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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유진 Jul 01. 2022

La vie en France - 한 여름의 그늘

01. 그늘을 찾아가는 길

서지는 파리 리옹역에서 퐁텐블로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여름 7월에 파리 리옹역은 바캉스를 떠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기차 안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만원 버스라도 탄 듯 기차 안은 사람 반 캐리어반으로 숨 쉴 공간을 뺏긴 지 오래였다.

작은 배낭을 올려놓아야 할 것 같은 좌석 위 선반에는 기내용 캐리어들이 하나둘씩 올라가 있었으므로 좁은 기차 안이 더 좁고 후덥지근하게 느껴졌다.

배낭 하나를 달랑 매고 나온 서지는 기차 티켓에 적혀있는 데로 65C 좌석을 찾아 앉았다. 

서지의 맞은편에는 50대쯤 되보이는 백인 아줌마가 손부채질하며 후덥지근한 기차 안 공기와 싸우고 있었고, 그 옆에 앉은 젊은 흑인 남자는 포기한 듯 휴대폰 화면만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서지는 프랑스의 여름이 한국의 여름보다 더 참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아주 더울 때만 35도를 웃도는 프랑스의 여름, 더군다나 습하지도 않고 장마도 없는 이 나라의 여름은 사실 한국보다 꽤 괜찮았다. 그렇지만 이 나라에선 에어컨이라는 걸 찾기가 힘들었으므로 잠깐의 더위를 식혀줄 그 어딘가가 없었다. 

그건 기차 안도 마찬가지였다.

서지가 탄 이 오래된 일반 열차에도 에어컨은 당연히 설치되어있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서지는 스스로 최면이라도 걸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한 시간만 참으면 돼, 그럼 파리를 벗어날 수 있어’

그리고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안소피 할머니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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