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 자리에서
비가 그친 밤, 도로 위에는
아직 마르지 못한 공기와 잎사귀의
냄새가 남아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발자국이 지나간 자리마다
작은 빗방울들이 깜빡이며 흔적을 남기고,
돌바닥 위에 붙은 낙엽들은
마치 그 자리에서 오래 머무르려는 듯
조용히 눌러앉아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마음도 어쩌면
이 낙엽들과 비슷한 게 아닐까 하고요.
바람에 흩어지고, 빗물에 젖으며,
그러면서도 끝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마음들 말이에요.
누군가를 향한 생각,
한때 뜨거웠던 다짐,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한 미련들까지
모두 비에 젖은 잎처럼 어딘가에 남아
다시 마를 날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라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잠시 쉬어가는 중인 마음.
젖은 낙엽들 사이로 스치는 바람처럼,
우리의 감정도 그렇게 다시 일어설 힘을 품고 있겠죠.
오늘 밤, 그 생각만으로도
조용히 위로받은 마음이었습니다.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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