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시작이 맞닿는 자리에서
처음엔 단순한 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작과 끝이 분명히 존재하는,
너무도 익숙한 형태의 선이라고요.
그저 하나의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끝을 손에 쥐고 천천히 돌려보니,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도,
어디로 향하는지도
도무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이어져 있었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이 선은 단순한 곡선이 아니라,
한 번의 시작이 모든 끝을 품고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요.
뫼비우스의 띠.
그 안에서 저는 많은 마음을 떠올렸습니다.
시간이 지나 희미해졌던 관계들,
이미 끝났다고 믿었던 인연들,
그리고 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마음들까지.
모두가 이 한 면 위에서 여전히 이어져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길을 걷는 것 같아도,
결국은 같은 면 위를 돌고 있었던 것이지요.
끊어졌다고 생각했던 관계도,
다시 이어질 수 있는 여백이 있었습니다.
사라졌다고 여겼던 마음도,
조용히 다른 형태로 곁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 띠는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 위로가 됩니다.
완전한 이별은 없고,
완전한 시작도 없으니까요.
모든 만남은 언젠가 이 선 위 어딘가에서
다시 이어질 테고,
모든 끝맺음은 또 다른 시작이 될 테니까요.
오늘도 저는 그 띠 위를 천천히 걸어갑니다.
끝과 시작이 맞닿은 그 자리에서,
당신의 마음 또한 오래 머물기를 바랍니다.
- 여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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