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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나를 사랑할 수 있는거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나 사랑하기

"뭐? 14점? 그리고 국어는 32점? 수학 100점 맞은 게 무슨 소용이야. 평균점수 다 내려갔는데."


"에이, 진짜 먹을 맛 안 난다."


둘째는 막 먹으려던 햄버거를 내던지고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린다.

퇴근하자마자, 성적 통지표를 받은 나는 수학 100점보다 낮은 점수에 더 눈길이 갔다.

그리고 결국 해서는 안 될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어느새 10월의 끝자락.

반갑지 만은 않은 가을의 찬바람은 나를 움츠러들게 한다.

"어? 뭐지?"

지난번 영화치료를 함께 들었던 주옥림선생님으로부터 톡이 왔다.


'제1회 영화와 그림책 아뜰리에, 주제는 가족의 의미.'

가족은 늘 내게 숙제다.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아마도 죽을 때까지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는, 그래서 늘 목마른 사람처럼 갈증이 나는, 마음이 무거워지는 주제.

지난번 영화 치료 강의 때, 주옥림 강사님의 진솔함이 좋았던 터라 망설임 없이 참가비를 입금하고 톡을 보냈다. 요즘 영화치료와 아들러 심리학과 가족치료 등등 여러 배움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드디어 오늘 줌으로 가족치료 집단프로그램 수업을 들었다. 아니다. 줌이었으니까 보았다고 해야 하나?


영화 제목은 '어느 가족'이다.

2018년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만든, 71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할머니의 연금과 사소한 도둑질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가난한 가족의 이야기다.


전형적인 가족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서로를 지탱하는 모습 속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부모에게 학대받고 있는 어린 소녀 '유리'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가족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게 되는 영화였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만이 진짜 가족일까?


6명의 참가자들이 소감을 나누는데,  한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결국 또 눈물이 나오고야 말았다. 마음속 깊숙이 꾹꾹 눌러 두었던 눈물이.

늘 숨기려고 애쓰는, 어쩌면 내가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정, 가족.


그분의 모습이 나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었고 그분도 나처럼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유리의 모습에서 잊고 지냈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고

할머니의 모습이 나의 할머니와 오버랩되면서 문득 할머니가 그리워졌다.

건강하지 못 한 가족이지만, 그들만의 생활 방식이 부러웠고 행복해 보였다.

서로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을 존중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동이 있다.


문득 조금 전 아들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독한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들은 어쩌면 원가족으로부터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가진 '나'로부터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결핍을 내 아이들에게는 겪지 않게 해 주려고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은 것을 사 주었다.

하지만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온전히 '믿어주는 것'.

그것이 건강한 엄마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 공부 뒷바라지에 친정식구와 시댁식구 건사하고 두 아들 독박 육아에 일까지 하면서 어느새 나를 잃어버린 것이다. 어쩌면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나를 사랑해 본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런 나를 사랑해주어야 한다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강사님이 '가만히 들어주었어'라는 동화책과 5가지 사랑의 언어 테스트를 추천해 주셨다.


영화는. 교육은. 그리고 만남은 언제나 내게 많은 인싸이트를 준다.


무거웠던 마음이 흘린 눈물만큼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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