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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란 무엇일까요?

백일백장 100 - 5

사회재활상담사 시험을 치르기 위해 전날 저녁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당일 아침에 여수에서 서울에 있는 시험장까지 늦지 않게 가는 일이 체력적으로도 힘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시험장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택시가 잘못 내려주는 바람에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해서 찾아간 곳 입구에서 한 선생님을 만났다. 우리는 키오스크에서 체크인을 하면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선생님은 올해 퇴직을 하셨고 가톨릭대학교 중독학과 대학원에 다니고 계시다고 자신을 소개해 주셨다. 같은 시험을 치르는 선생님을 숙소에서 그것도 같은 시간대에 체크인하면서 만난 것에 너무 반가워서 내가 그동안 공부하면서 써머리 해 놓은 것을 보내주었다. 시험을 치르고 나서야 생각해 보니 별로 도움이 되지는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이다.


숙소 바로 앞에 스타벅스가 있어서 7시에 문을 열자마자,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사 오면서 선생님께 드릴 가장 무난한 샌드위치도 하나 사서 방 앞에 두었다. 그리고 우리는 약속한 시간에 1층에서 만나서 함께 택시를 타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생각 외로 시험을 치르러 온 사람은 정말 많았다. 1년에 딱 한 번, 그것도 서울에서만 치러지는 시험이기에 엄청나게 많은 인파에 떠밀려 지하철 타는 곳으로 걸어가면서 정말 많은 사람이 시험을 보러 온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늦은 나이에 상담 대학원에 졸업했다. 20년 동안의 언어재활사 일을 이제는 그만하고 상담이 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임상심리사와 청소년 상담사 시험을 치렀다. 2024년 7월 나는 우연히 아들러심리학을 만났고 영화활용교육도 함께 공부하고 있다. 올 1월엔 아들러전문상담사 2급 시험에 합격했고 12월 14일에는 영화활용교육강사 2급 시험도 치른다.


삶에서 우연이란 존재할까?

우리는 매일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평생을 통해 만나는, 그리고 스치는 사람은 정말 많을 것이다. 시절 인연을 따라 자연스럽게 오고 가는 인연들이다. 하지만 가끔은 마음이 먼저 가는 사람이 있다. 굳이 묻지 않아도 그 사람의 마음이 헤아려지고 무언가 해주고 싶은 사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게도 그런 사람이 몇몇이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그 사람을 마주하면 마음이 저리면서 눈물이 먼저 나는 사람도 있다.


기독교는 환생을 믿지 않는다.

그렇다면 유난히 특별한 감정으로 다가오는 사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융의 심리학에 따르면 처음 만났더라도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깊은 친밀감이나 강한 감정을 경험한다면 원형을 자극한 것이라고 한다. 인간에게는 인류 전체가 공유하는 집단 무의식뿐 아니라, 개인 무의식이 존재하는데, 아마도 내 안에 있는 자기(self)를 마주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기(self)는 인간 존재의 중심이며, 자아보다 더 깊고 전체적인 나 자신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그가 나의 무의식 속 '진짜 나'를 상기시키거나 나의 개성과 통합을 자극하는 경우, 강한 공명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을 알고 계시고 그 안에 하나님의 계획이 있음을 믿는다. 처음 보는 선생님이었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람처럼 우리는 이야기가 잘 통했고 그 사람이 잘 되기를 바란다.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 진학하여 중독 상담을 공부하고 있는 것에는 어떠 하나님의 뜻이 있으리라. 그리고 나를 만나게 하신 것도 어떤 뜻이 있으리라. 우리는 오늘 드디어 통화를 했다. 함께 치른 시험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내가 하고 있는 한국영화활용교육협회도 소개해 주었다. 다행히 그 선생님도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셨다. 상업적인 영화보다는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를 함께 본 후 다양하게 해석하고 서로의 감정을 이야기 나누며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타인과 연결되는 경험을 그 선생님도 함께 하기를 바란다.


어딘가에서 마주한 시에서 영감을 얻는 나의 시도 공개해 본다.


인쇄되지 않아서 더 소중한 책

그중 하나는 사람이다.

오래오래 간직하며

날마다 한 장 한 장 넘겨 보고 싶은

당신은

내게 그런 사람이다.


우리는 모두 소중한 사람이고 서로에게 소중한 인연이다. 우연은 없다. 만나야 할 인연이었기에 만난 것이다. 그러니 서로에게 조금 더 다정하자. 미소 한 모금, 손짓 한 번이 세상을 더 살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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