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오므라이스이다.
"오늘 아침은 뭐 먹을까?"
"당연히 오므라이스지."
매일 아침마다 외치는 오므라이스♡
계속 먹어도 맛있다는 오므라이스는 사실 햄볶음밥이다. 딸은 토마토소스를 싫어한다. 오므라이스에 꽃은 데미그라소스인데, 소스를 올려주면 입에도 대지 않는다. 소스맛으로 먹는 아들과 달리 딸은 오므라이스에 들어가는 볶음밥과 달걀을 좋아한다.
"또 볶음밥이에요? 지겨워요."
딸의 오므라이스 타령에 아들이 매번 입이 나온다. 매일 아침마다 투닥거리는 남매들, 어쩔 수 없이 오므라이스는 주말에 한 번만 먹기로 타협을 했다.
오므라이스 만들기는 어렵지 않다. 야채를 잘게 썰고 햄을 썰고 열심히 볶다가 밥을 섞어주고 달걀을 올려주면 끝.
"엄마, 오늘은 내가 만들어볼래요."
"오므라이스를? 뜨거운 팬에 볶는 거라 위험한데."
"야채만 썰면 되잖아요."
그렇게 시작된 딸의 빵칼 요리. 빵칼로 빵 말고 야채를 썰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가장 자르기 쉬운 야채는 애호박. 적당히 무르면서도 형태가 뭉개지지 않아서 아이들도 빵칼로 쉽게 자를 수 있다.
"엄마, 이거 꼭 멜론 같죠?"
"이렇게도 자를 수 있어요. 흑백요리사 보니까 칼로 이렇게 자르던데."
빵칼로 현란한 기술을 선보이며 딸은 애호박을 잘랐다. 시간은 아주 많이 걸렸지만 제법 잘게 잘 썰었다.
"오~ 정갈하게 잘랐네. 우리 딸 재능 있다!"
"그치? 내가 엄마보다 잘하는 것 같은데."
다음은 양파. 양파도 빵칼로 쉽게 잘린다. 문제는 미끄러워진다는 것.
"엄마, 양파가 다 분리됐어요."
손에 힘이 부족한 아이가 자르기엔 양파는 겹이 너무 많다. 엄청나게 많아진 양파를 자르며 딸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왜 이렇게 눈이 따가워요? 원래 양파가 매워요?"
"응, 엄마는 썰다가 운 적도 있어."
눈이 매워서 눈물이 나도 딸은 즐겁다. 딸에게 야채 썰기는 귀찮은 집안일이 아니라 재밌는 놀이였다. 빵칼로 썰기 힘든 당근만 내가 썰었다. 딸 덕분에 시간은 한 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편하게 오므라이스를 만들었다.
"엄마, 내가 야채 썰어주니까 편하죠?"
"응♡ 덕분에 엄마 손목이 덜 아프네."
"다행이에요. 오므라이스 야채 썰기는 저한테 맡기세요."
앞으로 주말 아침은 오므라이스로 쭉~ 고정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