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공감을 잘 하는 줄 알았다.
“엄마는 내 마음 하나도 모르면서 무슨 상담을 한다고 그래?”
사춘기가 극에 달한 사춘기 둘째의 말 한마디에 나는 머리가 새하얘졌다.
“뭐지?”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제대로 얻어맞은 느낌이다.
그동안 나는 내가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었구나.
둘째와의 대화를 되감기 해 보니 나는 늘 둘째의 마음을 공감해 주기보다는 질책하거나 해결책을 먼저 제시하며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되기만을 바랐던 것이었다.
너무나 바쁜 삶 속에서 둘째의 마음을 헤아려볼 마음의 여유는 조금도 없었던 것이다.
엄마와의 수많은 대화 속에서 잔뜩 상처만 받은 둘째는 이제 게임 세상에서 더 큰 위로를 얻는 듯하다.
“형님, 내일. 아니다. 오늘 7시에 출근한다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이젠 주무셔야죠. 형수님한테 혼나는 거 아니에요?”
현재 시각 새벽 3시.
그리고 오늘은 금요일.
고1 둘째는 게임 세상에서 엄마보다 더 훌륭하게 타인을 공감해 주고 있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하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