 않다. 오히려 이 분위기가 나에겐 아늑하고 포근한 장소로 다가온다.

나는 책을 꺼내어 보다가 서점 고유의 독특한 매력과 특유한 분위기에 잠시 빠져본다.


한마디로 파리에 어울리는 고풍스러움과 낭만이 어우러진 근사한 곳이다.


좁은 계단을 올라 2층에 이르니 커다란 문구가 눈에 띈다.

'Be not inhospitable to strangers lest they be angels in disguise (천사로 위장했을지도 모르니 낯선 사람들에게 불친절하게 대하지 말 것)'


역시 이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기 위한 서점이 아니었던 것이다.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 장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언제든지 와서 이 장소를 활용할 수 있으니 방문하는 사람 모두를 위해 서로 배려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지금도 이곳에서는 잘 곳이 없어 찾아오는 작가나 여행객들을 재워준다고 하니 책을 사랑하는 이들은 물론 예술가와 작가 지망생을 후원하며 많은 이들과 따뜻하게 교류하며 사는 삶.

은은한 향이 풍기는 파리인들의 멋진 삶이 느껴진다.


내부를 둘러보다 2층 한쪽에 노란색 귀여운 타자기가 놓여있는 걸 발견했다. 작가 지망생들이 이 타자기로 작업을 했을까?

피아노도 있었다고 하던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타자기 앞에 앉아 타박타박 익숙하지 않은 손으로 오늘 방문한 이 장소를 기념하며 글로 남겨본다.


'As time goes by, I want that our trip to Paris will be remembered as a spectacular festival.

in a bookstore "shakespeare and company

May 2th, 2017 ji hyun " '

sticker sticker


20170502_175644.jpg
20170502_175809.jpg
서점 2층 한 쪽에 놓인 타자기

이 또한 봄날의 따뜻한 추억으로 남으리라.



역시 오늘 내가 경험한 파리는 문학과 예술, 낭만의 도시로 느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노트르담 성당을 방문했을 때에는 빅토르 위고가 쓴 "노트르담의 꼽추'의 주인공 콰지모도의 가슴 아프고 처절한 사랑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고 ,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 들르니 영화 'Before sunset'의 제시와 셀린의 운명적인 만남과 이별을 미루는 애잔하고 여운 있는 그들의 애틋한 장면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방문하는 모든 장소들마다 저마다의 많은 의미들과 사연 그리고 낭만과 추억이 스민 파리다운 도시였다.




서점에서 나온 우리는 위고가 약 10여 년간 살았던 집이 있는 '보쥬 광장(Place des Vosges)'에 가보기로 했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광장 중의 하나라고 알려진 보쥬 광장은 앙리 4세에 의해 세워졌으며 당시에는 '로열 광장(Place Royale)'이라 불렀다고 한다.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이 광장은 귀족들이 만나서 수다를 떠는 장소의 역할이었고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 명칭이 보쥬 광장으로 바뀌었는데 그 이유는 보쥬 지방에서 처음으로 세금을 낸 감사의 의미였다고 한다.


상공에서 본 보쥬 광장(출처 :Wikipedia)

사방이 모두 같은 건물로 정사각형으로 둘러싸인 아담하고 독특하고 아름다운 광장으로 파리 사람들의 쉼터가 되고 있는 곳이다. 전체가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지만 지루하거나 단조로운 느낌 대신 단정하고 깔끔한 르네상스 건축 양식을 돋보이게 하는 정갈한 광장이다.

붉은색의 벽돌과 푸른색 지붕의 조화가 프랑스 저택의 우아함을 느끼게 한다.

광장 주변엔 짧게 잘린 보리수가 인상적이다.

벤치에 앉아 대화를 하거나 잔디에 누워 책을 읽는 사람, 산책을 하는 사람...

모두들 어쩜 그렇게 편해 보이는지...

파리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광장이라고 하는데 공원은 한가하다.


광장의 아케이드를 걷는데 오가는 사람들이 없어 삭막함이 느껴질 정도다. 카페도 닫은 곳이 많고 대부분의 상점들도 문이 닫혀있어 썰렁하기까지 하다. 주말이 아니라 그런 것 같다.

참, 보쥬 광장이 있는 이곳 마레(Marais) 지구는 성소수자들의 중심지라고 하던데 이들을 위해 정부는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는 보도도 들은 적이 있다.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이 역시 파리답다.

뜬금없이 별 생각이 다 든다.ㅎㅎ

20170502_163326.jpg
20170502_163547.jpg
보쥬 광장(Place des Vosges) 그리고 위고와 보쥬광장이 그려진 지폐(1965년)



광장에서 나와 소르본(Sorbon) 대학(4대학)을 가기 위해 라탱지구(Quartier Latin)로 향했다.

