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화상 스페인어 했을 때 느꼈던 충격과 좌절감이 떠오른다. 1년을 공부해도 회화가 안된다는 건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것인데도. 그때는 많이는 못 하지만 그래도 매일 스페인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왜 실력이 안 늘지?'라고 생각했었다. 해도 해도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빨리 회화를 하고 싶고, 스페인어 신문기사를 읽고 싶었다. 내 거대한 욕심에 비해 실력은 계속 초보 수준이었다.
혼자 스페인어 공부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이제야 뒤돌아보니 "어? 나 실력이 많이 늘었네...?"라는 걸 알게 되었다. 초반에 공부했던 자료들, 책들을 보니 너무너무 쉬워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신문기사도 얼추 읽을 줄 알게 되고, TED español은 자막 없이 절반 이상은 알아듣는 것 같다. 결국 실력이 늘든 안 늘든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매일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늘게 되는 것이었다. 지금 내 스페인어는 중급 수준은 되는 것 같다. 이제 중상급 수준으로 가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
실력이 늘었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앞으로의 실력 향상이 훨씬 더 어려울 것이 예상되기도 한다. 무엇이든 중급~중고급, 중고급~고급 가는 과정, 즉 더 높이 올라갈수록 더더 어려워지니까. 오히려 완전 제로베이스에서 초급은 매일 한두 시간씩 한다고 했을 때 몇 개월 정도여도 가능하다. 요새는 계속 더 어려운 단어들을 외우려 하다 보니 오히려 아주 극 초반에 했던 아주 쉬운 단어들이 오히려 생각이 안 나는 웃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슬픈 건 영어 실력은 더욱 떨어졌다는 점이다. 그래도 오랫동안 해온 게 있어서 그런지, 영어도 그래도 아직 중급 수준은 하는 것 같다. 사실 그냥 영어도 스페인어도 어정쩡하다.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딱 중급 수준.
이런 어정쩡한 상황에서 신기하게도 "다른 외국어도 또 공부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외국어든 읽고 쓰고 간단한 문장들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아예 알파벳 하나도 모른다는 것과 굉장한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언어 공부에 끝이나 완성이란 건 없으니, 지금 하는 영어와 스페인어를 하면서 또 새로운 언어도 해볼 수 있는 거 아닌가.
무엇보다 스페인어를 공부하며 '외국어 공부'에 대한 시각이 넓어지고, 외국어 공부에 대한 재미(물론 고통은 훨씬 큰)를 느끼게 됐기 때문이었다. 내가 아는 언어인 한국어, 영어와 스페인어의 차이점, 유사점, 단어 등을 계속 비교하게 된다. 즉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묶고 사고가 확장되는 느낌이 든다. 여기에 또 다른 외국어도 더 추가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스페인어 공부와 영어 공부도 하면서 나중에는 프랑스어 그리고 중국어와 일본어까지도 해볼 생각이다. 예전에는 '한 사람이 어떻게 7~8개 국어를 해?'라고 했지만, 그 '어떻게 해'를 '실제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튜브에서 영어나 스페인어 학습채널을 보다 보니 가끔 엄청난 다개 국어 하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고 큰 자극을 받았다. 당연히 여러 외국어를 구사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렵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긴 하니까 적어도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이다.
스페인어 다음으로 또 다른 외국어를 배우더라도, 기초 알파벳, 발음, 문법과 단어와 간단한 문장들을 떼고 좀 더 거기에 살을 붙이는즉, 초중급 정도 실력을 만드는 건 매일 꾸준히 시간만 들이면 얼추 가능할 것 같다. 이렇게 계속하다 보면 조금 유창하게 하는 거는 2~3개 국어라도, 4~5개 국어는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생각하는 것은 내년 4월에 DELE 시험 본 후 새로운 외국어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물론 영어, 스페인어도 계속하면서. 내 세 번째 외국어로 선택한 언어는 '프랑스어'이다. 아무래도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의 서로 비슷한 점 다른 점을 비교해 보며 공부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스페인어 중급 수준 가는데 2년 걸렸으니, 2년에 하나씩 새로운 외국어를 추가해 보면 어떨까? (미래의 나야,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