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서 있는 용기
병원 복도를 지나던 어느 날,
모서리에 조용히 놓인 작은 나무 하나를 보았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스치고도 다시 돌아보지 않을 만큼,
아주 조용하고, 아주 묵묵한 자리.
그런데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멈췄습니다.
누군가 일부러 꾸미지도 않았고,
특별한 장식도 없었지만
그 나무는 그 자리에 ‘온전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살아내기 위해 거기 있는 듯한 모습이었어요.
병원이라는 공간은 늘 여러 숨이 오가는 곳입니다.
안도의 숨, 걱정의 숨, 기다림의 숨, 그리고 다짐의 숨.
그 작은 나무는 마치 그 모든 숨을
조용히 받아 적는 일기장 같았습니다.
한 번도 울지도 웃지도 않는 표정으로
그저 그 자릴 지키면서요.
나는 문득,
“나도 저 나무처럼,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해내야 한다는 마음,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삶,
조금만 틀어져도 흔들리던 하루들.
그 모든 것에서 잠시 떨어져
조용히 나답게 서 있는 시간도
삶의 중요한 모양일지 모릅니다.
작은 나무 하나가 알려준 사실은 이렇습니다.
살아가는 데는 큰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자리를 지키는 용기’가 있으면 된다.
오늘 나는 그 나무를 떠올리며
조금 더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를
조금 더 단단히 사랑해 보기로 결심하면서.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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