'라탱(Latin)'은 라틴어로 수업을 진행했던 중세시대에서 따온 말로 대학이 모여있는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소르본 대학교 안으로 들어가 보려 했는데 입구에서 출입증 검사를 한다.

이 대학은 화요일에만 일반인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던 말이 그때서야 생각이 난다. 하는 수없이 소르본 대학 외곽을 돌며 주변 거리를 산책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거리엔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지만 차분하고 조용하다.

카페에는 몇 명씩 둘러앉아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가끔씩 눈에 보일 뿐이다.

패션의 중심지이자 주점과 카페가 늘어서 있는 한국의 대학가와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대학 주변 골목 한 곳에서는 저렴한 식당과 카페들이 늘어서 있고 직원들이 밖으로 나와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20170502_182545.jpg
20170502_183133.jpg
라탱지구 거리



저녁 식사는 미리 예약해둔 라탱지구에 있는 조그마한 레스토랑을 방문했는데 한마디로 색다른 음식을 경험 한 날이었다.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레스토랑을 방문하니 메뉴판엔 상상이 안 가는 생소한 음식이 소개되어 있어 잠시 당황스러웠다.

메뉴에 있는 음식들이 평범하지 않다.

우린 앙트레를 선택하기 위해 메뉴를 훑어보는데 이게 웬일인가?

설마 했는데 파리에서도 생선회를 먹을 수 있었다. 그것도 대구회를...

역시 미식가의 나라 '프랑스'라더니... 그냥 나온 얘기가 아니었다.

남편은 앙트레로 대구회( Raw Cod)를 주문했다.


메뉴에 대해 설명과 음식을 서빙할 때마다 그들은 극진했지만 때때로 도도함을 느낀다. 손님들에게 다가오는 몸짓도 퍽 거침없다. 음식과 서빙에 자신감이 넘치는 그들이다.


드디어 메인 요리에 앞서 남편이 선택한 앙트레(entrée)가 나왔다.

대구살이 잘게 깍둑썰기가 되어있는 모양새에 야채 특히 고수가 함께 섞인 샐러드였다.

설명을 들으니 먹을 수 있을 듯싶었는데 막상 우리 앞에 놓인 음식은 평범치 않았다.

난 처음 마주한 이 음식이 향도 강하고 보기에도 낯설어 걱정했는데 남편은 먹을 만했는지 남김없이 먹는다.

내가 주문한 파스타는 소스의 풍미가 독특하고 조금은 짠 듯해 걱정했지만 다행히 함께 나온 바게트와 함께 먹으니 먹을 만하다.

역시 함께 마신 프랑스 와인이 오늘 우리 음식의 신의 한 수였다. ㅎㅎ

주민들이 즐겨 찾는 레스토랑이라 그런지 음식과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조금은 낯설었지만 오히려 그들은 자랑스러워한다.

마치 일반 대중이 원하는 입맛을 따라가는 평범한 프랜차이즈와 비할 곳이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역시 도도한 파리다.



저녁 8시가 넘어 레스토랑에서 나오니 사방이 어두컴컴하다.

우리는 잠시 거리를 걸었다.

카페 안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모여 진지하게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거리에는 배낭을 메고 바쁘게 걸어가는 대학생처럼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 나에겐 마냥 싱그럽다.

'우리도 이런 때가 있었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들이 부럽다.

젊음도,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도, 그리고 그들이 갖고 있는 꿈도 희망도....


내가 다시 이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특별히 무엇을 해야겠다는 목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괜스레 설렌다.

과연 과거로의 회귀가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돌아간다면 그때의 나보다는 더 열심히 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고 보니 지금 옆에서 걷고 있는 남편의 자리에 다른 누군가가 함께 걷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ㅎㅎㅎ




숙소에 도착해 오늘 하루를 되짚어 본다.

화려한 '봄날의 향연'이라고 부르고 싶을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파리'에서는 시간 여행을 위한 타임머신이 필요했다.

방문하는 곳곳마다 과거의 소중한 순간들과 발자취에 머무르며 현재와 미래의 우리의 모습을 생각하게 했으니 말이다.

아울러 진정한 파리 다움을 느끼기 위해선 나 자신 먼저 문을 열고 그 자리에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공간이 필요함도 느꼈다.

세기의 시간과 장소를 넘나들고 인간의 한계가 무한함을 느끼게 했던 도시 파리!

한마디로 파리는 어림짐작으로수 없는 종잡기 어려운 도시였다.


내일 우리와 함께 할 파리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그런데 하늘을 보니 별이 없다.

비가 오려나?

봄비 내리는 파리의 거리도 여전히 운치와 낭만이 존재하겠지?

keyword
이전 06화파리의 배꼽, 시테섬에서 낭만을 즐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