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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유진 Jul 07. 2022

La vie en France - 한 여름의 그늘

05. 그늘을 찾아온 이유

저녁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밖은 낮인 마냥 훤했다.                      

늦게 지는 해 덕에 프랑스의 여름은 하루가 아주 길었다.

서지는 안소피 할머니가 해주신 송아지 고기 요리를 먹고 있었다.

‘할머니들 요리는 만국 공통의 진리인가 봐, 뭘 넣었길래 이렇게 달고 맛있지’

안소피 할머니는 잘 먹는 서지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운 서지가 안소피 할머니에게 물었다.

“제가 얼마 전 뜬금없이 전화해서 이곳에 다시 오고 싶다고 해서 놀라셨어요?”

“언제든 바람 쐬고 싶으면 놀러 오라고 연락처를 준건 난데 놀랄 게 뭐가 있겠니?”

서지는 쿨한 안소피할머니의 대답에 자신이 괜한 질문을 한 것 같아 웃음을 내보였다.

안소피 할머니가 말을 이어나갔다.

“3개월 전, 너희 가족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아니 이런 사랑스러운 가족이 다 있나 생각했다. 에어비엔비 손님으로 온 가족이 나를 다 챙겨주다니, 그런 일은 여태껏 한 번도 없었거든. 그리고 그런 가족들을 떠나 혼자 프랑스에 와서 공부한다는 너는 마침 영국에 있는 내 손녀딸과 나이가 비슷하더구나”

서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소피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야 대부분 혼자 있으니 누군가 날 방문해주면 좋지, 마침 레이첼이 다녀간지도 한참 되었거든”

레이첼은 할머니의 첫 째 딸이었다.

이번엔 서지가 이야기를 꺼냈다.

“저 학교 졸업하고 일을 시작했어요. 이제 거진 두 달이 되어가요”.

“졸업하자마자 일을 찾았다니 정말 대단하구나, 부모님도 널 매우 자랑스러워하겠어”

서지는 다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런데 영 기쁜 얼굴이 아니구나”

자신의 심정을 읽은 듯 묻는 안소피 할머니의 말에 서지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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