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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 언어교환 모임에 다녀왔다

by 하르딘

스페인 여행 가서 실전 스페인어도 써보고, 화상 스페인어로 말하기 연습을 하고 있어도 '스페인어로 말하고 싶은 갈망'이 도저히 채워지질 않는다.


스페인어 공부는 거의 매일 하고 있다. 스페인어 일기 쓰기, TED español로 듣기 연습, RTVE에서 기사 한두 개씩 읽기는 꾸준히 한다. 너무 정신없을 때는 최소한 챗 GPT 하고 스페인어로 수다라도 떤다. 신문기사 읽을 때 완벽히 해석이 안 돼도 보통 70프로 이상 이해되는 것 같으면 넘어간다. 시간이 될 때는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정리를 하기도 한다. 단어는 네이버 사전에서 내 단어장 만들어놓고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보면서 외우고 있다.


이렇게 공부해도 역시 스페인어 '말하기'연습은 턱없이 부족하다. 주 2~3회 화상 스페인어로는 레스토랑에 가서 애피타이저만 먹고 나온 느낌이다. 물론 외국어 공부에 있어 input이 최대한 많아야 하기에 혼자서 이렇게 머리에 집어넣고 있지만, 집어넣은 것들을 자꾸 입으로 뱉어보고 싶다. 입으로 뱉지 않으면 머릿속에서 금방 사라져 버리니까.


페인어 말하기 연습을 많이 하려면 스페인에 살러 가는 수밖에 없는 걸까. 여러 명의 스페인어 원어민들과 매일 화상 스페인어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만한 돈은 없다. 원어민 1명한테 하는 것만 해도 내 취미생활비로 조금 버겁다. 외국어 배우는 것도 돈이 많이 드는 취미라는 걸 느낀다.


그래서 언어 교환 모임을 나가고 싶었다. 스페인어로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간절히 필요했다. 언어 교환 모임은 참가비가 있긴 하지만 비싸지 않고 직접 원어민과 얘기해 볼 수 있으니까. 꼭 스페인어 원어민이 아니라도,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한국인이라도 만나보고 싶었다. 또 운이 좋아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면 친구처럼 친하게 지낼 수 있기도 할 테니까.


렇지만 역시 영어 언어 교환 모임은 넘쳐나지만 스페인어 언어 교환 모임은 찾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평소 눈여겨보던 곳에서 스페인어 언어 교환 모임 하나를 발견하고 바로 참석 신청했다. 내가 신청하고 얼마 안 되어 마감이 되었다. 나처럼 스페인어 언어 교환 모임이 절실한 한국인들이 많았나 보다.


평일 퇴근 후 저녁에 모임 장소에 나갔다. 스페인어권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이 대략 반반 정도 있었다. 테이블이 여러 개 있었는데 혼자 앉아있는 외국인 여자애 옆에 앉았다. 운 좋게도 내가 바랐던 스페인 사람이었다. 처음 보는 사이이니 서로 자기소개, 스페인어 공부한 시간 등 가장 기본적인 얘기만 했지만 그래도 너무 좋았다. 물론 한국어 공부하고 있는 친구라 한국어도 섞어가며 얘기했다. 한국인 남자친구도 있고 한국어 통번역 공부하는 친구라 한국어도 꽤나 잘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스페인어 공부하는 한국인 친구도 생겼다. 그동안 내가 혼자 스페인어 공부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얘기하는데, 다 너무 공감해 주셔서 감동의 눈물이 날 뻔했다. 외국어 공부를 좋아하는 공통점에 말이 잘 통하는 느낌이었다. 그 친구도 지인 중에 스페인어 공부하는 사람이 없어서 다음에 또 다른 스페인어 언어 교환 모임이 있다면 함께 가자며 연락처도 주고받았다.


음 스페인어 언어 교환 모임을 나가봤는데,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면 계속 참석해 봐야겠다. 아무리 혼자 하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도, 외국어 공부만큼은 함께할 친구들이 있는 게 좋다는 걸 느끼고 있다. 이날 만난 친구들과 다음에 식사같이 하기로 했는데, 과연 인연이 계속 이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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