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시작이 모든 끝을 품고 있을 때

끝과 시작이 맞닿는 자리에서

by 여백로그


처음엔 단순한 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작과 끝이 분명히 존재하는,

너무도 익숙한 형태의 선이라고요.


그저 하나의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끝을 손에 쥐고 천천히 돌려보니,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도,

어디로 향하는지도

도무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이어져 있었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이 선은 단순한 곡선이 아니라,

한 번의 시작이 모든 끝을 품고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요.


뫼비우스의 띠.


그 안에서 저는 많은 마음을 떠올렸습니다.


시간이 지나 희미해졌던 관계들,

이미 끝났다고 믿었던 인연들,

그리고 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마음들까지.


모두가 이 한 면 위에서 여전히 이어져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길을 걷는 것 같아도,

결국은 같은 면 위를 돌고 있었던 것이지요.


끊어졌다고 생각했던 관계도,

다시 이어질 수 있는 여백이 있었습니다.


사라졌다고 여겼던 마음도,

조용히 다른 형태로 곁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 띠는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 위로가 됩니다.


완전한 이별은 없고,

완전한 시작도 없으니까요.


모든 만남은 언젠가 이 선 위 어딘가에서

다시 이어질 테고,

모든 끝맺음은 또 다른 시작이 될 테니까요.


오늘도 저는 그 띠 위를 천천히 걸어갑니다.


끝과 시작이 맞닿은 그 자리에서,

당신의 마음 또한 오래 머물기를 바랍니다.


- 여백 -

Insta | @yeobaek.log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