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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유진 Jul 06. 2022

La vie en France - 한 여름의 그늘

04. 두 번째 만남

서지가 초인종을 꾸욱 눌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철 대문이 지잉 소리를 내며 자동으로 열렸다. 

대문이 열리자 햇빛을 받아 잘 자란 초록색 잔디밭 위로 깨끗한 하얀 외벽에 주홍빛 지붕의 집이 서지의 눈에 들어왔다. 

서지는 안소피 할머니네 집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처럼 어색한 듯 어깨에 맨 배낭끈을 양손으로 꽉 움켜쥐며 할머니네 앞마당을 조심조심 걸었다.  

그때 마침 안소피 할머니가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하얀 머리에 안소피 할머니는 키가 작았지만 허리는 굽은 곳이 없었다. 

“Hello my dear!” 

서지를 발견한 안소피할머니가 먼저 기쁘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고 나서 서지와 안소피 할머니는 프랑스식 볼 뽀뽀 인사를 두 번씩이나 주고받았다.   

멀리서 손녀가 온 마냥 서지를 반겨주는 안소피 할머니의 태도에 긴장한 서지의 마음이 조금은 풀렸다.  

서지는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고 건네며 할머니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가족들과 왔을 때는 왼쪽 편 별채에서 지냈기에 할머니가 살고 있는 본채의 공간은 보지 못한 터, 서지는 마치 들어와서는 안될 주인집에 몰래 들어온 아이처럼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할머니의 공간을 둘러봤다. 

‘여기가 할머니 집이구나’

신기해하며 둘러보는 서지를 귀엽다는 듯 쳐다보며 안소피 할머니는 서지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있는 2개의 방 중에서 가족이 오면 내준다는 방을 서지에게 보여준 후, 안소피 할머니는 서지가 짐을 풀도록 자리를 비켜줬다.  

서지는 3일 동안 지낼 이 방이 마음에 들었다. 깨끗하고 보드라워 보이는 하늘색 이불이 놓인 침대와 빈티지스러운 램프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할머니의 영어책들을 빼곡히 꽂아놓은 책장과 오래된 나무 책상이 있었다. 

‘여기서 생각을 정리하며 좀 쉴 수 있을 것 같아’

서지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배낭에서 할머니께 드릴 와인을 꺼내어 1층으로 내려왔다. 안소피 할머니는 서지를 위해 저녁식사거리를 데우고 있었고, 3달 전에 처음 알게 된 자신을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주는 할머니의 보살핌에 닫히고 자신감 없던 서지의 마음이 어느덧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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