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멈춤

커피 향에 머무는 작은 쉼표

by 여백로그


커피를 내리는 시간은

저에게 작은 의식 같은 순간입니다.


그라인더에 원두를 넣고,

갈리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복잡했던 생각들이 잠시 멈춥니다.


잘게 부서져 가루가 되어가는 원두를 바라보면,

마음속에 쌓였던 피로도

조금씩 갈려나가는 듯합니다.


뜨거운 물을 붓는 순간,

원두는 천천히 숨을 내쉽니다.


피어오르는 거품과 향은

어제의 무거움을 밀어내고

오늘의 숨을 불어넣어 줍니다.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커피를 바라보며

저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을

다시 배웁니다.


그 천천한 흐름이

오히려 제 마음을 다독여 줍니다.


커피가 다 내려질 즈음이면

마음도 어느새 고요히 가라앉아 있습니다.


잔을 감싸 쥐고 향을 들이마시는 순간,

세상과 잠시 거리를 두고

오롯이 저 자신과 마주하게 됩니다.


저에게 커피 한 잔은

단순히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멈춤이고, 쉼이며,

다시 살아갈 힘을 채워주는

소중한 의식입니다.


여러분에게는 어떤 순간이

마음을 잠시 멈추게 하나요?


그 순간이 오늘 하루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


-여백-

Insta | @yeobaek.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