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장. ADHD와 신뢰를 잃은 후의 회복
한 번의 말실수, 잊어버린 약속,
뒤늦게 깨달은 내 행동 하나로 관계가 순식간에 멀어졌다.
ADHD의 나는 늘 미안했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그 말이 목 끝까지 차올라도 상대의 상처는 이미 커져 있었다.
신뢰는 모래성처럼 쌓이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관계가 틀어지고 나면 나는 나를 끝없이 탓했다.
“내가 조금만 더 신중했더라면…”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하지만 그 다짐조차 결국 나를 더 죄책감 속에 묶어두었다.
죄책감은 반성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나를 더 깊이 빠뜨리는 감정이었다.
죄책감은 나를 용서하지 못하게 만드는 감정이었다.
나는 이제 실수와 의도를 구분하려고 노력한다.
실수는 순간이고, 의도는 마음의 방향이다.
나는 사람을 해치려던 게 아니라,
그저 ADHD의 특성 때문에 놓친 것뿐이었다.
그걸 구분하자
조금은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었다.
실수를 의도처럼 받아들이면, 나 자신을 미워하게 된다.
예전엔 미안하다는 말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건 달랐다.
“미안해” 한마디보다
내가 왜 그랬는지,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설명하는 게 중요했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진짜 ‘사과’가 무엇인지 배웠다.
그건 변명이 아니라,
상대의 아픔을 인정하는 일이라는 걸.
진심 어린 사과는 신뢰의 조각을 다시 이어 붙인다.
모든 관계가 회복되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은 떠나고,
어떤 관계는 그 자리에서 멈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끝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그 경험이 나를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줬으니까.
신뢰를 잃고도 다시 사랑을 배울 수 있다.
그게 진짜 회복이고,
그게 내가 다시 사람을 믿을 수 있는 이유다.
무너진 신뢰도, 다시 믿을 수 있다는 용기 위에서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