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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가짜 선물 대소동

엄마 산타의 대위기

by 까만곰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크리스마스. 번 크리스마스엔 선물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딸이 좋아하는 실바니안 인형들은 일주일 전부터 도착해서 대기 중이었다. 문제는 아들의 선물. 레고를 주문했더니 3일째 배송 준비 중. 크리스마스 전에 배송이 힘들다는 말에 다른 레고를 주문했다. 아슬아슬하게 24일 오후에 도착한 선물을 아들 몰래 베란다에 숨겨뒀다.


아이들은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굳게 믿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혹시 엄마가 산타가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엄마, 애들이 그러는데 산타할아버지는 없대."

"정말? 그래도 난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그거 다 엄마가 사주는 거라던데."


그래 이제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나이가 되었지. 그래도 아직 산타를 믿고 싶어 하는 둘째를 위해서 모르는 척했다.

"엄마도, 선물 받고 싶다. 나도 선물 달라고 기도해야지."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애들 덕분에 새벽에 일어나서 몰래 선물을 포장하고 리 아래 놓았다. 내일 아침 행복해할 아이들의 얼굴을 상상하니 흐뭇했다.


크리스마스 아침, 거실에서 딸의 기분 좋은 목소리가 들렸다.

"오예~ 선물이다. 오빠 선물 있어!"

"엄마, 선물이 왔어요. 얼른 나와보세요."

다들 자고 있는 아침, 혼자 들뜬 딸은 눈도 못 뜬 가족들을 불러댔다.


"내가 이거 가지고 싶어 하는 거 어떻게 아셨지?"

'모를 수가 없지. 트리에 한 달 전부터 써서 붙여놨으니.'

딸에 들뜬 목소리에 아들도 방에서 나왔다.

"선물 있어? 내 건?"

"소리 나는 거 보니까 이거 레고박스 같아. 오빠가 열어봐."

"오, 진짜네! 내가 가지고 싶어 하던 거잖아."

다행이다. 둘 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새벽에 엄마 산타노릇 하길 잘했다 싶었다.

그런데 레고 박스를 뜯은 아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뭐야, 이거 짝퉁이잖아! 레고 정품이 아닌데."

"무슨 말이야? 여기 박스에 제품번호랑 로고랑 레고 맞는데."

"아니에요. 설명서가 달라요. 여기 블록에 레고 표시도 없고."

"아... 정말이네."

"이거 대체 어디서 산거예요? 사기꾼한테 속았어요?"

"아니, 인터넷에서 분명 제값 주고 샀는데."

"이거 엄마가 산 거예요? 산타할아버지가 준거 아니에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엄마가 산타라고 말을 해버렸다. 잔뜩 실망한 아들과 혼란스러운 딸 그리고 당황스러운 나ㅠ


기다리던 장난감과 함께 행복하고 여유로운 크리스마스 아침을 보내려던 계획이 날아가버렸다. 좀 더 제대로 보고 살걸, 급한 마음에 배송이 빨리 되는 걸 찾다가 짝퉁 레고를 사서 선물해 버렸다.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이렇게 허무하게 들키다니;


이렇게 하루를 망칠 수는 없다. 크리스마스에 사기를 친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아들에게 급히 제안을 했다.

"아들, 우리 지금 다시 사러 가자! 레고스토어에 직접 가서 사면 확실하지 않을까?"

그렇게 갑자기 크리스마스 쇼핑이 결정됐다.


사람이 많을 거라고 각오는 하고 갔지만 평소보다 5~6배는 많은 사람과 차에 놀랐다. 다들 우리 집처럼 선물 사러 온 건지 쇼핑몰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레고 스토어에 무사히 도착했다. 크리스마스 행사 중이라 오히려 온라인보다 더 저렴하고 혜택도 많았다.


레고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와 포토존, 체험부스도 크게 진행하는 장소가 있어서 사진 찍고 즐기기에도 딱이었다.


"엄마, 앞으로 레고는 직접 와서 사요."

"그래 그러자. 집에 있는 건 반품해야겠다."

"엄마가 어떻게 반품해요? 진짜 엄마가 산타예요?"


크리스마스 가짜 선물사건은 다행히 일단락되었지만, 엄마 산타사건은 해결되지 않았다. 끊임없이 산타가 엄마냐고 물어보는 딸에게 사실을 말해줄 때가 온 것 같다.


'딸아, 엄마가 솔직하게 말 못해서 미안해. 엄마가 선물을 준 건 맞지만 산타할아버지도 어딘가에 계시지 않을까? 엄마는 아직도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려. 믿는 사람들에게는 선물을 가져다주실 거라고. 우리 같이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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