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빛 속의 비행기
푸른 저녁 하늘을 가르며 비행기가 지나갑니다.
도시의 불빛은
아직 본격적으로 켜지지 않았지만,
건물 사이로 스며드는 저녁빛은
이미 하루의 끝을 알리고 있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저는 늘 같은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저 비행기는 어디에서 날아왔을까요.
그리고 지금 저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연을 안고,
어떤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을까요.
지상에 남아 있는 우리는 늘 무겁습니다.
발은 땅에 단단히 붙들려 있고,
하루의 무게는 어깨 위에 내려앉습니다.
그러나 공중을 가르는 저 비행기만은 자유롭습니다.
구름 위로 솟아올라, 시간을 앞서거나 늦추며, 경계를 넘어갑니다.
저는 그 자유로움에 잠시나마
제 자신을 투영해 봅니다.
가지 못한 길, 미뤄둔 꿈,
아직 닿지 못한 그곳을 떠올리면서요.
바람 소리와 함께 비행기가 점점 멀어지면,
그 뒷자리에 묘한 여운이 남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도 어쩌면
저 비행과 닮아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낮게 날다가도 어느 순간은 힘차게 치솟고,
다시 내려와 또 다른 땅에 발을 디딥니다.
중요한 것은 끝없는 상승이 아니라,
결국 도착한 그곳에서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남기느냐일 것입니다.
오늘 밤, 저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마음속으로 작은 다짐을 해봅니다.
언젠가 저도 저 푸른 하늘 위를 날아,
멀리서 저를 기다리는 ‘어딘가’에
닿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설령 지금은 땅 위에 서 있을지라도,
제 꿈 또한 언젠가 비행기가 남긴 궤적처럼 희미하게라도 빛나기를 바라면서요.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